이재갑 교수. 연합뉴스코로나19 방역·의료 전문가인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현재의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을 빗대 '독감환자도 하루에 수십 만이 발생하면 의료체계의 붕괴를 부른다'며 정부의 방역정책을 직격했다.
이 교수는 정부의 거리두기 완화에 반대하며 지난 달 16일 일상회복지원위원회 자문위원직을 사퇴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근 한 달 간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0.1% 이하로 독감과 유사한 수준(0.05~0.1%)으로 떨어졌다는 정부의 분석을 들어
"독감의 치명률과 비교하는 말도 안 되는 말장난은 그만 두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언제 독감이 (일일) 확진자 기준으로 하루 40만 명씩 발생해본 적이 있나"라며 반문하며
"독감도 하루에 40만 명씩 발생하면 의료체계가 붕괴된다"고 지적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6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40만 741명으로 사상 처음 40만 명을 돌파했다.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 구간에 진입하면서 위중증 환자는 1244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사망자도 연일 세 자릿수를 이어가고 있다.
중증환자와 사망자가 신규 발생 이후 2~3주 간의 시차를 두고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위중증·사망의 증가세는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의료기관으로부터 '하루 2회' 비대면 모니터링을 받는
60세 이상 고령층 등 재택치료 집중관리군도 26만 8223명에 달한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우리 의료체계가 감당한 수준"이라며 지속적으로 방역 완화 수순을 밟아왔다. 당국은 내주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함께 현재 '1급'으로 지정돼 있는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을 하향하는 방안도 본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교수는
"고위험군이 감염되면 우선 치료할 수는 있지만, 고위험군의 감염을 집중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역정책은 어디에도 없다"며 "유행규모를 줄이지 않고는 고위험군의 감염을 막을 수 없고, 늘어나는 고위험군의 감염을 치료하고 싶더라도 의료체계를 넘어서는 환자가 발생하면 사망자는 급증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유행 통제를 위해) 쓸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을 다 해제해놓은 마당이니
정부는 의료체계의 여력에 한계가 왔음을 인정하고 지금의 의료체계 붕괴 직전 상황을 국민들께 솔직히 고백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개인적인 감염 예방 노력에 동참해주시길 호소해야 한다. 더 이상 늦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지난 15일 SNS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지난해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 당시, 코로나19 일상회복 지원위원회의 방역·의료 분과위원으로 위촉됐던 이 교수는 지난달 자문위원 직에서 사퇴했다. 그는 사퇴 이유에 대해 "거리두기 완화에 대한 사인을 정부가 주는 부분에 대해 상당히 반발한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전날 뒤이어 게시한 글에서도
"바이러스와 방역정책에는 획기적이거나 기발한 요행이란 없다"며 "마스크를 애써 쓰고, 손 자주 씻고, (사람을) 안 만나려 노력하고, 덜 움직이고, 백신 잘 맞고, 아플 땐 그냥 쉬고…"라고 적었다.
아울러 "병원이 전쟁터가 된 지 오래인데 그 안에 질서가 생긴다. '열 나고 아프면 검사하고 바로 쉰다'는 법칙이 잘 지켜지고 누구나 조심스레 행동한다"며 "그래서 병원이 환자들을 계속 치료할 수 있다. 이마저 안 되었으면 상상하기도 싫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