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제공감사위원 인선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이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회동이 한 차례 불발된 뒤 한국은행 신임 총재 등 각종 인사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인수위는 25일 감사원 업무보고에서 "정권 이양기 감사위원 임명 제청이 감사위원회 운영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요인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의 의사결정기구인 감사위원회는 현재 7명 중 2명의 자리가 빈 상태다.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의 요구대로 이 중 1명을 문 대통령이 임명할 경우 전체 7명 중 4명이 친여 성향인 만큼 향후 새 정부 감사원의 감사활동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재해 감사원장. 연합뉴스이에 감사원 역시 이날 업무보고에서 "현 정부와 새 정부가 협의하는 경우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이 과거 전례에 비춰 적절하다"며 사실상 당선인 측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감사위원이 견지해야 할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을 감안할 때 원칙적으로 현 시점처럼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된 논란이나 의심이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의 이같은 입장에 인수위는 "감사원이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고히 해나가는 가운데 국민과 정부 등 외부의 기대와 감사 수요에 대한 대응 강화 방안에 대해 공감했다"며 재차 '중립성'을 강조한 인사를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인사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당선인 측이 벌인 공방의 연장선이다.
지난 23일 청와대가 신임 한국은행 총재로 이창용 IMF 아태국장을 지명하면서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었다"고 밝힌 데 대해 당선인 측이 곧장 "이와 관련해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가 없다"고 반박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후로도 양측은 "자꾸 거짓말을 하면 다 공개할 것"(청와대) "자꾸만 말을 꼬아 거짓말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당선인 측) 등 날 선 공세를 주고받으며 갈등이 고조되는 분위기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특히, 전날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인이 대통령 예방하는데 협상과 조건이 필요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다른 이들 말을 듣지 말고 당선인께서 직접 판단해주시기 바란다"며 그동안 참모진 간 진행된 신경전에 직접 참전했다.
다만, 이날 감사원이 현 시점에서 감사위원 임명이 부적절하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 청와대는 당황스러우면서도 공식적인 언급은 자제하는 모양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1명의 자리도 불씨로 남아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국회 의안과에 노정희 선관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