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에 전시된 이중섭의 '황소'. 황진환 기자 올해도 '이건희 컬렉션' 전시는 계속된다. 지난해 고(故) 이건희 회장 유족은 이 회장이 남긴 문화재와 미술품 2만 3천여 점을 국가(국립중앙박물관: 2만1693점·국립현대미술관: 1488점)에 기증했고,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같은 해 7월 각각 '이건희 컬렉션'의 핵심 작품을 보여주는 전시를 열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오는 13일까지 진행하는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은 8만여 명(2월 28일 기준)이 관람했다. 온라인 사전예약제를 운영했는데 치열한 '예약 전쟁'이 벌어져 전회 매진됐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이중섭의 '황소' '흰 소',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유동', 이상범의 '무릉도원' 등 한국 근현대 미술 작가 34명의 작품 58점을 선보였다.
겸재 정선 '인왕제색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는 28일부터 8월 28일까지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을 연다. '이건희 컬렉션'을 공동 관리하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한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작품 355점을 엄선했다. 박물관이 작년 전시에서 선보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김홍도의 '추성부도',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박수근의 '한일', 이중섭의 '황소', 십장생도 병풍 등을 공개한다.
'인왕제색도'는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를 대표하는 걸작이다. 비가 온 뒤 안개가 피어오르는 인왕산 풍경을 대담한 필치로 묘사했다. '추성부도'는 11세기에 활동한 중국 문인 구양수가 지은 문학 작품 '추성부'의 쓸쓸한 정서를 표현한 회화다. 붉은 황소 머리를 그린 '황소'는 현존하는 것이 4점 뿐인 이중섭의 대표작이다.
이중섭 '흰 소'.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옛 그림은 보전과 관리를 위해 오랜 기간 전시하기 어렵다. '인왕제색도'와 '추성부도'는 한 달간 전시한 후 빠지고 대신 십장생도 병풍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지방에서도 '이건희 컬렉션' 전시를 볼 수 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지난 6일 서울관에서 언론 공개회를 열고 "'이건희 컬렉션' 전시를 3가지 형태로 만들어 올해 하반기 광주시립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을 시작으로 3년 간 10여 개 도시 공립미술관을 순회하겠다"고 말했다.
'이건희 컬렉션'의 본산이자 한국 고미술·현대미술의 보고로 불리는 호암·리움미술관(2021년 10월 재개관)은 상설전을 통해 미공개 작품을 대거 소개한다. 상설전은 고(故) 이건희 회장의 미술품을 국가에 기증한 뜻을 계승하기 위해 상시 무료 운영한다.
'청자동채 연화문 표형 주자' / 고려, 13세기 / 점토 / 높이 32.5cm / 국보(國寶) 리움미술관 제공 '한국 고미술 상설전'(리움미술관 M1)은 총 160점(국보 6점·보물 4점 포함)을 전시한다. 국보로는 고려청자 '청자동채 연화문 표형 주자'와 고려불화 '아미타여래삼존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사경(寫經)인 '백지묵서 대방광불화엄경', 김홍도의 '군선도' 등을 공개한다. 또 고려말~조선초 제작된 유일한 팔각합인 '나전팔각합',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가 발원에 참여한 '은제 아미타여래삼존 좌상' 등을 새롭게 선보인다.
김홍도 '군선도' / 조선, 1776 / 종이, 수묵담채 / 132.8×575.8cm / 국보(國寶) 리움미술관 제공 '현대미술 상설전'은 세 가지의 독특한 주제(검은 공백·중력의 역방향·이상한 행성)로 총 76점의 소장품을 전시한다. 출품작 절반 이상이 리움 상설전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 검은 잉크로 그리스 신화를 추상으로 표현한 최욱경의 '레디와 백조', 캔버스에 수를 놓아 남성 중심 회화의 전통을 비튼 가다 아메르의 '블랙 안지-RFGA', 시리아의 전쟁 참상을 회색 폭력이 난무하는 화면에 빗대 표현한 줄리 머레투의 '석비 2(부두교)'를 감상할 수 있다.
'나전 국화당초문 팔각합' / 고려말-조선초, 14-15세기 / 나무, 나전 / 8.0×15.2×16.4cm 리움미술관 제공 관람객의 움직임을 통해 완성되는 댄 그레이엄의 대표작 '슬라이스', 가상의 기계 생명체를 창조해 인간과 기계의 공생을 모색하는 최우람의 '쿠스토스 카붐', 사물을 왜곡해서 반사하는 곡면 스테인리스 스틸 조각인 아니쉬 카푸어의 '이중 현기증', 노란 고치 형태로 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삶에 가져올 변화를 탐색하는 아니카 이의 '완두수염진딧물' 등도 관람객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