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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에 부담 느는 학부모, 쉬지 못하는 학생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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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공식 취임하면서 새 정부가 닻을 올렸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향후 5년 동안 대한민국 전반을 이끈다. 이에 CBS 노컷뉴스 체육팀은 지난 정부의 체육 정책에 대한 공과를 짚어보고 새 정부의 체육 정책 방향을 전망하는 연속 기획 기사를 싣는다. 과연 윤석열 정부의 체육 정책은 지난 정부와 어떻게 다를지, 또 급변하는 세계 스포츠의 흐름에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 주목해보고자 한다.

▶ 글 싣는 순서
①고교 진학 포기해야 했던 신유빈, 고민하는 韓 전설의 딸
②사교육에 부담 느는 학부모, 쉬지 못하는 학생 선수
③'韓 체육 딜레마' 성과 없인 지원 없고, 지원 없인 성과 없고
④韓 장애인 체육, 외형적 발전에도 접근성 부족…여전히 아쉬운 관심
⑤건강한 전문 체육 시스템 구축을 위한 새 정부의 로드맵은?

부족한 훈련 시간을 메우기 위해 학생 선수들의 사교육이 늘었다. 스마트이미지부족한 훈련 시간을 메우기 위해 학생 선수들의 사교육이 늘었다. 스마트이미지
최근 학생 선수들은 일반 학생과 마찬가지로 오전, 오후 정규 수업을 모두 듣는다. 수업이 끝난 다음에야 훈련이 가능하다. 예전과 달라진 환경이다. 오전 수업 후 오후에는 훈련에 매진했다면, 지금은 정규 수업에 모두 참여한 뒤 운동을 할 수 있다.

게다가 정부는 지난 2019년 6월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안에 따라 학생 선수의 대회와 훈련 참가를 위한 결석 허용을 초등학교 10일, 중학교 15일, 고등학교 30일로 제한했다. '전문 선수들의 주중 대회 참가는 학습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당연히 훈련 시간이 부족해졌다. 중·고등학생의 경우 수업이 끝나면 오후 3~4시가 된다. 몸이 풀릴 때면 해가 지기도 한다. 운동을 더 하고 싶어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다반사다. 실제로 탁구 신유빈의 경우 고교 진학 대신 실업팀으로 직행했다. 훈련은 물론 국제 대회 출전 등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시간이 더 필요했기 때문이다.

다만 프로 스포츠의 경우 신유빈과 같은 사례가 나오기 쉽지 않다. 야구(KBO 리그)와 농구(KBL), 배구(KOVO)는 드래프트를 거쳐야만 프로에 입단 할 수 있다. 야구는 드래프트 참가 자격이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졸업 예정 또는 중퇴한 선수로 명시했다. 농구와 배구는 고교 졸업 예정자까지 드래프트 참가가 가능하다. 축구(K리그)는 조금 다르지만, 만 16세 이상이라는 제한이 붙었다. 준프로 계약 역시 구단 산하 유소년 클럽 소속 선수 중 고등학교 1~3학년이 대상이다.


사교육의 성행, 경제적 부담 호소하는 학부모


자연스럽게 학부모들은 사교육으로 눈을 돌렸다. 스포츠 사교육, 흔히 말하는 레슨은 예전에도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은 필수가 됐다. 부족한 훈련 시간을 사교육으로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중학교 3학년 야구 선수를 둔 학부모는 "아이들이 오전, 오후 수업을 모두 듣고 나면 훈련 시간이 부족하다. 야간에는 훈련이 어려운 상황이라 따로 레슨을 받아야 한다"면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수학 수업이 아닌 야구 훈련이다. 그 꿈을 사교육으로라도 채워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비용이다. 야구의 경우 레슨비가 한 달에 100만 원이 훌쩍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몇몇 사설 학원은 한 달에 200만 원까지도 든다. 한 야구 관계자는 "이름난 프로 출신 강사의 경우 한번 배우는 데 20~30만 원이 든다"고 귀띔하기도 한다. 농구나 축구도 비슷하다. 야구에 비해 조금은 저렴하지만, 만만치 않은 액수다.

특히 초·중·고 운동부의 경우 지도자들의 월급을 사실상 학부모가 부담한다. 다수의 학교는 감독 외 지도자 정원을 따로 두지 않는다. 감독들은 코치의 필요성을 요구하고, 결국 코치들의 임금은 학부모의 몫이 된다. 아이들의 부식비나 교통비를 포함하면 한 달에 최소 70만 원에서 최대 150만 원까지 든다. 전지 훈련이나 대회 기간에는 추가 비용까지 발생한다.

여기에 사교육 비용까지 들어가니 '프로에 보내려면 집안 기둥이 뽑힌다'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아이들의 꿈을 위해서라면 부모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본업 외에 다른 일까지 '투 잡'을 뛰는 경우도 적잖다.

이러다 보니 경제적인 부담 탓에 꿈을 접어야 하는 가정도 있다. 고등학교 1학년 야구 선수를 둔 학부모는 눈물을 흘렸다. 초등학교 때부터 프로야구 선수라는 꿈을 위해 뒷바라지를 했지만 이제 그 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너무 힘들어요. 아이의 꿈을 끝까지 지원해주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네요. 야구를 좋아하는 아이인데, 야구를 하러 학교 가는 것을 즐거워했던 아이인데, (사교육까지 하면서) 경제적인 부담이 너무 커요. 아이의 꿈을 위해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죽을 수는 없잖아요.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지만, 현실을 선택할 수밖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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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도 사교육, 쉴 시간을 잃어버린 학생 선수들


정규 수업 참여로 평일 훈련 시간이 줄어들면서 학생 선수들은 쉴 시간마저 잃어버렸다.

이미 주중 학습권 보장을 위해 주말 리그는 필수가 됐다. 주중에도 대회가 있지만, '출석 인정 결석 허용 일수'가 줄면 주말 리그의 비중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주중 훈련 시간 보충을 위한 사교육까지 학생 선수들은 일주일 내내 책상에서, 또 훈련장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중학교 3학년인 한 농구 선수는 집에서 다소 먼 학교에서 농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쉴 시간을 벌기 위해 집에서 가까운 학교로 전학했다. 중고농구연맹 규정에 따라 타 시·도 전학생의 경우 1년 출전이 제한되지만 이를 감수했다.

그럼에도 쉴 시간이 없다. 주말에도 학교에 나가 주중 부족했던 훈련을 하고, 비는 시간에는 사교육(스킬 트레이닝)을 받는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차로 이동하는 시간이 전부나 마찬가지다.

학부모는 "주말에도 쉴 틈이 없다. 주말이면 아이를 태워서 학교로 가 훈련을 한다. 그리고 스킬 트레이닝도 가야 한다. 남들 다 받는데 뒤처질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하소연한다. 이어 "한창 자라야 할 아이들이 주말에도 쉬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털어놓았다.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달 초·중·고 학생 선수의 '출석 인정 결석 허용 일수'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했다. 스포츠혁신위 권고 이전 수준인 '연간 수업 일수의 3분의 1(약 64~64일)' 범위 내에서 종목 특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방안이다. 학생 선수들에게도, 학부모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물론 학생에게 학습권은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책상에서 하는 공부만 학습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천편일률적 사고다. 학생 선수들에게는 운동이 꿈을 이루기 위한 학습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운동 학습권'은 누가 보장해줘야 하는지 학생 선수들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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