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대전시 서구 한 주유소에서 경유를 휘발유보다 더 비싸게 판매하는 모습. 연합뉴스'뛰는' 휘발유 가격에 '나는' 경유 가격이 현실화됐다.
11일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추월했다. 국내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넘어선 것은 2008년 6월 이후 약 14년 만이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오후 3시 기준 전국 주유소 경유 평균 판매 가격은 L(리터)당 1946.65원으로 집계됐다. 전날보다 5.19원 오른 수치다. 반면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1945.88원으로 경유 평균 가격보다 0.77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2.09원 올랐다.
최근 국제 유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운 고조 등 지정학적 변수로 인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미국 석유 수요 강세도 유가 급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경유 가격은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세계적인 경유 재고 부족 사태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사태로 촉발된 석유제품 수급난 여파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유럽은 전체 경유 수입의 60%가량을 러시아에 의존할 만큼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데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산 석유제품에 대한 제재가 이어지면서 경유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실제 국제 석유시장에서 경유 가격은 휘발유 가격보다 더 크게 올랐다. 5월 첫째 주 기준 국제 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91.5달러에서 137.4달러로 연초 대비 50.1% 올랐다. 반면 경유 가격은 같은 기간 92.4달러에서 162.3달러로 75.6% 상승했다.
국제 석유시장에서는 경유가 휘발유보다 조금 더 비싸거나 비슷하지만, 통상적으로 국내에서는 경유 판매 가격이 휘발유보다 리터당 200원 정도 저렴하다. 경유에 적용되는 유류세가 휘발유보다 낮기 때문이다. 리터당 유류세는 부가가치세 10%를 포함해 휘발유가 820원, 경유가 581원 수준이다.
황진환 기자한편 최근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도 가격 역전 현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달부터 유류세를 30%로 인하하면서 휘발유에 붙는 세금은 약 247원, 경유에 붙는 세금은 약 174원 줄었다. 휘발유에 대한 유류세 인하액이 경유보다 약 73원 더 커진 셈이다.
대한석유협회 조상범 대외협력실장은 경유 가격 역전 현상에 대해 "두 가지로 원인을 꼽을 수 있다"면서 "첫 번째는 유류세 인하 정책에 따라 휘발유와 경유 가격의 간격이 좁혀진 점이고 두 번째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경유 수급 불안으로 경유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 국내에 반영되면서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 실장은 "수급 불안 사태로 경유에 대한 부족 현상이 발생한 게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에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 한 당분간 경유 가격 고공 행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