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미애, 무제, 1980s, 캔버스에 유채, 162.8 x 137.5cm ⓒMoon & Han. 현대화랑 제공'김환기 뉴욕시대와 한용진 문미애'전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현대화랑에서 오는 30일까지 열린다.
60~70년대 뉴욕이라는 이국 땅에서 예술가로서 고독과 외로움을 이겨내고 이를 예술로 승화할 수 있도록 서로 큰 힘이 되어 준 김환기, 한용진, 문미애 작가의 우의를 기념하기 위한 전시다. 세 작가의 작품을 각각 15점씩 총 45점을 소개한다.
한용진(1934-2019)과 문미애(1937-2004)는 서울대 미대 선후배로 만나 1962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한용진과 김환기(1913-1974)의 인연은 한용진이 경기고 3학년이었을 때 홍익대학교가 주최한 '국제학생미술대회'에서 입상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던 김환기가 한용진에게 상을 수여했다.
이후 두 사람은 63년 제7회 상파울루비엔날레에 나란히 참여하면서 연을 이어갔다. 김환기는 '섬의 달밤'(1959) 등 3점의 회화를, 한용진은 주철조각 '무제'(1963)를 출품했다.
한용진과 문미애, 1965_1966, 덴마크 현대작가 공동작업 레지던시 ⓒMoon & Han. 현대화랑 제공 김환기와 한용진·문미애 부부는 67년부터 뉴욕에서 동고동락했다. 각자 작품 활동에 매진하면서 서로 힘이 들 때 위로하고 지원하는 사이가 됐다.
전시장 1층은 한용진·문미애 부부의 작품이 함께 전시된다. 문미애의 작품은 70~90년대 제작한 것들이다. 화면을 나눈 면에 과감한 붓 터치로 색면을 채워 넣은 '무제'(1980년대), 수직·수평의 화면 분할을 중첩시킨 캔버스에 색채를 채워 나간 '무제'(1980년대) 등을 선보인다.
한용진, 무제, 1985, 화강암, 청석, 위 61 x 15 x 28(h)cm, 아래 46 x 40 x 34(h)cm ⓒMoon & Han. 현대화랑 제공한국 추상조각 1세대 한용진의 작품은 돌 자체의 재질과 형태를 존중해 최소한의 손길로 다듬었다. 다소 거칠고 투박하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느낌을 준다. 한용진은 2011년부터 제주도를 오가며 현무암을 재료로 쓰는 도전정신을 보여주기도 했다.
전시장 2층은 김환기의 뉴욕시대(63년~74년) 작품이 전시된다. 이 시기 김환기는 순수 추상 세계에 빠져들었다. 김환기 말년 화풍을 대표하는 전면점화가 이때 탄생했다. 신문지, 한지 등 다양한 재료를 실험적으로 사용했고 점과 선, 면을 통해 그만의 시각으로 조형 공간을 해석했다. 종이가 머금은 맑고 투명한 액체가 화면에서 서서히 새어 나오거나 뿜어 나오는 듯한 느낌을 즐겼다
김환기, 무제 28-IV-71, 1971, 종이에 유채, 62 x 45cm Ⓒ (재)환기재단 환기미술관. 현대화랑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