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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논평] 북한이탈주민 송환의 여야 공방을 보며 인권을 생각한다- 정종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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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 송환문제로 언론과 여론이 뜨겁고, 여야 정치인의 공방이 대단한 요즈음입니다. 한쪽은 인권유린과 강제소환을 운운하며 직전 정권의 잘못을 부각하려고 합니다. 다른 쪽은 16명을 집단으로 살해한 두 사람을 추방한 것이 오히려 우리 주민을 보호하는 정당한 조치였다고 방어합니다. 우리가 양쪽의 주장만 몰두하면 개인의 입장에 따라 어느 한쪽 편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그동안의 객관적인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 남한사회에는 북한이탈주민 3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탈북한 동기와 탈북의 통로는 제각기 다릅니다. 생사를 걸고 탈북한 그들의 이야기를 글로 쓴다면, 그들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넉픽션 소설로 소개해야 할 것입니다. 어찌 되었든지 북한을 이탈한 주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은 죽음을 감수할 정도의 절박한 사정을 지니고 저마다 고통스러운 탈북의 과정을 거쳤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국정원과 통일부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북한을 이탈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탈북한 모든 주민을 환대하고 수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료에 의하면 2010년 이후 이명박 정권에서는 104명 가운데 57명을, 박근혜 정권에서는 98명 가운데 82명을, 문재인 정권에서는 74명 가운데 55명을 북한으로 다시 송환했다고 합니다. 우리 국내법은 귀순의 분명한 의사가 없거나 비정치적인 중대 범죄자에 대해서는 추방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12일 공개했다. 당시 정부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 통일부 제공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12일 공개했다. 당시 정부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 통일부 제공

1945년 8월 15일 한반도 분단 이래로 적대적인 남북관계 속에서 권력 쟁취와 정권 안보, 또는 정치적 욕망을 목적으로 북풍을 조작한 사례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총과 미사일을 쏘고, 여객항공기를 폭파하고, 남북의 긴장 관계를 조성하는 등 대개가 외부의 극적인 요인을 통해서 소기의 목적을 이루려는 세력들의 기획물이었습니다. 이러한 북풍들은 지금까지 사실 여부나 진실이 밝혀진 적이 거의 없고, 여전히 미궁에 빠져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북한이탈주민 송환문제 앞에서 보편적인 인권문제를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남한에 거주하는 3만여 명 북한이탈주민의 인권문제입니다. 우리는 그들에 대한 편견을 떨쳐버리고, 그들이 안정적으로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삶의 환경을 구축해야 합니다.

동시에 5천 2백만 남한 주민의 인권문제 역시 긴급한 사안입니다. 우리는 부익부 빈익빈의 첨예한 상황에서 가난한 자, 비정규직 노동자, 사회적 약자들의 생존권에 우선적인 관심을 주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 산재한 인권문제들을 침묵하거나 방치하면서 집단으로 살해한 범죄자의 송환에 대해서는 인권유린이라 소리치는 정부 여당의 저의가 의심스럽습니다. 제기한 논란이 남북의 적대적 관계를 강화하고, 평화를 깨뜨리기 때문입니다.

이제 정부와 여야 정치인 모두는 한반도의 인권문제에 진정성을 갖고서 인권을 회복하고 평화를 만드는 일에 협력해야 할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라도 사랑하며 평화를 만들 것을 요구하셨습니다. 예수의 사랑과 평화의 요구 앞에 겸허히 순종하며, 우리 모두 인권회복과 평화 만들기에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CBS 논평이었습니다.

[정종훈 교수 / 연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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