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조수미. SMI 제공 "바캉스 같은 앨범이죠. 해외에서는 크로스오버 앨범을 낼 기회가 없다보니 저한테는 커피 한 잔, 와인 한 잔 같은 앨범이에요."소프라노 조수미(60)가 신보 '사랑할 때'(in LOVE·워너뮤직코리아)를 발매한 6일, 서울에는 눈이 왔다. 이날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수미는 "팬들에게 첫 눈 오는 날 이 앨범을 만날 수 있을 거라 했는데 정말 눈이 펑펑 내리는 날 (앨범이) 세상에 나오게 됐다"고 웃었다.
신보는 2019년 '마더' 이후 3년 만이다. '사랑할 때'라는 타이틀에서 짐작할 수 있듯 사랑을 주제로 한 11곡을 담았다. 조수미는 "저의 모든 열정과 혼을 쏟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사랑하는 시간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값진 순간이구나' 느꼈다"고 말했다.
"스무살 첫사랑의 강렬함과 애틋함이 잊히기 전에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며 아련한 추억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대학교 1학년 때 남자친구랑 약속을 한 적 있어요. '첫 눈 내리는 날, 무조건 경복궁 앞에서 만나자'. 그날따라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다가 불현듯 그때 그 약속이 생각나서 경복궁으로 달려갔는데 아무도 없는 거예요. 경복궁에서 기다리다가 제가 안 오니까 남자친구가 저희 집 앞에서 눈 맞으며 몇 시간 동안 서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어요."
송영주-최영선-조수미-길병민-해금나리(왼쪽부터). SMI 제공 이번 앨범은 깊은 감정과 서정적 가사가 돋보이는 '마중,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애절함이 더해진 '연', 도종환 시인의 시에 멜로디를 붙인 '흔들리며 피는 꽃', 월드뮤직 밴드 두번째달이 작곡한 '사랑할 때', 베이스 바리톤 길병민과의 듀엣곡 '첫사랑', 바이올리니스트 대니구가 참여한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드라마 '커튼콜' 삽입곡 '민들레야', 드라마 '시지프스' 삽입곡 '파이트 포 러브'(Fight for Love) 등이 수록됐다.
조수미는 "음악적으로 어렵거나 해석이 힘든 곡은 배제했다. 대신 클래식하면서 크로스오버적인 곡을 골랐다"며 "1980년대부터 2022년 곡까지 두루 포함시켰고 오케스트라, 피아노, 재즈, 국악, 전자음악 등 곡마다 서로 다른 색을 입혔다"고 설명했다. 가곡이 낯선 이들을 위해 창법과 편곡도 대중적으로 바꿨다. "성악 창법을 거의 쓰지 않았고 곡마다 가사가 꼼꼼히 씹혀요. 편곡도 아름답고 환상적으로 했죠."
이번 앨범은 군포 프라임 오케스트라(지휘 최영선), 길병민(베이스 바리톤), 대니구(바이올린), 홍진호(첼로), 해금나리(해금), 송영주(재즈 피아노) 등 최고 아티스트가 함께 했다.
조수미의 가곡 사랑은 융숭깊다. "워너뮤직 산하 에라토 레이블과 전속계약을 맺고 1994년 앨범을 발매하기 전 제가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어요. '한국 가곡 보리밭을 넣자.' 음반사에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보리밭'을 누가 듣겠느냐며 반대했지만 제가 고집부려서 결국 넣었죠. 앨범에 한글로 '보리밭'이라고 써 있는 걸 보면 뿌듯하고 자랑스러워요." 그러면서 "여러 언어로 노래하지만 가장 아름답고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건 한글이다. 외국인들이 한국 가곡을 케이팝처럼 따라 부르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새벽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한국 VS 브라질) 중계방송을 시청하느라 한잠도 못잤다는 조수미는 축구팬을 자처하며 태극전사들에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축구는 음악과 함께 제 삶의 기쁨이에요. 월드컵을 4년마다 하는 건 말이 안 돼요. 매년 해야죠. 우리 선수들은 못 보지만 흥미진진한 경기들이 기다리고 있잖아요. 경기시간이 새벽 4시라서 컨디션 조절에 엄청 신경 쓰고 있어요. "
조수미는 오는 22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예술가곡을 선보이는 바리톤 토마스 햄슨과의 듀오 콘서트, 오는 23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신보 '사랑할 때'의 음악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조수미&프렌츠 인 러브'를 연다.
소프라노 조수미. SMI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