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을 불끈 쥔 김연경. 한국배구연맹현대건설의 독주 체제가 무너졌다. 흥국생명에 1위 자리를 빼앗긴 데 이어 충격적인 5연패의 수렁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
흥국생명은 지난 15일 '2022-2023시즌 도드람 V리그' 페퍼저축은행과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정규 리그 1위를 탈환했다. 시즌 초반인 2022년 11월 1일 이후 106일 만에 선두에 올랐다. 이후 19일 GS칼텍스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1위를 공고히 했다.
지난달 2일 권순찬 전 감독이 돌연 경질되는 등 극심한 내홍을 겪었지만 '배구 여제' 김연경(35·흥국생명)을 중심으로 빠르게 수습했다. 어수선한 분위기에도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맺은 결실이다.
반면 현대건설은 지난 7일 흥국생명전을 시작으로 좀처럼 연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두를 다투던 흥국생명을 상대로 패한 뒤 분위기가 급격히 가라앉은 모습이다.
22일 경기도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부 5라운드 IBK기업은행과 원정 경기에선 세트 스코어 0 대 3(23-25, 21-25, 25-27)으로 완패했다. 2021년 1월 8일 흥국생명전~2021년 1월 27일 한국도로공사전 이후 2년여 만에 충격적인 5연패의 늪에 빠졌다.
이날 패배로 21승 9패 승점 62(2위)를 기록, 1위 흥국생명(승점 66)과 격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흥국생명이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태라 선두 경쟁에서 현대건설이 불리한 상황이다.
5연패의 수렁에 빠진 현대건설. 한국배구연맹V리그 4경기째를 소화한 새 외국인 선수 몬타뇨는 팀에 점차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양 팀 최다인 24점에 공격 성공률 41.51%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여기에 정지윤과 이다현도 각각 14점과 10점을 거들었다.
하지만 IBK기업은행보다 공격(63점-59점)이 무뎠고, 범실(10개-14개)도 잦았다. 장점이던 블로킹(5개-8개)에서도 밀리며 고전했다. 베테랑 양효진이 7점에 그친 부분도 아쉬웠다.
공수 핵심이 나란히 빠진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허리 부상으로 이탈하기 전까지 공격 종합 1위를 달린 전임 외국인 선수 야스민의 공백은 여실히 드러났다. 주전 리베로 김연견이 발목 부상으로 빠진 뒤에는 수비가 흔들리고 있다.
개막 후 15연승을 달리는 등 시즌 초반 거침없는 상승세를 달렸지만 시즌 막바지에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딴판이다. 흥국생명이 23일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다면 두 팀의 격차는 최대 7점까지 벌어진다.
흥국생명은 최근 은퇴를 시사한 김연경이 마지막 시즌이 될 수도 있는 올해를 우승으로 장식하기 위해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여기에 한 달 넘게 공석이던 사령탑에 세계적인 명장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을 선임하면서 완전체를 이뤘다.
이대로라면 올 시즌 우승을 향한 현대건설의 꿈은 무산될 수도 있다. 정규 리그 6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현대건설이 무서운 기세로 우승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흥국생명을 막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