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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한 번도 못 탔던 MVP, 진짜 받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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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김단비가 2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우리은행 김단비가 2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지난해 5월 여자프로농구(WKBL)가 충격에 빠졌다. 신한은행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국가대표 김단비(33, 우리은행)의 FA 이적 때문이었다. 김단비는 2007년부터 15년 동안 함께한 신한은행을 떠나 우리은행으로 둥지를 옮겼다.

2017-2018시즌 통합 6연패 후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하지 못한 우리은행의 승부수이기도 했다. 보상 선수로 김소니아가 신한은행으로 향했지만, 기존 박혜진, 최이샘, 박지현, 김정은 국가대표 라인업에 김단비라는 날개를 달았다. 당연히 우리은행은 우승후보 0순위로 꼽혔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우리은행은 25승5패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5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할 정도로 압도적인 시즌이었다.

그 중심에 새 에이스 김단비가 있었다. 평균 31분55초를 뛰며 17.17점(2위) 8.77리바운드(5위), 6.1어시스트(2위), 1.53스틸(3위), 1.3블록슛(1위) 등 공수에 걸쳐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공헌도 부문에서도 단연 1위(1057.35점)였다. 가장 강력한 MVP 후보로, 생애 첫 MVP 수상을 꿈꾸고 있는 김단비를 장위동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만났다.

우리은행 김단비가 2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우리은행 김단비가 2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그동안 MVP를 한 번도 못 탔어요"

11년 만에 맛본 우승이었다. 2007년 프로 입단 후 줄곧 우승만 경험했지만, 2011-2012시즌을 끝으로 우승과 거리가 멀었다.

김단비는 "우승을 하는 날보다 오히려 정규리그 우승을 얼마 안 남았다고 매직넘버를 셌을 때 '내가 다시 매직넘버를 셀 수 있는 날이 오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신한은행 때는 막내라서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우승 사진을 다시 보면서 '이런 날이 다시 오는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그래도 마지막이 아니니까, 아직 더 남았으니까 그걸로 끝내고 다음을 준비했던 것 같다"고 잠시 우승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김단비는 WKBL을 대표하는 에이스였다. 2016-2017시즌과 2018-2019시즌 국내 득점 1위에 올랐고, 외국인 선수 제도가 사라진 2020-2021시즌과 2021-2022시즌에는 박지수에 이어 득점 2위를 기록했다. 이번 시즌 역시 김소니아에 이은 득점 2위다. 득점은 물론 리바운드, 어시스트, 블록슛 등 부족한 것이 없었다.

그런 김단비지만, MVP를 한 번도 받지 못했다. 신한은행의 외로운 에이스. 팀 성적이 좋지 않은 탓에 경쟁에서 밀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개인 성적은 물론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토끼까지 잡았다. MVP 레이스에서 뚜렷한 경쟁자가 없을 정도.

김단비는 "아직은 후보다. 받은 것이 아니라 딱히 생각은 안 하고 있는데 주번에서 많이 이야기해주니까 '진짜 내가 받을까' 반신반의하게 된다. 정말 받는다면, '그동안 한 번도 MVP를 못 탔는데 드디어 MVP를 타는구나'라고 생각할 것 같다"면서도 "아직 설레발 치기에는, 혹시나 못 받으면 더 상처받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힘들게 한 결정(이적)인 만큼 그래도 받고 싶은 욕심은 있다. 그래도 사람이라는 것이 너무 당연한 것은 아니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도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김단비가 2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우리은행 김단비가 2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내가 김단비인데 못할 수도 있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15년을 뛴 팀을 떠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김단비는 이적을 결심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다. 변화가 필요했고, 또 우승도 하고 싶었다. 위성우 감독과 다시 만나고 싶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신한은행 내에서 당연해지는 스스로를 볼 수 없었다.

김단비는 "우승도 우승이고, 감독님 때문인 것도 있겠지만, 신한은행 한 팀에만 있으면서 너무 당연해졌다. 나에게 대우를 해주는 것에 당연해져버렸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오래 있었고, 나이도 고참이었다. 대우를 해주는 것이 당연했고, 대우를 해주지 않으면 왜 안 해주지라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 불만이 많이 생겼다. 한 자리에 오래 있으니 당연한 것이 아닌데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있었다. 내가 못해도 '내가 김단비인데 못할 수도 있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점점 안 좋은 쪽으로 갈 수 있다 생각했고, 그러지 않으려면 스스로 변화가 필요하다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변화를 선택했고, 우리은행에서 연락이 왔다. 결정의 또 다른 이유는 위성우 감독의 존재, 그리고 우리은행의 우승권 전력이었다.

김단비는 "다른 팀은 내가 옮길 거라 생각을 못한 것 같다. 그래도 우승할 수 있는 팀으로 옮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감독님이 계서서 더 이 팀에 오게 된 것 같다"면서 "(위성우 감독을) 무서운 코치로 기억을 했다. 우리은행에 오니까 감독으로서 무서운 부분도 있지만, 다정하게 선수를 챙겨주신다. 기억 속에는 무서웠다로 남아있었다면 지금은 무서울 때는 무섭지만, 다정할 때는 한 없이 다정한 분"이라고 강조했다.

남편 유병진 씨의 조언도 큰 힘이 됐다. 김단비는 2020년 4월 결혼했다. 남편은 태릉선수촌에서 처음 만난 수구 국가대표 출신이다.

김단비는 "여기저기서 조언을 많이 받았다. 남편도, 친한 언니도 조언을 해줬고, 혼자서도 생각을 많이 했다. 다들 내가 신한은행에서 힘들었던 부분을 옆에서 봤기에 조언을 해줬다"면서 "(남편은) 내 선택을 존중해줬다. 이해를 많이 해준다. 운동을 했던 사람이라 어떤 부분이 힘들도, 또 어떤 것은 아닌지 확실하게 이해해준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김단비가 2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우리은행 김단비가 2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행복했다, 즐거웠다 기억 남기고 은퇴하고 싶어요."

김단비는 코트 위에서 외로웠다. 폭탄 돌리기의 마지막을 책임져야 했고, 상대 수비의 집중 마크를 뚫고 득점을 올려야 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에서는 다르다. "가끔 다 잘할 때는 내가 아무것도 안 해도 경기가 된다"고 말할 정도로 전력이 탄탄하다.

김단비는 "신한은행-삼성생명 경기 때 김소니아를 보면서 1골을 넣을 때 저렇게 힘들게 넣는구나 생각했다. 내가 저렇게 했었구나 생각도 들었다"면서 "우리은행에서는 1골을 넣을 때 동료들 도움을 많이 받는다. 도움을 받으면서 내 플레이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느덧 프로 16년 차다. 기량만 보면 여전히 WKBL 최고지만, 조금씩 은퇴를 생각할 나이다. 은퇴 시기를 딱 정해놓지는 않았다. 다만 즐겁게 농구하고 은퇴하겠다는 마음이다.

김단비는 "우승도 중요하지만, 지금 이 선수들과 만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국가대표에서만 만나던 선수들과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 "솔직히 진짜 얼마 안 남았다. 몇 년 안 남았는데, 농구를 하는 동안 행복했다, 즐거웠다라는 기억을 남기고 은퇴를 하고 싶다. 나중에 은퇴했을 때 '농구를 하면서 너무 행복했다. 다시 농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미소를 보였다.

3월6일 정규리그 시상식이 열린다. 이어 3월11일부터는 플레이오프가 진행된다. 우리은행의 플레이오프 상대는 친정이자 정규리그 4위 신한은행이다.

김단비는 "우리는 진짜 우리만 정신을 차리면 자신이 있다. 졌던 경기를 보면 우리 안일함이 컸다. 우리와의 싸움에서만 지지 않는다면 모든 경기에 자신이 있다"면서 "(MVP는) 일단 정규리그만 욕심을 내보고, 챔피언결정전은 너무 욕심내면 안 될 것 같다. 1차 목표가 챔프전 우승이다. 누구 하나 잘한다고 우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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