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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5년 만의 주경기장 콘서트, 조용필은 언제나 '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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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불꽃축제 방불케 한 폭죽 쇼 빛난 오프닝
'미지의 세계'로 시작해 '여행을 떠나요'로 본 공연 치러
지난해와 올해 발매한 신곡 '세렝게티처럼' '찰나' '필링 오브 유'도 포함
관록 묻어나는 탄탄한 라이브에 밴드 '위대한 탄생'의 연주까지
3만 5천 관객 열광…중앙 제어된 응원봉 선물

13일 저녁, 서울 송파구 종합운동장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2023 조용필 & 위대한 탄생' 콘서트가 열렸다. YPC,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13일 저녁, 서울 송파구 종합운동장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2023 조용필 & 위대한 탄생' 콘서트가 열렸다. YPC,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공연 시작 한 시간 전쯤 종합운동장역에 내렸는데도 개찰구부터 줄이 생겼다.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종합운동장 올림픽 주경기장 앞은 인산인해였다. "차도에 오래 계시면 위험합니다! 인도 쪽으로 올라와 주세요" "차도에서 오래 사진 찍으시면 위험합니다!" 사고를 염려해 다급히 안내 멘트를 외치는 안전요원의 목소리가 다급했다.

이날 저녁, 올해로 데뷔 55주년을 맞은 가수 조용필의 단독 콘서트 '2023 조용필 & 위대한 탄생 콘서트'가 열렸다. 2018년 50주년 공연 이후 5년 만에 주경기장에 돌아온 것이었다. 오래 기다려 온 팬들을 위한 '가왕'의 팬 서비스는 남달랐다. 이미 중앙 제어를 마친 응원봉을 모든 관객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공연장 입구에는 조용필 판넬을 두어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포토존을 마련하기도 했다.

당초 예정된 시작 시각은 저녁 7시 30분이었지만 3만 5천 명의 관객과 함께하는 대규모 공연이었기에 입장이 다소 지연됐고, 7시 46분부터 본 공연이 시작됐다. 큰 원을 반으로 자른 듯한 반원형 세트에 광활한 지구의 모습이 등장했다. 눈부신 폭죽이 관객석을 향해 뻗어나가는 것으로 공연은 시작됐다. 검은 재킷을 입고, 늘 그랬듯 선글라스를 낀 조용필은 '미지의 세계' 무대로 관객을 만났다. 웬만한 불꽃축제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고 웅장한 폭죽 쇼가 한 곡이 끝날 때까지 내내 이어졌다.

공연 시간 30분 전, 올림픽 주경기장 앞에 많은 사람이 모여있는 모습. 김수정 기자공연 시간 30분 전, 올림픽 주경기장 앞에 많은 사람이 모여있는 모습. 김수정 기자밴드 '위대한 탄생'의 탁월한 연주가 인상적이었던 '그대여'에서는 팬들의 응원봉 색이 흰색과 붉은색으로 나뉘어졌다. 곡의 분위기에 따라 시시각각 색이 변한 덕에 응원봉을 쥔 관객들의 모습 자체가 흥미로운 풍경이 되었다. '못 찾겠다 꾀꼬리'는 가사에 맞춰 폭죽이 터져 쾌감을 선사했다. '얘들아~' 하는 가사는 관객들의 몫이었고, 카메라는 그 순간을 놓칠세라 열광하는 관객의 모습을 포착해 대형 화면으로 옮겼다. '못 찾겠다 꾀꼬리/나는야 술래'라는 마지막 소절 후, 깜깜해진 장내를 가르고 조용필이 등장해 인사했다.

"안녕하세요"라는 짧은 인사에도 큰 환호를 보내자, 조용필은 관객들을 바라보며 더 크게 함성을 질러달라는 손짓을 했다. 올해로 데뷔 55주년을 맞은 조용필은 음악 인생을 나이에 빗대 자신을 55살이라고 소개했다. "인생을 여러분과 함께했습니다. 제 나이 몇인 줄 아시죠? 55! 55입니다. 아직 괜찮습니다" 주경기장 콘서트를 할 때마다 비가 왔는데 이날은 빗방울이 살짝 왔다 갔을 뿐 쾌청한 날씨였다. "저하고 같이 노래하고 춤도 추고 마음껏 즐깁시다, 오케이?"라는 조용필의 말에 곧바로 "네!" "오케이!"라는 답이 터져 나왔다.

조용필은 내로라하는 히트곡을 다수 보유한 가수다. 게다가 가수로 데뷔한 지 55년째. 세트리스트에 보통 스물 몇 곡이 들어가니, 누군가는 '듣고 싶었던 곡'을 못 듣고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조용필은 "작년에 안 했던 곡들이 많다. 콘서트 때마다 꼭 그런 말씀을 하신다. '그거 들으러 갔는데 왜 그거 안 하냐'"라며 올해는 지난해 콘서트에서 못 들었던 곡을 준비했다고 예고했다. '창밖의 여자' '비련' '돌아와요 부산항에' '서울 서울 서울' '나는 너 좋아' '판도라의 상자' 등이 추가됐다.

공연장 인근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김수정 기자공연장 인근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김수정 기자'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라는 가사로 유명한 '창밖의 여자'. 이 곡을 부르는 조용필을 봤을 땐, 그가 정말 온몸으로 소리를 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노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영상 효과를 최소화한 것도 눈에 띄었다. '기도하는' 다음 구절은 팬들의 '꺅' 하는 함성이라는 농담이 따라붙곤 했던 '비련'을 실제로 듣게 돼 반가웠다. 강렬한 일렉 기타 연주로 시작한 이 곡은 차츰 기타, 피아노, 드럼 등 밴드 사운드가 조화를 이뤘다.

지난해 말과 올해 나온 신곡도 세트리스트를 채웠다. '찰나'와 '세렝게티처럼'에 이어 지난달 26일 발매한 '로드 투 트웬티 - 프렐류드 투'(Road to 20-Prelude 2)의 타이틀곡 '필링 오브 유'(Feeling Of You)까지 세 곡의 무대가 펼쳐졌다. 팝 록 장르인 '필링 오브 유'는 다양한 신스 사운드와 시원하고 강력한 8비트 리듬, 일렉트릭 기타가 만난 곡으로 '위대한 탄생' 리더이자 기타리스트인 최희선과 키보디스트 최태완이 연주에 참여했다.

특히 신곡에서는 동시대의 트렌디함이 물씬 묻어났다. 이번 콘서트에서 무대를 최초 공개한 '필링 오브 유'는 스토리텔링 형식의 애니메이션 영상이 백미였다. 꼬마 왕자처럼 보이는 캐릭터와 호랑이의 우정을 소재로 했는데, 꽃과 나무가 모두 웃는 얼굴이라는 귀엽고 익살스러운 연출부터 서로 만나지 못하다가 다시 만났을 때의 벅차오름까지 고루 담아냈다.

5년 만에 열린 조용필의 스타디움 콘서트에는 3만 5천 관객이 들었다. YPC,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5년 만에 열린 조용필의 스타디움 콘서트에는 3만 5천 관객이 들었다. YPC,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체조경기장에서 주경기장으로 공연장 규모가 커진 만큼, 영상과 음향이 주는 압도감도 놀라웠다. 반원형으로 만들어진 화면은 그때그때 노래에 따라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꿨다. 가운데 원형 화면을 중심으로 양옆을 6분할, 2분할 등으로 쪼개 썼다. 총 7개의 화면을 띄웠던 '못 찾겠다 꾀꼬리'에서는 다양한 위치에 카메라를 두어 상반신부터 전신까지 두루 나왔다. '잊혀진 사랑' 때는 돌아가는 LP 위로 가사를 띄웠으며, '자존심' 때는 '미련' '착각' 등을 한자로 크게 노출해 강조했고, '친구여' 때는 가사를 내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들이 따라 부를 수 있게 적극적으로 유도했다.

노래에 착 달라붙는 고화질의 영상도 일품이었다.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고 "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뿐"이라고 고백하는 '바람의 노래'는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라고 노래한다. 나뭇잎 하나 달려있지 않은 채 헐벗은 겨울나무가 노래가 끝날 때쯤 초록빛 잎으로 울창한 나무가 되는 연출은 감동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세렝게티 평원을 소재로 한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싶다는 바람을 실현한 곡 '세렝게티처럼' 영상은 드넓은 초원이 주인공이었고, 노래를 부르는 조용필은 실루엣으로 나와 대비를 이뤘다. 스타일리시한 사운드와 조용필의 감각적인 코러스가 특징인 팝 록 장르의 '찰나'는 색색깔의 물감이 튀어 오르고, 무지갯빛 물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등 노래의 톡톡 튀는 느낌을 잘 살려냈다.

조용필은 '미지의 세계'로 시작해 앙코르곡 '바운스'까지 총 25곡의 무대를 펼쳤다. YPC,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조용필은 '미지의 세계'로 시작해 앙코르곡 '바운스'까지 총 25곡의 무대를 펼쳤다. YPC,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친구여'는 별이 잔뜩 박힌 밤하늘이,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 선 등대가 나타났고, '꿈' 무대 때는 회색이었다가 갈색이 되는 건물에서 자연을 비췄다. '태양의 눈'에선 푸르게 시작했다가 금세 붉어지는 지구가 나타났고, '나는 너 좋아'는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무장한 채 해외여행 가는 느낌을 자아냈다. 1988년 나온 조용필 10집 수록곡 '서울 서울 서울'은 '88 올림픽' 개막식 모습을 영상으로 띄워 추억에 잠기게 했다.

올해 74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용필의 목소리는 힘이 있었다. 발음이 또렷한 편이라 가사 전달력도 좋았다. "저는 별로 멘트가 없다"라며 "그냥 즐겨라. 저는 노래하겠다"라고 한 말처럼 2시간 남짓한 공연에서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를 풀어낸 시간은 찰나였다.

세 번째 멘트를 하고 나서는 '돌아와요 부산항에'부터 '잊혀진 사랑' '서울 서울 서울' '필링 오브 유' '고추잠자리' '단발머리' '꿈' '태양의 눈' '나는 너 좋아' '판도라의 상자' '모나리자' '여행을 떠나요'까지 12곡을 내리 불렀다. 개인적으로 가장 뜨거웠던 무대를 고르자면 흥겨우면서도 어딘지 울적하고, 곡의 분위기와 반전되는 고음 파트가 빛났던 '고추잠자리'다. 떼창 유발곡으로는 '모나리자'를 꼽고 싶다.

조용필은 2018년 50주년 콘서트 이후 5년 만에 잠실 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주경기장에서 공연을 하는 건 이번이 8번째다. 김수정 기자조용필은 2018년 50주년 콘서트 이후 5년 만에 잠실 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주경기장에서 공연을 하는 건 이번이 8번째다. 김수정 기자조용필 콘서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연을 완성하는 주축인 밴드 '위대한 탄생'의 연주도 훌륭했다. 록 사운드의 비중이 높아 일렉 기타 연주가 두드러지는 순간이 잦았다. 귀를 찢을 듯한 기타 연주가 생생했던 오늘 그리고'와 '태양의 눈' '모나리자' 무대가 대표적이다. '나는 너 좋아'에서는 조금 더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경쾌한 기타 연주로 시작해, 후반부에는 속주가 등장했다. 많은 이의 애창곡인 '여행을 떠나요'에서도 속주 시간이 있었다.

기타, 드럼, 베이스, 키보드, 피아노와 코러스의 조화는 곡의 매력을 드높였다. 그 덕에 노래는 더 입체적이고 풍성해졌다. '친구여'에서는 건반에서 조금 더 포근한 소리가 났다면, '서울 서울 서울'에서는 신스 사운드가 선명했고, 단출하게 출발했던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뒤로 갈수록 밴드 연주가 힘 있게 받쳐줘 든든했다. '자존심'에서는 코러스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단발머리'에서 속삭이는 듯한 도입도 코러스의 몫이었다.

조용필은 이번 콘서트를 개최하면서 중앙 제어가 가능한 응원봉을 전 관객에게 무료 증정해 눈길을 끌었다. YPC,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조용필은 이번 콘서트를 개최하면서 중앙 제어가 가능한 응원봉을 전 관객에게 무료 증정해 눈길을 끌었다. YPC,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9시 30분, 본 무대가 끝났다. 팬들은 '앙코르'와 '조용필'을 연호했다. 조용필이 다시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기까지는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 앙코르 첫 곡은 '킬리만자로의 표범'이었다. 공연의 마지막 곡은 '바운스'(Bounce)였다. 관객들은 자연스레 일어나 마지막 무대를 즐겼다. 잔디부터 3층까지 메운 관객들을 화면에 비추자 절로 탄성이 나왔다.

공연 주관사인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는 "관객들의 염원과 조용필의 라이브 무대에 대한 갈증, 최고의 연출진과 스태프가 모여 품격 있는 라이브 무대와 함께 또 다른 역사를 썼다"라고 밝혔다.

총 25곡의 무대를 관객에게 전한 조용필은 오는 27일 대구 스타디움 주경기장에서 다시 한번 팬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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