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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하게 꺾인 보스턴의 '역스윕' 도전…버틀러, 8번 시드의 전설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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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 지미 버틀러. 연합뉴스마이애미 지미 버틀러. 연합뉴스
보스턴 레드삭스는 2004년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라이벌 뉴욕 양키스에 먼저 3패를 당했다. 1점 차 뒤진 4차전 9회말 공격에서 데이브 로버츠 현 LA 다저스의 감독의 '더 스틸'이 나오면서 보스턴의 드라마가 시작됐다. 보스턴은 4차전과 5차전에서 연이어 끝내기 승리를 거뒀고 기세를 몰아 메이저리그 사상 첫 '리버스 스윕'을 달성했다.

같은 도시를 연고지로 두고 있는 미국프로농구(NBA) 보스턴 셀틱스도 레드삭스처럼 '리버스 스윕'을 꿈꿨다.

보스턴은 마이애미 히트를 만난 2022-2023시즌 NBA 플레이오프 동부컨퍼런스 결승에서 먼저 3패를 당했지만 원정에서 2경기를 잡아내는 저력을 발휘하며 시리즈를 3승 3패 원점으로 되돌렸다.

공교롭게도 보스턴의 반격이 시작된 마이애미 원정 4차전 관중석에는 데릭 지터와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있었다. 그들은 2004년 포스트시즌에서 '리버스 스윕'의 희생양이 됐던 양키스의 간판 스타들이었다.

이후 데이비드 오티즈, 케빈 밀라 등 2004년 레드삭스의 주역들이 미디어와 SNS 등을 통해 셀틱스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보스턴은 반격했다. 특히 마이애미 원정 6차전 승리는 극적이었다. 1점 차로 뒤진 종료 3초 전 마지막 공격, 실패 시 한 시즌이 끝날 위기에서 데릭 화이트가 종료 0.1초 전 극적인 버저비터 팁인을 성공해 보스턴의 희망을 연장했다.

30일(한국시간) 미국 보스턴 TD가든에서 운명의 마지막 7차전이 열렸다.

NBA 플레이오프 역사상 먼저 3패를 당한 팀이 내리 4연승을 거두고 시리즈를 뒤집은 사례는 없다. 한 팀이 먼저 3승을 거뒀던 7전 4선승제 시리즈는 역대 150번 있었다. 단 한 번도 '리버스 스윕'이 나오지는 않았다.

앞선 150번의 사례 가운데 3연패 뒤 3연승으로 승부를 7차전까지 끌고 간 경우는 3번에 불과했다. 보스턴은 역대 4번째로 '리버스 스윕' 도전에 나섰다. 그런데 지난 사례들과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리버스 스윕'을 눈앞에 두고 좌절했던 팀들은 모두 7차전을 적지에서 치렀다.

보스턴은 1951년 파이널 뉴욕 닉스, 1994년 서부 2라운드 덴버 너겟츠, 2003년 서부 1라운드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와 달리 마지막 7차전을 안방에서 치렀다.

희망을 품을만한 큰 변수였다.

하지만 7차전 시작 26초 만에 보스턴의 희망을 꺾는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큰 경기에 강한 해결사 포워드 제이슨 테이텀이 공격 도중 왼쪽 발목이 꺾이는 부상을 당한 것이다.

제이슨 테이텀은 이후 통증을 참아가며 뛰었다. 특유의 적극성과 득점 생산 능력이 크게 저하됐다. 리바운드를 11개나 잡아냈지만 득점은 14점에 불과했다.

6차전의 영웅 데릭 화이트가 18득점을 기록하며 분전했다. 하지만 제이슨 테이텀과 원투펀치를 이루는 제일린 브라운이 부진했다. 팀내 최다 19득점을 기록했지만 실책을 8개나 범했다.

반면, 마이애미는 굳건했다. 에이스 지미 버틀러가 28득점 7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활약하며 동부컨퍼런스 플레이오프 MVP에게 주어지는 래리 버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단기전에서는 '미쳐주는 선수'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케일럽 마틴이 그랬다. 수비형 포워드로 알려진 마틴은 3점슛 4개를 포함, 26득점 10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코트를 지배했다.

NBA 역사는 이번에도 '리버스 스윕'을 허락하지 않았다. 마이애미는 운명의 7차전에서 보스턴을 103-84로 완파하고 NBA 파이널 진출 티켓을 차지했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팀들 가운데 동부컨퍼런스 최하위 시드(8번)으로 출발한 보스턴은 1999년 뉴욕 닉스 이후 처음으로 NBA 파이널에 진출한 8번 시드 팀이 됐다(당시 뉴욕은 파이널에서 팀 던컨, 데이비드 로빈슨이 활약한 샌안토니오 스퍼스에 졌다).

아울러 마이애미는 플레이-인 토너먼트에서 살아남은 팀으로는 처음으로 NBA 파이널에 진출하는 새 역사를 썼다.

마이애미의 정규리그 성적은 동부컨퍼런스 7위. 하지만 플레이-인 토너먼트 첫 경기인 7번 시드 결정전에서 동부 8위 애틀랜타 호크스에게 일격을 맞았다. 이후 벼랑 끝 승부였던 8번 시드 결정전에서 시카고 불스를 꺾고 기사회생했다.

마이애미는 플레이오프 첫 경기에서 백코트 해결사 타일러 히로를 부상으로 잃었다. 그러나 1라운드에서 동부 1위 밀워키 벅스를 잡아냈고 기세를 몰아 뉴욕과 보스턴을 완파하며 2020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NBA 파이널 무대에 섰다.

마이애미는 한국시간으로 오는 6월2일 서부컨퍼런스 챔피언인 덴버 너겟츠와 우승을 다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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