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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지금은 대체 어떤 세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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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경제우선주의로부터 되찾아와야 한다"


주디스 버틀러는 "그냥 바이러스가 빨리 돌게 하라!"(Let-the virus-Rip!)고 외쳤던 미국 트럼프 정권의 구호를 언급하며, 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인·장애인·면역저하자·빈곤층 등 취약계층을 희생하겠다는 권력의 뻔뻔한 결정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COVID-19)가 드러낸 세계의 불공정성과 정치권력의 폭력성이 팬데믹을 통해 어떻게 나타났는지 규명한다. 완전한 면역이 불가능한데도 정부는 방역조치를 완화하고 시장경제를 섣부르게 재개했던 행위가 어느 정도의 인구를 희생할 수밖에 없다는 발상에서 나온 폭력적인 조치라고 비판한다.

우리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주디스 버틀러의 신간 '지금은 대체 어떤 세계인가'(원제: What World Is This? A Pandemic Phenomenology)는 코로나바이러스로 혼란에 빠진 팬데믹 세계를 분석한 책이다. 그는 국경과 면역체계를 넘나들며 전파되는 바이러스가 역설적으로 자기 이익과 자기중심주의를 넘어서 인간의 상호의존성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버틀러는 프랑스 철학자 메를로 퐁티의 '상호 엮임' 개념을 끌어온다. 인간이 생명체로서 같은 공기를 들이쉬고 내쉬어야 하는 한 완전히 경계지어진 세계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우리는 서로 엮여 있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구성하기에 모든 사람이 살 만하다고 느끼는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버틀러는 "너무도 쉽게 생명을, 생명체들을, 그리고 서식 및 생활환경을 폐기해 버리는 권력들에 맞서는 투쟁"이 필요하다며 오히려 펜데믹이 들추어낸 민낯을 진단하고 불평등의 존재를 인식함으로써 위기이자 선물, 슬픔이자 사랑이 된 이 역설적인 펜데믹에서 포스트코로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성찰과 전환의 시작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인간으로서의 삶의 가능성과 공동체의 윤리적 관계성을 모색해온 철학자 버틀러의 끊임 없는 호소에 귀 기울여 보자.

주디스 버틀러 지음ㅣ김응산 옮김ㅣ창비ㅣ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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