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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들기]AI와 공존하는 세상, 소설과 영화는 어떻게 그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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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기존의 AI가 데이터와 패턴을 학습해 대상을 이해하는 방식이었다면 생성형 AI는 텍스트, 오디오, 이미지 등 기존 데이터를 비교학습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진일보한 AI(인공지능) 기술입니다. 챗GPT의 등장은 창작 산업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CBS노컷뉴스는 세 차례에 걸쳐 AI가 콘텐츠 창작 분야와 일상에 어떤 변화를 주게될지 조망해봅니다.

[AI 콘텐츠가 몰려온다 ②] 영화·드라마·책으로 보는 AI 시대 재구성

▶ 글 싣는 순서
① 뇌가 흥분한다…AI가 노리는 '일자리'
② 영화·드라마·책으로 보는 AI 시대 재구성
③ 자가발전하는 AI와 공존할 수 있을까

카렐 차페크의 희극 'R.U.R' 1922년 초연 모습. 위키미디어 커먼즈 제공 카렐 차페크의 희극 'R.U.R' 1922년 초연 모습. 위키미디어 커먼즈 제공 1920년 체코 프라하에서 처음 등장한 '로봇(Roboti)'. 아이러니하게도 과학문명의 핵심기술로 꼽히는 로봇은 체코 출신의 작가 카렐 차페크의 문학 희곡 'R.U.R: 로숨 유니버셜 로봇'으로 탄생했다.
 
인간들은 합성 유기물을 이용해 '로봇'이라 불리는 인조인간을 만들어낸다. 로봇은 인간처럼 착각되거나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지금의 인공지능을 가진 안드로이드나 클론에 가깝게 그려진다. 로봇은 인간을 위해 일하는 것이 행복했지만 반란을 일으키고 인류의 멸종을 초래한다.
 
인공지능을 가진 완성체 인조인간 '안드로이드'의 첫 창조물은 프랑스 작가 오귀스트 빌리에 드 릴아당이 쓴 '미래의 이브(L'Eve future)'에 등장하는 여성 인조인간이다.
 
1886년 출간된 이 SF 장편소설에는 빼어난 미모로 영국의 귀족 청년 에왈드 경의 마음을 사로잡은 부르주아 출신 가수 알리시아가 등장한다. 속물적이고 계산적이며 예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천박한 영혼을 지닌 여성이다. 전기공학자 에디슨은 그녀를 대신해 꼭 닮은 외형에 지성과 고매한 영혼을 갖춘 인조인간을 만들어주고 숨을 불어넣는다.
 
'해저 2만리'의 쥘 베른, '타임머신'의 조지 웰스 등과 함께 현대 문학과 영화, 예술은 물론 과학자들에게 상상력과 영감을 주며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아포칼립스, 레트로 퓨처리즘, 사이버펑크, 스팀펑크 등 다양한 SF적 세계관을 제시하며 영화와 제2창작물로 만들어져 오늘날의 미래사회를 그리는 상상력의 출발점이 됐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초판본(1818)에 담긴 '크리처' 삽화. 우측은 할리우드 영화사 유니버설이 재해석한 '크리처' 괴물 캐릭터. 위키미디어 커먼즈, 유니버설 제공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초판본(1818)에 담긴 '크리처' 삽화. 우측은 할리우드 영화사 유니버설이 재해석한 '크리처' 괴물 캐릭터. 위키미디어 커먼즈, 유니버설 제공 앞서 1818년 초판이 출간된 '프랑켄슈타인'(저자 메리 셸리)의 지적이면서도 괴상한 창조물인 '크리처'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지만 크리처는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여러 시신의 '가장 아름다운 외모의 특징들을 골라서' 짜맞추었다. 뇌까지 조합해 전기 충격으로 만들어낸 '생체 인조인간'이다. 인공지능이나 로봇과는 결이 다른 생체의과학에 의한 생명체에 더 가깝다. 현대 의과학에서 인공장기 이식이나 생체이식 기술의 모태가 되는 상상력을 제공했다.

2020년대 들어 국내에도 SF장르가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서 첨단 문명의 이기를 배경으로 한 스토리들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의 대표 SF작가인 김보영의 소설집 '얼마나 닮았는가'의 동명 단편소설 '얼마나 닮았는가'는 구조신호를 받고 보급품을 전달하러 가는 식량 보급회사의 우주선에서 AI(나)가 위기관리메뉴얼에 따라 선원들의 동의를 얻어 인간 의체에 삽입되면서 벌어지는 사회적 갈등과 반목 등 디스토피아를 그렸다.
 
김 작가는 공동저서 'SF 거장과 걸작의 연대기'를 통해 "과학만능주의와 인공 생명체에 대한 경계와 두려움을 드러내는 서구 SF의 흐름은 실상 '프랑켄슈타인'의 계보에 속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평했다.

과학문명의 편리함을 바라는 서구사회의 내면에 인간을 초월하는 새로운 '존재'로부터 착취당하거나 통제받는 등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깔린 작품들이 쏟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프랑켄슈타인'이 수많은 작품으로 회자된 것도 인간의 무책임한 연구윤리가 어떻게 그 자신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을 파멸의 길로 이끌게 되는지 보여주는 반면교사의 전형일 것이다.

문학적 상상력을 뛰어넘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영사기의 발명은 상상속에서만 존재했던 그림들에 시각적 효과를 더하며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필립 K. 딕의 SF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 블레이드 러너'(1982)는 고도로 발전한 AI 로봇 '레플리칸트'와 인간의 유사성을 다룬 암울한 사이버펑크 영화로 80년대 이후 다양한 문학과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왼쪽부터 외화 '블레이드 러너 : 더 파이널 컷' '인셉션' '엑스 마키나'. 워너브러더스, 유니버설 제공왼쪽부터 외화 '블레이드 러너 : 더 파이널 컷' '인셉션' '엑스 마키나'. 워너브러더스, 유니버설 제공'엑스 마키나'(2015) 역시 천재 개발자가 만든 인간의 인격과 감정을 가진 AI 로봇에 초점을 맞추며 단순히 기계화된 로봇 이상의 세상을 그려낸 스릴러물이다.

꿈을 조작하고 정보를 추출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배경으로 한 '인셉션'(2010), 눈부시게 발전한 첨단 기술. 하지만 인간의 어두운 본능이 그 기술을 이용하면서 기이한 악몽이 시작되는 드라마 '블랙 미러' 역시 AI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영화 '허'(2014)는 인간과 AI 간의 정서적 연결과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미래 가상현실 테마파크에서 인간들의 노리개로 쓰이던 로봇들이 반란을 일으킨다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웨스트월드'는 고도의 AI를 장착한 로봇들이 인간과의 상호작용 안에서 인간의 욕망과 윤리를 드러내는 작품이다.

어벤저스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의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 소니픽처스 제공어벤저스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의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 소니픽처스 제공흥미로운 점은 초인들의 집합체인 영화 '어벤저스'의 아이언맨 슈트를 입는 토니 스타크는 슈트에 탑재된 AI '자비스(JARVIS)'로부터 슈트 조작, 정보 분석, 상황 예측, 각종 자동화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자비스가 주역은 아니지만 다른 SF 영화들과 달리 순종적이고 매우 기계적인 모습으로 이들 AI는 호감 있게 그려진다.

'어벤저스:인피니티 워' 이후에는 자비스 역을 이어받아 새로운 AI '프라이데이(FRIDAY)'가 등장한다. 자비스가 집사와 같은 AI라면 프라이데이는 매우 사무적이고 직장 비서같은 스마트한 AI 비서다.

문학과 영화,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다양한 시각은 AI와 인간의 관계, AI가 가진 한계와 역설 등을 다루며 우리에게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영화 매트릭스. 워너브러더스 제공영화 매트릭스. 워너브러더스 제공영화 '엑스 마키나'의 네이든(오스카 아이삭 분)은 "언젠가 인공지능은 우리를 보면서 우리가 아프리카 평원의 화석 뼈를 바라보는 것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볼 거예요. 먼지 속에서 살며 원시적인 언어와 도구를 가진 직립하는 원숭이들, 모두 멸종을 위해 정해진 존재라고요"라며 인간 내면의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반면, 인간의 기억마저 AI에 의해 입력되고 삭제되는 더 진짜 같은 가상세계를 그린 명작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로렌스 피시번 분)는 "네오, 나는 네 마음을 해방시키려고 하고 있어. 하지만 나는 단지 문을 보여줄 수 밖에 없어. 네가 걸어서 그 문을 지나가야만 해"라고 말한다.

수많은 고전과 현대 문학 작품들에서 인류가 역사적으로 의지해 온 신화와 종교는 '신이 인간보다 우월한 창조자'라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절대적 지위를 갖지만 오늘날 AI나 안드로이드는 창조자인 인간을 넘어서는 신체능력과 지능을 가진 두려운 존재로 대부분 그려지며 인간의 불확실성과 불완전성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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