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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행복하기 위한 조건, 알고 계신가요? [책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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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충분히 행복해보이나요? 스마트이미지 제공 지금 이 순간 충분히 행복해보이나요? 스마트이미지 제공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행복의 조건으로 재산, 용모, 명예, 체력, 언변 5가지를 제시했다.

먹고 입고 살기에 조금 부족한 듯한 재산,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에 약간 부족한 듯한 외모, 자신이 자만하고 있는 것에서 절반밖에 인정받지 못하는 명예, 남과 겨루어 한 사람은 이기고 두 사람에게는 지는 체력, 연설했을 때 절반 정도 박수를 받는 말솜씨라고 꼽았다.

모자람이 없는 완벽한 상태는 이를 유지하기 위해 늘 근심과 불안, 긴장으로 불행한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플라톤은 이 때문에 조금은 부족하고 모자랄 때 행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의 수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문·사회·자연과학 분야 등 다방면으로 통섭한 철학자로 모든 인간의 행위는 궁극적 목적이 행복에 있다고 말했다. 이 행복은 본능보다 중용(中庸)이란 덕과 이성적인 행동을 할 때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이는 교육을 통해 행복을 성취할 수 있고 국가에 유능한 인재로 성장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익숙해서인가, 일면 우리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행복은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인가?  

21세기북스 제공 21세기북스 제공 그러나 '행복의 기원'(2021·21세기북스)의 저자 서은국 연세대 교수는 이 같은 행복에 대한 통상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자고 한다. 행복이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이라는 철학자들의 주장에 익숙해져 일상의 노력은 삶의 최종 이유가 되어 행복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한다며 매우 비과학적이고 인간 중심적 사고라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꿀벌은 꿀을 모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도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닌 자연 법칙에 따라 생존을 위한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감을 느끼도록 설계된 것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삶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논거와 달리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근거로 인간은 유전적으로 행복의 절대치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말한다. 아무리 더 많은 행복을 누리고 싶어도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행복하거나 불행한 사건들은 통상 4개월 정도 지난 이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한다. 일정 시간이 흐르면 이에 '적응'하면서 행복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세계적인 신경과학자이자 감정생물학 전문가인 진 월렌스타인(Gene Wallenstein)는 저서 '쾌감의 본능'(2009·은행나무)에서 인간에게 행복감을 주는 쾌감을 두고 '우리의 번식 성공률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우리를 이끄는 진화의 오랜 도구'라고 정의한다.

그는 지난 수백 년 동안 철학자들과 종교 지도자들이 쾌감의 가치와 본질을 두고 토론해왔으며, 보다 지속적인 행복과 비교해왔다며 이 둘을 '형제 지간'이라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쾌감이 합리적 사고를 완전히 포기한 일종의 반사작용으로 불길 같은 충동이라고 한다면, 행복은 우리의 사회적·도덕적 정체성에서 형성되는 추상적 감정이라고 정리했다.

서 교수는 우리가 용돈을 받고 즐거워할 때 느끼는 행복 역시 돈 자체에 있는 것 아닌, 사과의 빨간색처럼 행복감도 뇌에서 합성된 경험이라고 말한다. '돈'이라는 자극이 뇌의 특정 부위를 흥분시켜 '좋다'는 일시적 경험을 합성해내는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돈'이 모두에게 행복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듯이 훨씬 더 복잡하고 미묘한 경험이 행복이라고 한다.

지난 30년 간의 행복에 대한 연구들에서 흥미로운 것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나라일수록 행복감이 높았다는 사실이다. 반면 오랜 유교적 사회 문화를 경험하고 일제강점기, 군사독재, 군대와 같은 서열화된 계급 구조를 겪어온 한국 사회의 획일화되고 집단주의적 문화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우리의 행복감을 제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볼 일이다.

은행나무 제공 은행나무 제공 서 교수는 행복에 가장 큰 영향으로 미치는 것으로 '사람과의 관계'를 꼽았다. 30년 전 한 성격 연구에서 우연히 외향적인 사람들이 유난히 행복감이 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외향적 성격의 사람이 타인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이 자기를 좋아하도록 하는 탁월한 재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화론적으로도 친사회적 행동은 필요한 것을 얻는 등 생존성을 높이는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쾌감과 불쾌감을 빠르게 구분하는 능력도 마찬가지다.

쾌락은 금방 사라진다. 그 경험의 유효 기간은 4개월을 넘지 못한다.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목적이라면 내 삶이 행복하기 위한 수단이 되지만, 내 삶의 수단을 행복한 것들로 채울 때 인간으로서의 생존 가치와 생존력은 더 높아지지 않을까. 늘 행복하면서 말이다.    

이 책은 결론에서 인간이 가장 행복을 느끼는 순간을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사진'으로 정리한다.

행복의 기원ㅣ서인국 지음ㅣ21세기북스
쾌감의 본능ㅣ진 월렌스타인 지음ㅣ김한영 옮김ㅣ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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