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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학회 "노인요양시설 임차허용 추진 중단하라…공공성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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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과대안을위한사회복지학회·한국노인복지학회 등 19단체
"해외서 이미 경험한 문제…英, 노인 3만 명 오갈 데 없어져"
"투기성 자본 유입 심화→장기요양 '돈벌이 수단' 전락 우려"

7월 19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A에서 '신 노년층을 위한 요양시설 서비스 활성화 방안 연구 관련 공청회'가 열리는 가운데 민주노총 전국돌봄서비스노조, 보건의료노조,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등 관계자들이 장기요양시설 임대 허용 추진에 반대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7월 19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A에서 '신 노년층을 위한 요양시설 서비스 활성화 방안 연구 관련 공청회'가 열리는 가운데 민주노총 전국돌봄서비스노조, 보건의료노조,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등 관계자들이 장기요양시설 임대 허용 추진에 반대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요양기관 확충을 명목으로 토지나 건물을 소유하지 않고도 시설 운영을 가능케 하는 '임차 요양원' 추진을 공식화하자 보건·복지 분야 학회가 일제히 '강력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17일 발표한 '제3차 장기요양 기본계획(2023~2027)'에서 도심 등 시설 공급이 부족한 일부 지역에 비영리법인 등에 한해 민간 임차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학계에선 이같은 규제 완화가 현실화될 경우, 시설 난립과 폐업으로 노인들의 주거안정성이 위협받고 복지서비스의 근간 자체가 흔들릴 거라 보고 있다.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한국노인복지학회와 한국사회보장학회, 한국장기요양학회 등 19개 학회는 21일 공동 성명문을 통해 "노인의 주거권을 침해하고 장기요양제도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노인요양시설의 임차 허용을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 학회는 약 한 달 전 개최된 '신(新)노년층을 위한 요양시설 서비스 활성화 방안' 공청회를 들어 "보건복지부가 노인요양시설의 임차 허용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돌봄제도의 공공성 추구라는 시대적 사명과는 정확히 역행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상 10인 이상이 노인요양시설을 설치·운영하려면 사업자는 토지와 건물을 반드시 소유해야 한다. 시설의 잦은 개·폐업을 방지하고 입소자들의 주거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다.
 
추후 늘어날 수요에 대비해 시설 공급을 늘릴 필요가 있는 지역에서는 일정 규모의 비영리법인 등을 조건으로 임차를 풀어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특히 새로운 (대상자가 될) '베이비부머' 같은 경우 교육수준도 있고 경제 여력도 있는 상태"라며 "이런 분들이 지역 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임차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학회들은 "임차 제도를 허용해 주면 노인요양시설 공급자는 매입이 아닌 전세, 장기 리스 등으로 시설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며 "시설의 재정상태가 악화되거나 시설의 모기업이 갑자기 파산해 노인요양시설이 폐업할 경우 거주하던 노인들은 쫓겨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이는 이미 미국, 영국 등에서 부작용이 드러난 전철이라는 지적이다.
 
학회들은 "특히 영국은 노인요양시설을 750개 보유하고 있었던 서던 크로스(Southern Cross)라는 회사가 2012년 갑자기 파산하면서 노인 3만 명이 오갈 데가 없는 상황이 발생해 사회적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은 바 있다"고 짚었다.
 
또 시설 운영기준이 낮아지는 순간 '투기자본의 유입'의 가속화는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학회들은 "임차 허용은 손해보험업계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적은 자본금으로 노인요양시설을 설립할 수 있게 되면서 장기요양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투기성 자본의 유입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 유럽의 노인요양시설 연구를 살펴보면, 사모펀드와 같은 투기성 자본으로 시설을 운영하는 공급자들은 수익을 극대화하다가 3~7년 후에는 시설을 매매하고 시장을 떠나버린다"며 "이들은 장기적 시설 운영을 통해 노인을 안정적으로 돌보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개인사업자들이 단기간 수익을 취한 뒤 폐업하고 다시 대표자 명의만 바꿔 시설을 개설하는 악의적 영업행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존 시설 설립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학회들은 "정부가 새로 시장에 진입한 공급주체에게 노인요양시설 임차를 허용해 주는 것은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현재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공급자들은 법인과 개인의 자산을 투입하거나 은행에서 대출 등을 받아 어렵게 시설을 설립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손보업계의 입장을 받아들여 노인요양시설 임차를 허용하면 신규로 시장에 진입하는 시설들은 적은 자본금으로도 시설을 설치할 수 있게 되고, 기존 시장을 잠식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의 노인요양이 시설보다 '재가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점에서 방향성 자체가 잘못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학회들은 "노인이 살던 집과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돌봄을 받는 재가서비스 중심으로 가는 것이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재정부담도 절감하는 길"이라며 "(정부가 검토 중인) 임차허용은 시설 요양의 과대 공급을 유인하고 서비스 품질을 저하하므로 요양서비스의 발전방향에 역행한다"고 밝혔다.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학회장을 맡고 있는 홍영준 상명대 가족복지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돌봄이나 요양은 국가에서 책임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양시장 자체를 정상화할 방안은 아무것도 없이 규제를 완전히 완화하겠다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에 문제가 된) '임차냐, 아니냐'는 (논쟁의) 전초전인 것은 맞지만 본질적 문제는 아니다"라며 "내가 노인이 되었을 때 노인으로서 존엄한 주거권, 그러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계획을 내놓으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홍 교수는 아울러 "코로나19를 겪으며 요양시설 내 코로나(집단감염)가 터지지 않게 막는 비용이 사회적으로 어마어마했다. 이제는 그런 식의 주거유형 자체가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커뮤니티 케어'로의 전환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학회들은 "정부는 종합적인 장기요양 공공성 증진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더 나아가 노인의 지역사회 거주(aging in place)가 가능하도록 지역사회통합돌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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