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절반이 아파트 사는데…"화재 탈출구가 없다? 대피요령 A to Z[노컷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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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주말 뉴스쇼 모아모아 팩트체크

■ 방송 : CBS 라디오 <주말 뉴스쇼> FM 98.1 (07:00~08:55)
■ 진행 : 조태임 기자
■ 대담 : 선정수 팩트체커

26일 성탄절 새벽 화재가 발생한 서울 도봉구 아파트에 대한 현장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이 화재로 2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쳤다. 박종민 기자26일 성탄절 새벽 화재가 발생한 서울 도봉구 아파트에 대한 현장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이 화재로 2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쳤다. 박종민 기자
◇조태임> 한 주를 팩트체크로 정리하는 모아모아 팩트체크입니다. 오늘도 선정수 팩트체커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불나면 무조건 밖으로 대피해야 하나?' 이런 주제인데요. 크리스마스 당일에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에서 안타까운 화재 사고가 있었어요.
 
◆선정수> 지난 25일 서울 도봉구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안타까운 희생이 발생했습니다. 3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4층에 살던 입주민이 1층으로 뛰어내려 숨졌습니다. 두 아이의 아빠인 이 입주민은 아파트 경비원들이 가져다 놓은 재활용 포대 위로 아기를 안고 뛰어내렸다가 숨진 걸로 전해졌습니다.

이 아파트 10층에 살던 다른 입주자도 가족을 대피시킨 뒤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전국민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아파트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화재 상황에 대한 대비는 높은 아파트 거주 비율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화재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못 알려진 사실은 없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조태임> 화재가 발생하면 무조건 건물 밖으로 피해야 한다고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선정수> 사실이 아닙니다. 오히려 무작정 건물 밖으로 나가려 하다가 화를 입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아파트에서 모두 8360건의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 화재로 인해 1040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는데요. 이 중 39%가 대피 중에 발생한 걸로 파악됐습니다. 이에 따라 소방청은 지난 11월 '아파트 화재 피난안전대책 개선방안'을 만들었습니다.

소방청은 "그동안 화재가 발생하면 장소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대피를 먼저 하도록 안내하였으나, 아파트의 경우 대피 과정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화재 상황에서 우린 어떻게 해야할까요? 내집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현관을 통해 대피할 수 있으면 계단을 이용해 낮은 자세로 지상층이나 옥상 등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고, 현관 입구 등에서의 화재로 대피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대피 공간이나 경량칸막이 등이 설치된 곳으로 이동해 대피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합니다. 

집 바깥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는 집으로 화염 또는 연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세대 내에서 대기하며 화재 상황을 주시하고 연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창문을 닫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그런데 집으로 화염 또는 연기가 들어오는 경우라면 내집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와 같이 대피해야 합니다.
 
◇조태임> 일부 매체들은 '옥상은 위험하다'고 보도하는데요.
 
◆선정수> 네 그런 보도를 보면 불이 나면 옥상은 무조건 가지 말아야 할 곳으로 인식됩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세대 내로 불꽃과 연기가 들어오는 상황이라면 옥상이든 건물 밖으로든 대피해야 합니다. 옥상과 가까운 고층부 주민이라면 옥상 피난시설 출구가 어디인지 사전에 알아둬야 합니다. 최근에 지은 아파트는 화재경보가 울리면 옥상 출입문이 자동으로 열리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그러나 옥상 출입문 위치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면 화재 발생시 큰 위험을 당할 수 있습니다. 2020년 12월 경기도 군포시 한 아파트 화재현장에서 주민 2명이 맨 꼭대기 기계실 문 앞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옥상 출입문은 한 층 아래에 있었고 문도 열려있는 상태였지만 희생자들은 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가장 꼭대기로 올라간 겁니다. 옥상 출입구가 정확히 어디에 위치하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화재가 발생한 곳이 내집보다 윗층이라면 지상층으로 대피하는 게 효과적입니다. 연기는 위쪽으로 더 빨리 확산하기 때문에 계단을 따라 옥상으로 대피하다가 유독가스에 휩싸여 질식할 우려가 있습니다.
 
◇조태임> 화장실에서 물을 틀어라. 이런 내용의 보도도 있었어요. 
 
◆선정수> 한겨레는 26일 보도한 <3층 화재, 5층 생존, 10층 사망… 아파트공화국 '대피헌법'이 없다> 기사를 통해 "이번 화재처럼 베란다를 통해 불길이 번진 경우엔 욕실로 이동하는 게 안전하다. 욕실엔 물이 있다. 물은 불과 연기를 막아준다."고 설명합니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욕실로 대피하면 물이 저절로 수도꼭지에서 뿜어져나와 불과 연기를 막아주는 건 아닐 텐데요. 굉장히 불친절한 기사입니다.

중앙일보는 전문가를 인용해 "옷가지 등을 물에 묻혀 현관 등 연기가 들어오는 문틈을 모두 막고, 화장실 욕조에 물을 채운 뒤 대피하는 것이 좋다"고 전합니다. 욕조에 물을 채워서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는 안 알려줍니다. 세계일보는 "화장실로 들어가서 유독가스가 빠져나가도록 환풍기를 틀고, 물을 최대한 틀어서 물이 밖으로 흘러나가면서 불길이 화장실로 못 오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화장실 배수구를 막고 수돗물을 콸콸 틀어서 문틈으로 물이 흘러넘치도록 하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미국 화재예방협회(NFPA)는 "복도에서 연기나 화재로 인해 아파트 건물에서 나갈 수 없는 경우 소방서에 전화하여 정확한 위치를 알리고 창문이 있는 방에 모여 도착을 기다립니다. 당신과 불 사이의 모든 문을 닫으십시오. 덕트 테이프나 수건을 사용하여 문 주위와 통풍구 위를 밀봉해 연기가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세요."라고 강조합니다.
 
◇조태임> 불이 나면 일단 119에 신고를 하고 안전한 곳으로 피해야 하는데요. 건물 밖이나 옥상으로 대피하지 못한다면 결국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단 말이죠. 구조대는 얼마나 빨리 오나요?.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선정수> 화재신고 접수부터 소방차 도착까지 걸리는 시간은 전국 평균 7분10초로 나타납니다. 화재가 발생했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내집 안으로 연기와 불꽃이 들어오지 않는 경우는 연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을 닫고 문틈을 막은 뒤 대기하면서 상황을 주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조건 대피를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119 또는 이웃과 통화하면서 발화지점과 화재확산 상황을 파악하고 행동계획을 세우는 게 좋습니다. 신축건물은 아파트 각층이 방화구획으로 구분돼 있어 한층에서 다른 층으로 쉽게 불이 옮겨붙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집으로 연기와 불꽃이 들어온다면 대피를 시도해야 합니다.
 
◇조태임> 대피경로를 알아두는 게 중요할 것 같은데.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아요.
 
◆선정수> 경량칸막이, 완강기, 옥상출입구, 하향식피난구 등 대피시설의 위치와 사용법을 사전에 잘 알아놓는 게 중요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실제 화재상황에서 유독가스가 발생하면 시야가 매우 제한됩니다.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어디에 대피시설이 있는지 알 수 있도록 반복해서 대피 훈련을 해야합니다.

집 밖으로 대피해야 할 경우에는 문을 열기 전에 문고리나 문을 만져봐서 뜨겁지 않은지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뜨겁다면 문 바깥쪽이 굉장한 열기에 휩싸여 있다는 걸 뜻하므로 나가지 않는 편이 더 안전합니다. 바깥으로 대피할 수 없고 발코니쪽도 화염 또는 연기에 휩싸여 있을 때는 욕실 등 불길에서 먼쪽으로 피합니다. 이때 연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방문 틈을 막고 젖은 수건 등으로 호흡기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부 언론은 물에 적신 옷가지 등으로 문틈을 막으라고 하는데요. 아랫쪽은 모르겠는데 위쪽 틈새는 어떻게 물에 젖은 옷가지로 문틈을 막을 수 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미국 화재예방협회가 제시하는 것처럼 덕트테이프가 더 현실적인 방법인 것 같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어떤 대피시설이 있는지 잘 모르시면 관리사무소에 문의하시면 됩니다. 경량칸막이는 발코니 쪽에 마련된 얇은 벽인데요. 한집에서 불이 났을 때 다른 집을 통해서 대피할 수 있도록 발로 차면 부서지도록 얇게 만든 벽입니다. 그런데 모르고 이 앞에 짐을 쌓아놓으면 긴급 상황에 대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하향식피난구는 아랫집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장치입니다. 발코니 실외기실 같은 데 있구요. 뚜껑을 열면 아랫집으로 내려갈 수 있는 사다리가 나옵니다. 완강기는 비교적 저층에서 로프를 이용해 건물 밖으로 탈출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입니다. 댁에 완강기가 있다면 동영상으로 사용법을 숙지하는 게 좋습니다.
 
◇조태임> 해외에선 아파트 화재에 대해 어떤 대응책을 제시하고 있나요?
 
◆선정수> 미국 뉴욕시의 아파트 비상 대응 가이드를 살펴봅니다. 침착하십시오. 패닉에 빠지지 마십시오. 화재 대응팀에 가능한 빨리 통보하십시오. 소방대원은 화재 신고를 받은 지 몇 분 안에 현장에 도착할 것입니다. 불, 열, 그리고 연기는 일반적으로 아파트 아래층에서 발생한 화재가 아파트 위층에서 발생한 화재보다 안전에 더 큰 위협을 줄 수 있습니다. 스스로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능력을 과대평가하지 마십시오. 대부분의 화재는 쉽고 안전하게 진압할 수 없습니다.

화재를 진압하려고 하면 반드시 방에서 철수할 수 있는 안전한 경로가 있는지 확인하십시오. 화재 발생 시 건물을 나가기로 결정한다면, 나가면서 모든 문을 닫아 화재 확산을 제한하십시오. 결코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마십시오. 엘리베이터는 층 사이에서 멈출 수 있거나 불이 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연기나 열로 가득 찰 수 있습니다.화재로 인한 열, 연기 및 가스는 신속하게 질식을 유발합니다. 연기가 높은 상태에서는 바닥으로 기어가며 코로 숨을 쉬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내용입니다.
 
◇조태임> 이번 화재사고에서 4층 일가족이 뛰어내렸는데 유독 남편만 숨졌습니다. 4층 정도면 그다지 위험하지 않을 것도 같은 생각도 드는데요. 어떻습니까..
 
◆선정수> 개별적인 상황마다 다를 것 같은데요. 이번 화재사고 피해자의 사인은 추락에 의한 둔력 손상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추락하면서 받은 충격으로 장기가 손상돼 사망에 이르렀다는 뜻인데요. 일단 머리에 충격을 받으면 4층보다 훨씬 낮은 높이에서도 사망으로 이어지는 사례들이 많습니다. 산재사고 사례를 보면 2m 이하의 사다리에서 떨어져도 숨지는 사례들이 왕왕 있습니다. 심지어는 80cm 사다리에서 넘어지면서 사망한 사례도 있구요. 전문가들은 탈출시 2층 이상에서 뛰어내리는 것은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주거유형별로 좀 더 세밀한 안전대책이 마련돼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번 사고를 접한 뒤에 일단 대피경로를 확인해 봤습니다. 저는 22층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요. 현관문을 열자마자 옥상출입구가 있습니다. 이게 화재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열리게 돼 있다는 걸 확인했구요. 만약에 불이 난다면 저는 옥상으로 대피할 계획입니다. 아이에게도 말해놨구요. 현관문 쪽에 불이 나서 그쪽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실외기실에 있는 하향식피난구를 이용할 계획입니다. 여러분들도 불이 나면 어떻게 대피할지 여러가지 경로를 확인하시고요. 꼭 대피 연습을 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조태임> 우리집에 불이 나겠어 라는 안이한 생각을 갖고 대피법에 대해 거의 잘 몰랐던게 사실인데 이번일을 계기로 미리 알아놔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선정수 팩트체커였습니다.

■ 방송 : CBS 라디오 <주말 뉴스쇼> FM 98.1 (07:00~08:55) ■ 진행 : 조태임 기자 ■ 팟캐스트, 오디오클립, 유튜브 '노컷'을 통해 다시듣기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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