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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스텝의 진화? 벨란겔이 잘 쓰고, NBA서도 유행인 '피노이 스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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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한국가스공사 샘조세프 벨란겔의 2022-2023시즌 경기 장면. KBL대구 한국가스공사 샘조세프 벨란겔의 2022-2023시즌 경기 장면. KBL
미국프로농구(NBA)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레전드 마누 지노빌리는 '유로 스텝(euro step)'의 권위자였다.

유로 스텝은 드리블 돌파를 하다가 수비수 앞에서 가속을 줄이고 지그재그 스텝을 밟으며 방향을 전환하는 기술이다. 과거 유럽에서 NBA 무대로 건너간 선수들이 유행을 주도했다고 해서 유로 스텝이라 불린다(오래 전 NBA 스타였던 엘진 베일러, 줄리어스 어빙도 종종 선보였던 기술).

결코 쉽지 않은 스킬이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가드들이 장착한 '기본기'에 더 가깝다. KBL 무대에서도 자주 나오는 기술이다. 

지노빌리는 유로 스텝에 대해 "나는 내가 샤킬 오닐처럼 큰 선수를 넘어 덩크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냥 지나갈 뿐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유로 스텝가 얼마나 위력적인지, 또 가드가 왜 반드시 익혀야 하는 기술인지를 잘 설명한 말이다.

농구 기술은 계속 진화한다. 최근 농구 코트에서는 '피노이(pinoy) 스텝'이 주목받고 있다. 피노이는 필리핀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유로 스텝이 유럽의 농구 선수들 사이에서 먼저 유행했다고 해서 그렇게 불렸던 것처럼 피노이 스텝은 개인기가 화려한 필리핀 선수들이 많이 활용한다고 해서 그렇게 불린다.

피노이 스텝은 유로 스텝과 유사하다. 여기에 한 가지 기술을 덧붙인다. 지그재그의 첫 번째 스텝을 밟을 때 공을 들고 있는 두 손으로 마치 슛을 던질 것처럼 수비수를 속이는 '슛 페이크'를 병행한다.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필리핀 가드 샘조세프 벨란겔은 지난 4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서울 삼성과 원정경기에서 여러 차례 피노이 스텝을 선보였다.

벨란겔은 개인기가 탁월한 가드로 평가받고 있다. 필리핀 본토 출신의 가드답게 피노이 스텝을 활용하는 타이밍이 자연스러웠고 기술의 완성도 역시 좋았다. 벨란겔은 피노이 스텝이 자국 선수들 사이에서 실제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벨란겔은 "필리핀에 항상 피노이 스텝을 쓰는 리치 리베로라는 선수가 있었다. 내가 아테네오대를 다니던 시절에는 동료 중에 피노이 스텝을 굉장히 잘하던 친구가 있어서 많이 따라했다. 대학 팀 내에서 많이 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다. 우리 팀에서는 앤드류 니콜슨이 피노이 스텝을 항상 쓴다. 정말 잘한다"고 말했다.

피노이 스텝은 이미 NBA에 정착했다. 제이슨 테이텀(보스턴 셀틱스), 잭 라빈(시카고 불스), 타이리스 할리버튼(인디애나 페이서스), 미칼 브리지스(브루클린 네츠) 뿐만 아니라 센터 조엘 엠비드(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등 기술이 뛰어난 많은 선수들이 활용하는 기술이다.

폭발적인 운동능력을 자랑하는 '덩크 챔피언' 라빈은 무릎 수술 이후 골밑에서 빅맨을 상대하는 새로운 기술로 피노이 스텝을 장착했다. 피노이 스텝은 이전부터 NBA 무대에서 종종 볼 수 있었지만 라빈이 본격적으로 유행을 주도했다. 할리버튼과 브리지스는 라빈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피노이 스텝은 왜 유용한 것일까.

벨란겔은 "스텝을 밟으면서 하는 슛 페이크가 슛 자세가 거의 비슷하다. 대부분의 선수가 점프를 하거나 반응한다. 이때 파울을 얻을 수 있고 더 잘 움직이면 바로 레이업을 넣을 수 있다. 도움수비가 들어오면 밖으로 패스를 내주는 환경을 잘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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