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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죄하기 전에는 죽지 않아" 일본군 위안부 실상 그린 '풀' 재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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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신간] 김금숙의 '풀'

창비 제공 창비 제공 
전 세계 35개국에 수출되며 일본군 위안부 역사의 실상을 알린 김금숙 작가의 '풀'이 7년 만에 개정판으로 출간됐다.

국제만화계 최고 권위의 하비상을 한국 최초로 수상하고 아이즈너상 3개 부문에 후보로 지명되는 등 국제적으로 주목받으며 위안부의 실상을 세계에 알린 작품이다.

김금숙 작가는 '풀'의 취재를 위해 경기도 광주의 나눔의집을 찾아 책의 주인공인 이옥선 할머니와 인연을 맺지만 "일본이 나빠, 아베가 사죄해야 해"라는 말만 반복하며 좀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할머니는 곡진한 인생사를 풀어놨다.

옥선이 증언하는 위안부 생활의 실태는 생생하고 잔인하다.

부산 보수동에서 5남매 맏딸로 태어난 옥선은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에 가고싶었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은 집안 사정 때문에 결국 수양딸로 보내지지만 이집 저집 식모살이를 하던 어느 날, 열여섯살의 옥선은 주인집 심부름을 나섰다가 길거리에서 낯선 이들에게 붙잡혀 끌려간다. 그렇게 그는 영문도 모른 채 위안부가 됐다.  

만화는 옥선의 고통을 들추는 장면들은 직접적인 묘사 대신 수묵화처럼 짙은 먹을 사용해 나무나 바람 같은 이미지로 그려낸다. 김 작가는 폭력의 실상을 그 자체로 재현하는 것이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다시금 고통을 가하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저 뭉그뜨리기보다 뉴욕타임스의 서평처럼 "그 어떤 만화보다도 심장을 멈추게 하는 장면들"로 그려낸다.

'풀'의 마지막 장면에는 2015년 12월 피해자를 배제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이옥선 할머니가 분노하며 끝까지 싸울 것을 다짐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그녀는 아흔일곱 나이로 여전히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나눔의집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김 작가는 개정판 부치는 말에서 "나와 다른 피부색을 가진, 내가 알지 못하는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그것도 젊은 여성들이 눈물을 흘리며 나에게 고맙다고 할 줄 몰랐다"며 "성폭력은 시대와 연령, 인종, 사회적 계급을 넘어 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남기는 끔찍한 일"이라고 말한다.

투석을 받는 등 좋지 않는 건강 상태에도 이옥선 할머니는 "우리는 사죄하기 전에는 죽지 않는다"며 여전히 목에 힘주어 외친다. 바람에 스러지고 밟혀도 다시 일어서는 풀처럼. 


 김금숙 지음 | 창비 | 4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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