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 "바라는 건 단 하나…더 이상 피해 안 보게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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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어느 쪽 편만 들기 힘들어…조금씩 양보해서라도 사태 해결해야"
상급병원서 수혈받지 못한 채 숨진 전북 환자사례 들어 "의료대란 때문"

서울대 종로구 연건캠퍼스 앞에서 한국중증질환연합회 주최로 전공의 사직과 의대 교수 의료현장 이탈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모습. 연합뉴스서울대 종로구 연건캠퍼스 앞에서 한국중증질환연합회 주최로 전공의 사직과 의대 교수 의료현장 이탈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모습. 연합뉴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이탈이 40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환자단체는 더 이상 '의료공백'으로 인한 피해가 없게 해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특히 중증질환 환자들은 최근 말기신부전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를 거절당하고 나흘 만에 숨진 사례를 들어 "수혈할 의사도 없는 상황에서 의료전달 체계가 원만히 돌아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정부의 이야기를 믿어달란 말만 되풀이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한국1형당뇨병환우회·암시민연대 등 9개 단체가 모인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29일 입장문을 내고 "우리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라며 "환자들이 더 이상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계와 정부 양쪽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환자 입장에선 어느 쪽의 주장도 완전히 찬성하거나 완전히 반대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이들은 지난달 20일을 기점으로 90% 이상이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에 이어 교수들까지 집단 사직에 나서고 있는 현 상황이 환자들에게 "엄청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양측이 사태 해결을 위해 전혀 양보하지 않으면 조만간 걷잡을 수 없는 다수의 환자 피해가 발생할 것이고, 그때는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파국을 맞을 것"이라며 "우리 환자단체는 의료계와 정부 양쪽이 조금씩 양보해서라도 현재의 의료공백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연합회에 따르면, 이달 초 예정된 항암치료가 2주 이상 연기된 후 급하게 대신 잡은 외래 진료에서 암 재발이 발견된 환자, 아버지가 위장관기질종양(GIST) 판정을 받았지만 예약 가능한 병원이 없어 무기한 대기 중이라는 보호자 사연 등 피해사례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한국루게릭연맹회·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 등이 모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도 최근 지역에서 병세가 악화돼 관내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별다른 처치를 받지 못하고 숨진 50대 환자 사례를 들어 "의료대란으로 인한 인력난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북도 등에 따르면, 요양병원 입원 중이었던 환자 A씨는 빈혈 증상으로 헤모글로빈(혈색소) 수치가 급격히 떨어져 지난 19일 익산 소재 대학병원을 찾았다. 해당 병원은 위내시경 등으로 빈혈의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며 2차 병원으로 옮겨 수혈을 받을 것을 권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일 수혈을 받지 못한 A씨는 다시 요양병원으로 돌아왔고, 23일 새벽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져 심폐소생술에도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전북도는 A씨의 사망이 현 의료공백 사태와는 무관하며, 상급종합병원에서 빈혈의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수혈만 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사건 조사결과, '진료 거부'로 보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환자단체 공동 기자회견. 연합뉴스환자단체 공동 기자회견. 연합뉴스
중증질환연합회는 이를 두고 "결국 중증환자임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내시경을 할 의사가 없어서 쫓겨난 셈"이라며 "이를 두고 의료대란이 아니라고 하면 믿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현재 전공의 이탈에 따라, 전공의 비중이 높은 상급종합병원은 중증환자만 보는 구조로 (바람직하게) 전환됐다는 것이 정부의 발표"라며 "(하지만) 의료현장에서 이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자체와 당국이 전북 환자 사망사건에 대해 납득할 만한 규명과 입장을 내놓기보다는 은폐·축소에 급급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금이라도 전북도와 보건복지부의 철저한 조사와 책임 있는 결론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또 "지금도 많은 중증환자는 입원을 거부당하고 병원에서 쫓겨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고 발생 시 책임을 지기 싫기 때문"이라며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해 중증환자를 살리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물론, 더 이상 치료에 밀려나 쫓겨나는 환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증질환연합회는 "더 이상 중증환자들은 버틸 힘도, 생명의 연장도 기대할 수 없을 만큼 시간과 기회를 놓쳐 버렸다"며 "최소한의 응급·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의 치료와 생명을 보장하는 기본적인 의료체계와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의·정은 조속히 환자 안전에 대한 신뢰할 수 있고 실효적인 조치와 대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조규홍 복지장관이 환자단체에 앞서 전날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 6개 소비자단체와 간담회를 가진 사실도 비판했다.
 
중증질환연합회는 "우리 환자단체와 만나기로 한 약속은 파기하고 소비자단체와 면담을 진행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납득할 수 없는 행보에 모멸감과 분노를 느꼈다"며 "중증환자들의 피가 마르는 이 순간에도 어떻게든 정부와 의료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중재안을 기다리던 우리는 다시 한 번 한국에서 중증환자의 인권과 치료권은 철저히 무시되고 있음을 상기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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