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열린 <'입틀막' 월권심의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를 말하다'> 기자간담회. 나채영 수습기자제22대 국회의원선거(이하 제22대 총선)의 공정 보도를 위한 선거방송심의가 역대 최다 법정제재를 기록하며 특정 방송사들에 대한 편파 심의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9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4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에서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이하 선방위)의 편파·월권 심의를 규탄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각종 심의 사례들을 분석하고, 지난 총선과 비교한 통계 자료 등을 공개했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제공2024총선미디어감시단이 선방위 심의를 모니터링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15일부터 3월 28일까지 총 7차례 회의에서 법정제재는 14건, 행정지도는 25건에 이르렀다. 2019년 제21대 총선 선방위의 법정제재가 2건에 불과했고 법정제재 중에서도 수위가 높은 '관계자 징계'와 '경고'는 0건이었던 것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측은 "관계자 징계는 과징금 부과 다음으로 중요한 징계에 해당하는데, 2008년 이후 19번의 선방위에서도 해당 처분은 두 차례에 불과했다"며 "과잉 징계, 무더기 징계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라고 짚었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제공무엇보다 이들 심의는 MBC·CBS·YTN 시사·보도 프로그램에만 집중돼 표적 심의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프로그램별로 보면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김종배의 시선집중',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김현정의 뉴스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등이 대표적이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은 신장식 변호사의 진행이 야당에 유리하게 이뤄졌다며 관계자 징계 3건, 경고 2건, 권고 2건으로 연이어 중징계 결정이 났다. 이로 인해 신 변호사는 제작진 인사위원회 징계 및 MBC 방송 재허가 심사 불이익을 고려해 프로그램 하차 결정을 내렸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제공MBC '뉴스데스크'도 심의를 피해갈 수 없었다. '뉴스데스크'가 날씨 예보에서 미세먼지 농도를 파란색 숫자 1로 표기했다며 해당 안건을 신속 심의하는가 하면,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값' 발언을 다룬 보도에도 신속 심의가 전망되고 있다. 무엇보다 해당 민원들을 국민의힘 측이 넣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실상 '정치 편향적 심의'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MBC에 대한 여권 심의위원들 인식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선방위 백선기 위원장의 만류에도 손형기 심의위원은 "MBC '뉴스데스크'는 더불어민주당 기관방송 내지는 대변 방송"이라고 언급했다. 최철호 심의위원도 "편파 방송의 극치"라며 "MBC를 민주당 기관방송, 민주당 하청방송으로 이야기 하는 것이 이해가 된다"라고 했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제공CBS는 출연자 구성의 균형성 평가를 두고 시비에 휘말렸다. 선방위는 '박재홍의 한판승부'와 '김현정의 뉴스쇼'에 법정제재인 관계자 징계와 행정지도인 권고를 각각 의결했다. 패널들의 정치 성향부터 발언까지 야권에 치우쳐 있다는 일부 민원을 근거로 했다.
당시 CBS PD협회는 성명을 내고 "CBS 프로그램에 대해 관계자 징계가 의결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방송 패널 구성뿐 아니라 패널의 특정 발언을 간섭하며 심의를 의결하는 선방위를 두고 '심기경호위'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언론탄압 수준"이라고 규탄한 바 있다.
선거와 직접 관련이 없는 정부·여당 비판 논조의 방송까지 심의 대상에 올라 월권 논란도 불거졌다. 지난달 28일 선방위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 행사 △고발사주 재판 판결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다룬 MBC '뉴스데스크'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법정제재를 전제한 의견진술을 의결했다.
이를 두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윤성옥 위원은 지난달 방송소위원회(이하 방송소위) 회의에서 "방송소위와 선방위의 업무 영역이 불명확하다. 제가 심의할 안건을 선방위에서 계속 중징계하고 있다. 민원 사주나 이태원 참사를 왜 선거 방송으로 심의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제공이 같은 심의는 결국 권력을 감시·비판해야 할 언론 보도의 기능을 축소·위축시키고 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로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서 '김건희 특검'을 언급하며 '여사'라는 호칭을 생략했다는 이유로 행정지도 수준인 권고가 결정되자, 다수 방송사들은 법안 이름과 다르게 '여사'를 넣어 용어를 바꿨다. "MBC에 더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신 변호사의 말처럼 진행자 교체 역시 선방위 심의 압박에 따른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민주언론시민연합·참여연대는 세 차례 공동 브리핑을 내고 "정부·여당에 불리하거나 비판적 보도를 '공정성'이란 잣대로 제재하는 것 자체가 정치심의"라며 "그동안 선방위는 이 같은 보도에 중징계를 함으로써 제작의 자율성과 유권자의 알 권리를 침해해왔다. 선거방송 공정성을 심의하는 의미를 훼손하다 못해 여당 선거운동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정권의 하수인 노릇이나 하는 선방위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라고 정면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