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진정 넣었느냐 핀잔"…'묻지마 결정서'에 두 번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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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경찰 수사…근거 빠진 불입건결정서
고소인‧진정인 권리구제 어디에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전북 지역에서 경찰이 '무혐의'를 이유로 불송치했지만, 검찰 수사 단계를 통해 결과가 180도 뒤집히는 사례가 늘며 경찰의 수사 역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의 허술한 '불송치 결정 통지서'까지 공개되며 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단 두 줄의 문장으로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수사관의 개인적인 감상만 담겼을 뿐 기본적인 법리 설명조차 빠져 있기 때문이다.
 

8개월 만에 받아 든 두 줄의 '묻지마 결정서'

전북 전주덕진경찰서의 한 수사팀은 지난해 7월 25일 공익제보자 A씨가 진정한 보조금관리에대한법률위반과 사기 등에 대한 사건을 이첩받았다. 이후 지난 4월 3일 해당 내용에 대한 불입건 결정 통지서를 A씨에게 보냈다.
 
불입건 결정 통지서의 핵심인 검토 및 의견엔 '㈜한화와 모 업체가 사기를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고 보조금을 거짓 허위 청구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적혀 있다. 또 '다른 혐의에 대해선 본 진정 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명시했다.
 
약 8개월이 넘는 경찰의 수사 결과는 단 두 문장이다. 증거가 불충분한 근거가 무엇인지, 다른 혐의에 대한 추가 수사는 왜 이루어지지 않는지 알 길이 없는 함량 미달의 '묻지마 결정서'가 나타난 것이다.
 
반면, 같은 내용과 같은 증거 위에서 감사를 벌인 발주 기관의 판단은 달랐다. ㈜한화를 부정당업자로 지정하는 한편, 사업 책임자를 직무 의무 위반으로 중징계를 내렸다.
 
발주 기관은 한 달여간의 감사 끝에 과제 관리를 부적정하게 수행한 것과 관련해 직무상 의무위반으로 사업 책임자에게 중징계를, 담당직원에게 경징계를 의결했다. 전임 사업책임자에 대해서는 과제 관리 소홀로 경고 처분했다.
 
A씨는 "(전북 전주덕진경찰서로부터)한 차례 조사가 전부였고 당시 수사관에게 '이걸로 입증이 되겠냐' 등 화내는 듯한 핀잔을 들었다"며 "(수사관으로부터)공격적인 질문을 여러 차례 받다 보니, 지역(전주)에서는 소용이 없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똑같은 증거를 제시했을 때 타 기관에선 현장도 나와보는 데 이 곳에선 그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불송치결정서. 독자 제공불송치결정서. 독자 제공

지켜지지 않은 약속…"알 권리 충족시켜야"

지난 2022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사건을 불송치한 경우 고소인 등이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도록 통지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불송치 결정'이란 경찰이 범죄를 수사한 후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이외의 경우에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지 않기로 하는 것을 뜻한다.
 
경찰이 불송치 결정 통지서 작성법을 준수하도록 강조한 배경은 앞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함량 미달의 수사 결과 통지 경찰관에 대해 고소인의 알 권리를 침해했다며 해당 경찰관을 직무교육 하도록 권고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스템 개선에 대한 약속이 약 2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일선 경찰서에선 '묻지마 결정서'가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도내 한 변호사는 "법리적으로 혐의가 어떻게 소명되지 않는지 등에 대한 이유가 담겨있어야 '이의신청'을 위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며 "8개월이 넘게 수사가 지연되는 동시에 묻지마식 결정서까지 받아 든 범죄 피해자(고소인)들은 권리구제가 물건너 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화물차 매매 사기' 등 경찰이 무혐의로 불송치했지만, 검찰 재수사에서 구속 기소로 전환되며 경찰의 수사 역량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번 '묻지마결정서' 사례까지 등장하며 고소인의 권리구제에 대한 경찰의 안일한 대응 문제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은 초동 수사를 통해 정확하고 신속하게 사건의 성격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며 "증거 확보의 역할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빠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고경민 기자그래픽=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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