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탕' 밸류업 가이드에 '싸늘'…"당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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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가이드라인, '자율성'에 방점…기존 인센티브 재확인
"세제 혜택 없으면 실속 없어…밸류업 약발 떨어질 듯"
밸류업 수혜주인 보험(-2.91%)·금융(-2.06%) 하락폭 커
4분기 상장될 ETF 편입 종목 주목해야…지속적 관심 필요
기업 "자율성과 인센티브가 핵심"…기업별 특성 고려해 요청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 연합뉴스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시장은 기존 발표 내용을 재확인한 수준에 그친 가이드라인에 대한 실망을 드러냈다.
 
다만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목표를 위한 첫걸음이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금융당국이 올해 안에 마련할 밸류업 지수와 ETF(상장지수펀드) 상장에 관심을 모았다.
 

드러난 가이드라인, 자율적 참여와 공시에 초점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전날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를 열고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의 핵심 내용은 기업에 '참여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공시 정보를 통한 투자자와 적극적인 소통이다. 이를 위해 불성실공시 관련 거래소의 제재 유예와 모범납세자 선정 우대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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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른바 '쪼개기 상장'으로 불리는 물적분할과 내부거래로 일감을 몰아주는 '터널링'의 해소 등을 위한 계획을 공시하도록 권고했다.
 
다만 기대를 모았던 구체적인 세제 혜택은 없었고, 지난달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발표한 주주환원 증가액에 대한 법인세 감면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만 재확인했다.
 
특히 기업 밸류업을 위한 새로운 정책은 나오진 않았다. 지난 3월 발표한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안과 지난 5월 공개한 인센티브 제도를 다시 한번 소개하는 데 그쳤다.
 

'재탕 가이드라인'에 실망…4분기 ETF에 기대


시장은 새로운 정책이 없는 이번 밸류업 가이드라인에 실망한 분위기다.
 
증권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당국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취지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최소한 '구체적인 숫자나 어떤 내용을 공시해야 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으면서 기업은 와닿는 게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밸류업 계획을 달성하지 못했더라도 불성실공시로 지정하지 않는 면책규정을 마련한 만큼, 일부 강제성을 가져야 기업들이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할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또 "총선을 앞두고 밸류업이 '정치 테마주'처럼 급부상한 측면이 있는데, 이제 점점 약발이 떨어지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 연합뉴스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 연합뉴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추가적인 세제 혜택이 없다면 '알맹이 빠진 실속 없는 대책'에 불과하다"면서 "스튜어드십 코드도 이미 기관이 충분히 적극적인 의결권으로 경영권을 견제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개정안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이날 보합세를 보이던 코스피도 밸류업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오후 2시 이후 하락세로 전환하며 전장보다 0.31% 떨어진 2683.65로 마감했다. 기관이 1443억 원을 순매도하며 분위기를 이끌었고, 외국인은 20억 원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특히 밸류업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주로 꼽힌 보험주(-2.91%)와 금융주(-2.06%)의 하락폭이 가장 컸다. 종목별로는 KB금융(-4.37%)과 DB손해보험(-4.11%)이 각 4%대, 한국금융지주(-3.71%)와 삼성생명(-3.09%)이 각 3%대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한편 업계는 금융당국이 올해 4분기 상장을 목표한 '밸류업 ETF'에 대한 기대를 남겼다. ETF에 편입되는 종목을 통해 금융당국의 구체적인 밸류업 가이드라인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관계자는 "밸류업 ETF에 편입되는 종목이 공개되면 시장의 관심이 살아날 것"이라며 "ETF가 상장되면 인덱스 투자금이 몰리기 때문에 기업들도 ETF에 편입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게 되고, 금융당국이 생각하는 밸류업이 무엇인지 확인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는 "다만 ESG나 소‧부‧장도 한때 뜨거운 이슈였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시장의 관심에서도 멀어진 것처럼 밸류업도 ETF 상장 이후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노력과 관심이 있어야 본궤도에 오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기업, 자율성엔 긍정적…"기업별 특성 고려해야"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기업은 가이드라인의 자율성에 대해 높이 평가하면서도 기업별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CJ제일제당 천기성 재경실 부사장은 "금융‧지주사와 저희 같은 제조업은 다르다. 유지보수 등 투자가 필연적이기 때문"이라며 "세제 측면에서도 국가전략기술이나 신성장‧원천기술 R&D(연구개발) 등에 대한 세액공제가 있듯이 주주환원에만 (세제 혜택이) 초점을 맞추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 부사장은 이어 "과거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도 평가해 주길 바란다"면서 "CJ제일제당은 업계 최초로 분기배당을 실시하고 배당금을 늘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스닥 상장기업인 고영테크놀러지 박현수 경영기획실장도 밸류업 가이드라인에 대해 "강제성이 있으면, 예를 들어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이상으로 높이기 위해 기업이 형식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초반에는 의지가 있는 좋은 사례를 만들고, 인센티브로 장려하고, 기업가치가 높아져 투자자의 사랑을 받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실장은 "코스닥 상장사는 코스피 상장사 대비 물적‧인적 자원이 작은 편"이라며 "도전적인 시장에서 고성장을 추구하는 모험적인 기업이 많아서 주주환원을 공격적으로 하기에 당장은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위는 최종 의견 수렴을 거쳐 이달 중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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