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다움' 없다며 불송치한 성범죄 사건 다시 파헤친 검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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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선후배 사이 지인에게 빌린 돈
채무 관계 빌미로 시작된 가스라이팅
성관계 요구하다 급기야 엽기적 성행위로
피해자 경찰에 강간 혐의 고소했지만 불송치
사건 기록 검토해 전면 재수사 요청한 검찰
대전지검 홍성지청 등 대검 인권 우수사례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알고 지내던 고등학교 선배에게 빌린 돈 100만원에서 A(사건 당시 19세)씨의 악몽은 시작됐다. 자신보다 두 살 많던 B씨는 빌려준 돈을 갚으라며 협박하더니 돈이 없으면 몸으로 때우라고 겁박하기 시작했다. 2021년 8월 그렇게 시작된 B씨의 가스라이팅과 성폭행은 2년 가까이 이어졌다. 수십 차례 반복된 성관계는 점점 수위가 높아졌다. 급기야 A씨에게 소변을 먹이거나 성관계를 촬영하더니 함께 성관계할 다른 여자를 데려오라는 요구까지 했다.

악몽을 끊어내기 위해 A씨가 B씨를 경찰에 강간 혐의로 고소한 것은 지난해 3월이다. B씨는 경찰 수사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B씨가 촬영한 성관계 영상은 외려 그의 무혐의 근거로 사용됐다. 경찰은 영상 속 A씨 모습이 강간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B씨를 불송치 처분했다.

이 사건을 넘겨받은 대전지검 홍성지청 형사부 박지나(사법연수원 37기) 부장검사와 신승헌(46기) 검사는 사건 기록을 검토한 끝에 전면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봤다. B씨가 A씨를 채무 관계로 협박한 대화 내용이나 휴대전화 속 성관계 영상 등을 확인해 범죄 혐의점이 있다고 본 것이다.

B씨는 재수사 끝에 올해 1월 말 강간치상 및 강요, 공갈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A씨를 총 39차례에 걸쳐 성폭행하고 "사기죄로 고소하겠다"며 협박해 200만원을 뜯어낸 혐의가 적용됐다. 엽기적인 성행위를 하며 성관계를 촬영한 것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B씨는 "합의 하에 이뤄진 성관계"라며 범행을 대체로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씨가 휴대전화 클라우드에 업로드한 성관계 영상물을 모두 삭제해 2차 피해를 방지했다. 아울러 피해자 국선변호인을 선임해 심리치료와 생계지원, 법정 진술권 보장 등 피해자 권리 보장을 위해 힘썼다. 대검찰청은 이런 점을 고려해 박 부장검사와 신 검사를 '2024년 1분기 인권보호 우수사례'로 선정했다고 5일 밝혔다.

대검은 이 밖에도 보호자로부터 유기된 조현병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행정 감독기관과 전담 의료기관 등과 연계해 성년후견개시심판 청구 등을 받게 한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 박명희(34기) 부장검사 직무대리·서지원(41기) 검사도 우수 사례로 꼽았다.

피의자 구속 후 홀로 남은 미성년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지자체 아동보호팀 등 민간 단체에 지원을 요청해 기초생활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운 인천지검 형사4부 이정민(35기)·조현희(변시 11회) 검사, 연인이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집에 불을 지른 사건 피해자를 지자체 복지팀과 주택관리공단 등에 연결해 임시거주지 및 생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경주지청 형사부 김지영(36기)·권은비(변시 9회) 검사도 우수 사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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