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윤석열 대통령과 민정수석 김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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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임 민정수석에 임명한 김주현 전 법무차관을 소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임 민정수석에 임명한 김주현 전 법무차관을 소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또는 개인적이든, 집단적이든 어제의 적은 오늘의 친구가 되고, 오늘의 친구는 내일의 적이 될 수 있는 것이 인생사일 것이다. 인간의 일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기본적으로 욕망과 이해관계가 내 안의 가장 주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삶에서 정답을 찾는 일은 우물에서 숭늉찾기와 같은 일인지 모른다.
 
윤석열 대통령은 부활시킨 새 민정수석으로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임명했다. 김주현 수석 내정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낯설게 느껴졌다. 몹시 이질적인 조합이라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과 김 수석은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검사였다. 두 사람에게서 어떤 교집합도 찾기 힘들었다.
 
두 사람 일화를 들은지 어렴풋 하지만 벌써 햇수로 7~8년은 지난 것 같다. 국정원 댓글수사 당시 수사팀장인 윤석열 대통령은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공직선거법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청구를 두고 대립하고 있었다. 장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통성에 흠을 줄 수 있다며 영장 청구를 무마하려했고, 댓글수사팀은 반드시 구속수사를 해야 한다고 버텼다. 댓글 수사외압이 2013년 6월부터 정국을 강타하는 시절 얘기이다.
 
당시 김주현 검찰국장은 장관의 지시였는지 윤석열 수사팀장과 박형철 검사를 법무부로 불러 면담을 했다. 수사팀 입장을 듣고 장관 뜻을 설득하려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서로의 간극은 너무 컸다. 
 
면담이 끝나고 김주현 검찰국장은 검찰의 한 인사에게 두 사람 태도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불만 요지는 "검사들이 얘기를 하면 받아적고 해야지. 대체 어떻게 검사라고 하는 사람들이 받아적지를 않느냐"는 지적이었다. 면담을 마치고 돌아온 윤석열 수사팀장 반응도 설상가상이었다. "그 사람은 검사가 아닙니다"라고 잘라 말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길은 경로가 달랐다.
 
일화를 차치해도 검사 시절, 두 사람 캐릭터는 너무 대별된다. 대통령-민정수석 조합으로 탄생하리라고 서초동에서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김주현 수석은 전형적인 기획검사 출신이다. 검찰 고위직 시절엔 자타가 공인하는 황교안의 남자였다. 황교안이 원하는 공무원으로서 실력과 인품, 몸가짐을 다 가진 검사였다. 상관을 모시는데는 천부적 자질이 있었다. 무엇보다 유연해서 윗사람들이 참모로 삼고 싶어하는 전형적인 공직자였다.
 
그러나 위만 쳐다본다는 세평도 많았다. 관직이라는 명예에 명운을 거는 검사이기도 했다. 욕심도 적지 않았는데, 검찰국 기획검사 출신으로 특수부 검사의 꽃인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역임하는 드문 이력의 소유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정수석 신설 이유로 민심 청취를 꺼냈다. 과거 민정수석실도 민심소통은 친인척관리, 사정기관 단속 업무와 함께 중요한 기능이었다. 과거엔 국정원과 경찰, 검찰 등 사정기관의 정보기능까지 물심양면으로 활용했다. 지금은 과거와 다르다. 국정원도 경찰도 민심정보 취득 기능을 합법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민정수석실은 성공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대부분 흑역사였다. 민정수석은 골치를 썩는 자리다. 예외없이 민심소통을 강조했지만, 대통령의 귀 옆에서 민심은 왜곡되거나 자의적으로 활용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민심 청취라는 말처럼 주관적이고 모호한 단어도 없다. 민심이라고 하는 것을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솔직히 민심이란 듣는 사람의 귀의 종류에 따라 모두 다르다. 권력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민심은 언제나 듣고 싶은 말로 둔갑되곤 한다.
 
예를들어 대통령실에서 경제에 대한 민심을 파악한다고 해보자. 경제 민심은 대통령실 경제수석과 정책수석실에서 훨씬 더 전문적으로 취득하고 계량도 할 수 있다. 교육정보가 필요하면 교육을 담당하는 비서관실이 제대로 기능한다는 전제하에 가공되지 않은 민심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민의라고 하는 것은 언제나 노출돼 있다. 언론은 매일 민의를 전하고, 여론조사도 있으며, 언론의 민의가 왜곡됐다면 여당이 보완할 수도 있다. 민심이라는 것은 제도적 청취 기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 
 
부활 논리인 민심 청취가 '장식용 미사여구'로 밖에 보이지 않는 이유이다. 진정성이 있다면 새 민정수석실의 업무분장표를 공개했으면 좋겠다. 행안부 대변인 출신으로 민정비서관을 출범시켰을 때 업무분장을 과연 뭐라 할 수 있을까. 민심 파악팀?, 민심 분석팀? 그 외에 카테고리화 할 수 있는 다른 무엇이 있을지 떠오르지 않는다. 
 
새 민정수석으로 안정된 고위공무원 출신의 법조인 발탁은 윤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왕지사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김주현 수석과 이원모 비서관 등 민정수석실 인선을 보면 여전히 민심 청취보다는 대통령실의 방어막을 강화하려는 의지가 더 커보인다. 그러나저러나 "그 사람은 검사가 아닙니다"라는 말이 자꾸 귓전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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