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미래 20년…한국 농촌, MZ세대가 몰려온다

[메가FTA 무한 경쟁…농업·농촌은 어떻게 변할까⑤]

편집자 주

2004년 한·칠레 FTA가 발효된 이후 국제적인 협력이 확대되면서 한국의 농업·농촌 분야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FTA 체제 20년 동안 한국 농업은 어떻게 발전했는지, 향후 어떤 변화가 생길지에 대해 국민들에게 정보를 공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에 CBS노컷뉴스는 FTA 관련 이슈들을 종합 분석한 '메가FTA 무한 경쟁…농업·농촌은 어떻게 변할까'를 7차례에 걸쳐 기획보도한다.

▶ 글 싣는 순서
①FTA 발효 20년…한국 농업 어떻게 변했나
②FTA 미래 20년…한국 농업, 산업化 시계는 빨라진다
③FTA 미래 20년…식단의 고급화 열풍이 분다
④FTA 발효 20년…한국 농촌 어떻게 변했나
⑤FTA 미래 20년…한국 농촌, MZ세대가 몰려온다
(계속)

MZ농업인이 정부에게 바란다

  • 최민지(국립한국농수산대 학생·경북 김천 과수업)

    "청년농업인 관련 사업이 많고 저도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농업현장에는 아직 청년농업인 비중이 많이 낮다는 생각입니다"

  • 박진규(순천대 농업경제학과 학생·전북 정읍 축산업)

    "농촌의 고령화가 심각합니다. MZ세대가 농촌에 더 관심을 가지고 농업에 종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한결(순천대 농업경제학과 학생·전남 담양 축산업)

    "농업생산성 향상을 위해 정부가 기술지원과 농업 인프라 등을 강화해주고, 농업인들은 이런 기술들을 배우기 위해 교육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한 경쟁의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농업의 발전 가능성을 내다본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가 한국 농촌으로 몰리고 있다. 특히 새로운 통상 질서로 자리 잡은 FTA 체제에서 젊은 농업인들이 경쟁력 확보의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3년 귀농어·귀촌인통계'에 따르면 2023년 30대 이하 귀농가구는 1112가구(전체의 10.8%), 귀촌은 13만 2805가구(전체의 43.3%)다. 귀농·귀촌의 경우 해마다 비슷한 수준으로 청년들이 몰리고 있다. 2023년의 경우 2022년보다 수는 줄었지만 구성비(비율)는 올랐다.
구체적으로 통계청 KOSIS(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13년 귀농가구주는 1만202명이었고 최근까지 1만 명대를 유지했다. 귀촌가구주의 경우 2013년 28만 838명을 기록하고 2014년 29만 9357명에 이어 2015년부터 30만 명대를 꾸준히 유지하며 상승 곡선을 그렸다.
무엇보다 젊은 층의 귀촌 행렬은 두드러진다. 귀촌가구주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대는 2021년까지 매년 30대였다. 0~29세의 경우 2017년까지 40·50대에 비해 적은 수치를 보였지만, 2018년부터 30대 다음으로 많아지더니 2022년에는 30대를 추월해 가장 많은 귀촌가구주 연령대가 됐다. 결과적으로 2018년부터는 젊은 층이 귀촌가구주 중심 세대가 됐고, 최근에는 30대 이하의 비중이 급격히 높아진 것이다.
농식품부 윤원습 농업정책관은 "청년들의 귀농 이유 1위는 '농업의 비전과 발전 가능성' (34.6%)으로 조사돼 '자연환경이 좋아서' 귀농하는 중장년층과는 다른 경향을 보여줬다"며 "이처럼 농업·농촌에서의 새로운 기회와 가치를 찾아 농촌으로 향하는 청년들의 경향을 살펴볼 때 젊은 층의 귀농·귀촌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젊은 층의 귀농·귀촌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청년농업인을 위한 교육도 중요해졌다. 경북 김천 지역 청년농업인이자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한농대) 학생이기도 한 최민지(28)씨는 포도농사를 짓던 부모님과 협업을 하다가 농업에 뜻을 품게 됐다. 그는 농지은행에서 임대 지원을 받고 현재 김천에서 복숭아 농사를 지으며 수출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한편, 한농대에서 학업까지 병행 중이다.
최민지씨 부모님은 지난 2014년까지 경북 김천에서 포도 품종인 '캠벨 얼리'를 재배했다. 이후 FTA 지원사업으로 원래 비가림시설인 기존 밭을 대형하우스로 지원을 받아 짓게 됐고, 해당 대형하우스에 신품종 '샤인 머스켓'을 심었다. 송정훈 기자최민지씨 부모님은 지난 2014년까지 경북 김천에서 포도 품종인 '캠벨 얼리'를 재배했다. 이후 FTA 지원사업으로 원래 비가림시설인 기존 밭을 대형하우스로 지원을 받아 짓게 됐고, 해당 대형하우스에 신품종 '샤인 머스켓'을 심었다. 송정훈 기자
최씨의 부모님은 지난 2014년까지 경북 김천에서 포도 품종인 '캠벨 얼리'를 재배했다. 이후 FTA 지원사업으로 원래 비가림시설인 기존 밭을 대형하우스로 지원을 받아 짓게 됐고, 해당 대형하우스에 신품종 '샤인 머스켓'을 심었다. 당시 정부 지원으로 대형하우스 지원사업과 더불어 하우스에 들어가는 5중 다겹보온커튼과 방열팬도 지원받았다.
최씨는 FTA 지원사업의 장점이 본인 자부담이 적게 드는 것이라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원받은) 대형하우스는 노지 비가림 재배에 비해 조기 출하가 가능해 농가 수익이 늘었다"며 "무엇보다 조기 출하가 가능하기 때문에 노동인력 분할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현재는 FTA 지원 사업이 많이 줄고는 있으나 다변화된 지원사업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선택지가 더 늘어났다고 생각이 든다"이라고 밝혔다.
최씨 부모님의 농가는 샤인 머스켓을 생산하면서 매년 재배 작황에 따라 주로 베트남과 싱가포르에 5년 이상 수출을 했다. 부모님과 협업을 하던 최씨는 이후 본인의 이름을 걸고 김천에서 복숭아 농사를 시작했다.
최민지씨 가족 농가가 재배하는 샤인 머스켓. 송정훈 기자최민지씨 가족 농가가 재배하는 샤인 머스켓. 송정훈 기자
농지은행사업으로 임대 지원을 받은 최 씨는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짓던 중, 제 이름으로 직접 관리하는 농산물을 출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복숭아 농사를 시작했다"며 "복숭아 수출을 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씨는 국제적 경쟁력도 충분하다고 바라봤다. 그는 "한국산 복숭아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 프리미엄화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고급 유통매장에 주로 판매되고 있으며 모양이 균일하고 식감은 중국, 미국, 스페인 등 다른 국가에 비해 쫄깃하며 당도가 높은편"이라고 소개했다.
최씨는 현재 농사를 하면서 전북 전주에 위치한 한농대에서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 그는 한농대의 장점을 소개하며 "농업에 대한 기초부터 실습을 통한 현장 경험, 전공에 대한 심화내용까지 배울 수 있다. 다양한 지역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친구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점이 좋았다. 매주 목요일마다 학교를 간다는 것에 대한 설렘이 있어서 (학업 병행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FTA 지원이 국내 포도 농가에 샤인 머스켓 신품종 재배를 가능하게 도움을 줬고, 수출과 더불어 청년농업인의 탄생까지 장려한 셈이다.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 학생들이 교내 학생식당을 이용하고 있다. 송정훈 기자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 학생들이 교내 학생식당을 이용하고 있다. 송정훈 기자
최씨가 다니고 있는 한농대는 농식품부 소속 국립대학교로 농어업부문에 종사할 사람에게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교수·연마해 이론과 실무능력을 고루 갖춘 전문 농어업경영인을 양성하기 위해 1997년에 개교했다. 현재 4개 학부, 18개 전공이 있으며 2000년도부터 25회 차 졸업생을 배출한 상태다. 18개 전공에서 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무엇보다 학비가 6년 의무영농 이행 조건으로 전액 국비 지원돼 무료라는 점은 장점이다. 재학 3년 동안 국비로 등록금, 기숙사비, 식비가 모두 지원된다.
결과적으로 영농에 실질적으로 뜻이 있는 학생이 비교적 많이 입학하고 있다. 특히 신입생(모집정원 570명) 중  중 90% 이상이 20대 청년층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박준현 기자박준현 기자
한농대 곽용범 원예학부 과수전공 교수(교학과장)는 "우리 대학과 일반 대학의 차이점은 학생들이 실제 원하는 장목을 세부 전공으로 나눠 구체화된 교육을 시킨다는 것"이라며 "다른 대학 농대 학생들은 보통 농업인이 되기보다 농촌진흥청이나 기술센터 등에 취업을 목표로 하지만 한농대는 영농을 위해 학생을 모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 교수에 따르면 한농대와 같은 유형의 학교는 해외에서도 드물다. 그는 "우리나라처럼 고령화가 문제인 일본에서도 한농대와 같은 사례가 없다"며 "최근 한농대 소속 교수·학생들이 일본 사과농장을 방문했는데, 농장주가 '일본은 고령화라 농장을 물려받을 사람이 없는데 한국 한농대는 농장을 물려받을 학생들을 양성하고 있어 너무 부럽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대학은 농업을 하겠다는 학생들이 입학하고 훈련을 한다. 학생들은 의무영농 기간이 있어 졸업 후 바로 영농을 시작하고 있다"며 "입시 면접 때도 지원자의 영농의지가 어떠한 지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농대 캠퍼스에 있는 말. 한농대에는 축산학부 말산업반려동물전공 학생들도 공부하고 있다. 박준현 기자한농대 캠퍼스에 있는 말. 한농대에는 축산학부 말산업반려동물전공 학생들도 공부하고 있다. 박준현 기자
한편 정부는 농업인들을 위해 품목·시설장비·농촌생활 관련 교육과정을 수준별로 제공하고 있다.
농식품부 김종구 농촌정책국장은 "농식품부는 농업인의 농축산업과 농식품산업 역량 강화를 위해 수준·분야별 교육훈련과정을 전문교육기관을 통해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교육 대상에 성별 구분을 두고 있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정책국장은 "교육 기회나 접근성, 성인지감수성 등을 고려해 여성농업인 리더십 아카데미, 여성농업인 영농여건 개선 교육, 청년여성 농업·농촌분야 탐색교육, 결혼이민여성 농업교육 등 일부 과정은 여성농업인을 대상으로만 하고 있다"며 "농기계 안전사용 교육과 귀농·귀촌 교육도 여성농업인 특화 과정을 별도로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 제공농식품부 제공
농식품부는 농촌지역 양성평등 인식개선과 문화 확산, 여성농업인의 일·생활 균형을 위해 2020년부터 농촌특화형 양성평등 전문강사를 육성하고 있으며, 관계기관과 협력해 농업·농촌 양성평등 교육을 확대해 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전문가들은 한국 농촌·농업에 대한 비전을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첫째는 세계적 식량·환경 문제 속에서 다원적 기능을 살려 국민의 삶의 터전이 될 수 있도록 농촌·농업을 정책적으로 보전해야 한다는 것, 둘째는 농업을 시장경제 속 하나의 산업으로서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경쟁을 통해 성장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 본 기사는 2024년 FTA교육홍보지원사업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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