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정책연구소 김나영 연구위원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로 인하여 인구위기, 인구소멸 등의 말들이 회자되면서 지난 봄 치러진 총선에서는 물론 최근에도 하루가 멀다고 육아, 돌봄, 일·가정양립 등과 관련된 정책개선에 대한 정부 발표가 나오고 있다. 관계기관 종사자, 공무원, 학계 전문가 등 많은 분들이 고민하여 다양한 정책을 제안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필자는 특히 일·가정양립 문화 정착을 위하여 개인, 기업, 그리고 정부가 생각해 봐야 하는 것들에는 무엇이 있는가를 함께 얘기해 보고자 한다.
장시간 근로문화, 저출생 현상의 한 원인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이 아동의 권리임을 인식한다면, 부모(양육자)의 보살핌은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아동의 성장에 매우 중요한 요소임은 자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아동을 양육함에 있어서 국가가, 그리고 사회가 지원하여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고, 부모가, 그리고 개인이 담당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022년 현재, 1,901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에서 네 번째로 긴 근로시간을 보이고 있어 가장 짧은 독일과 비교했을 때 무려 연간 560시간을 더 많이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장시간 근로문화는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에게는 충분하게 자녀와 보내는 시간을 확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게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장시간 근로문화가 저출생 현상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닐 수 있지만 사회 전반에 육아친화문화를 확산하고 부모의 충분한 양육시간을 확보하는 데에는 걸림돌이 될 것이다. 관련 연구를 통해 보면, 청년들이 시간제 일자리를 희망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육아, 가사, 자녀교육 등인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양육 부모들의 양육을 위한 시간확보에 대한 욕구가 얼마나 높은가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결과이다.
서울 구로 거점형 우리동네키움센터에서 오류, 매봉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방과 후 늘봄교실에 참여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특히, 영유아기에는 모든 부분에서 빠른 성장이 나타나는 시기이자 취약성이 두드러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시시때때로
긴급한 돌봄이 반드시 필요한 기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부모가 양육에 충분한 시간을 투입할 수 있으려면, 출산전후휴가, 육아휴직, 육아기근로시간단축 등의 육아시간지원제도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며, 한 발 더 나아가서는
긴급(혹은 일시)돌봄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부모양육 지원을 위한 충분하고도 다양한 사회적 양육지원 안전망이 필요하다.
아울러 부모들의 양육을 위한 시간확보에 대한 욕구뿐만 아니라
남성, 즉 아버지들의 육아참여에 대한 욕구가 과거에 비하여 크게 높아졌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러한 인식 및 행태의 변화를 가구 내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적합한 정책적 지원들이 제공되어야 하는 시점이지만, 아버지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현행 육아지원정책들 조차 사용하기 어려워 양육에 참여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따라서 '부모'의 양육역할에 있어 남성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육아문화, 사회분위기 조성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남성 개인은 부모로서 본인 역시 1차적인 양육자이자 교육자라는 것을 인식하고 자녀 양육을 위한 시간 확보를 지속적으로 사회에 요구해야 할 것이다.
남성의 육아, 한시적으로라도 강제해야
대통령께서는 임기 내 남성육아휴직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말씀을 하셨고, 이러한 방향을 위하여 이미 육아휴직 급여 상향, 6+6제도 도입, 사후지급금 제도 폐지 제안 등 다각적인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지난 총선에서 각 정당들에서 내세운 저출생 관련 공약 뿐만 아니라 6월 19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발표한 「저출산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 에서도 이러한 방향성을 더욱 구체화 하는 정책들이 발표되었고, 그에 발맞추어 남성 육아를 위한 적극적 지원 방안들이 제시되었다, 하지만 사회의 인식과 문화를 변화시키고 지원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선도적인 정책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다 더 강력한 제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해당 정책 활용에 대한
강력한 의무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보고, 필자는 남성의 출산전후휴가, 육아휴직제, 육아기근로시간단축제 등을 활용하는 기간을 확대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한시적으로라도 이들 제도에 대한 남성 사용을 의무화(강제화)함으로써 남성의 육아참여 문화를 빠르게 확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자녀의 출생등록을 하면 바로 남성에게는 한 달 간의 육아휴직을 사용하게 하고, 늘 부족하다고 지적되는 육아휴직급여를 직전 달과 동일하게 지급함으로써 중요한 시기에 남성의 육아휴직을 당연하게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제도를 기업 자체적으로 이미 실천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있고, 이러한 맥락에서
향후 육아친화문화 확산과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대기업은 보다 선도적으로 육아친화문화 확산에 앞장서야 할 것이며, 육아휴직 사용 등 양육지원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는 산업별, 근로형태별, 지역별 특성을 고려하여 육아지원 정책을 사용할 근로여건과 환경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고, 정책 활용 제고를 위해 지원이 필요한 것은 정부에 강하게 요구하면서 나아갈 방향성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현장의 실천력을 높이기 위한 세밀하고 구체적인 부분에 대한 개선은 중앙정부의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기업이 근로자를 위해 보완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부분을 명확히 하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할 때인 것이다. 법정보장제도는 강력하게 이행하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정부에게 전달하여 지속적인 검토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장에서 요구되는 사항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하여 맞춤형 수요 조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등의 다양한 의견수집을 이행하고, 이를 통하여 논의되고 취합된 내용들을 정부/지자체/지역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논의 기구 혹은 위원회 등을 재정립 하여 소통의 창구로 운영하면서 정책의 실천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류영주 기자청년층 일자리, 결혼 출산에 긍정적 영향
마지막으로
청년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저출생 극복을 위한 육아지원책 마련에 선행되어야 하는 정책방향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청년층의 출산 및 자녀 수에 대한 견해는 취업여부, 결혼인식 등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관련 연구조사에 따르면, 취업한 경우 '결혼해야 한다'에 대한 긍정응답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결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청년일수록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자녀 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다수의 지방자치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고용환경 개선'이 지자체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청년정책이라고 보는 시각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해당 정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점차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추세이다. 따라서 이들을 종합해 보면, 결국은 무엇보다도 안정적이고 만족도 높은 청년층의 일자리가 출산에 주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음을 시사하므로, 저출생 극복을 위해 이후 우리 사회는 청년층의 안정적 일자리 마련에 지금까지 보다 더 힘써야 할 것이며 향후 정책개선에서는 이러한 정책방향이 잘 드러나야 할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이 되어야 그를 바탕으로 경제의 성장, 사회의 안정과 통합, 환경의 보존이 균형을 이루는 "지속가능한 발전"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저출생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기존 정책을 세분화 하며 정책 발표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시행하고 있는 정책의 실천력을 제고함으로써 보다 근본적으로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하여 개인의 역할, 기업의 역할, 정부의 역할이 있음을 보다 분명히 하고 자녀의 1차 돌봄, 교육자로서의 부모개인의 역할, 직장 내에서의 가족친화 및 육아친화 문화 정립을 위하여 정부정책을 적극 시행하고 직원들이 필요로 하는 제도를 마련해서 지원하는 기업의 역할, 이들을 아우르면서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고,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예산을 투입하여 지원하는 정부의 역할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 그 역할을 명확히 해 나아갈 때 우리 사회가 인구위기를 지혜롭게 넘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