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강민호. 연합뉴스 삼성 강민호. 연합뉴스 아주 가끔은 실수가 더 좋은 결과를 낳기도 한다. 삼성 라이온즈를 9년 만에 한국시리즈로 이끈, 강민호가 스스로 21년의 한을 푼 결정적인 대포 한 방이 그랬다.
강민호는 19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시즌 KBO 리그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8회초 팽팽한 균형을 깨는 결승 홈런을 쏘아올려 삼성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강민호는 2004년 데뷔 이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게 됐다. "한국시리즈 냄새라도 맡고 싶다"는 오랜 한을 풀었다. 삼성은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우승에 도전할 기회를 잡았다.
강민호는 경기 후 홈런에 관한 뒷이야기를 풀었다. 덕아웃에서 보낸 사인을 하나 놓쳤는데 이는 기막힌 결과로 이어졌다.
강민호는 "볼카운트 3볼 1스트라이크였는데 공을 하나 볼까 생각하다가 공격적으로 칠 수 있는 카운트라서 쳐보기로 했다. 그런데 덕아웃에서 웨이팅 사인(스윙하지 말고 공을 지켜보라는 사인)이 나왔는데 그걸 못 보고 쳤다. 사인을 못 봤다"며 웃었다.
이어 "혹시 2볼에서 웨이팅이 나올까 해서 봤는데 그때는 치라는 사인이 나왔다. 3-1 볼카운트에서는 당연히 칠 생각에 사인을 안 봤는데 그때 냈다고 하더라. 홈런을 치고 들어왔더니 선수들이 웨이팅 사인 봤냐고 물었고 나는 응? 그랬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나온 강민호의 한 방은 삼성 덕아웃 전체를 미치게 했다. 강민호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세리머니가 증명한다. 하지만 강민호는 그 순간 베테랑다운 면모를 발휘했다.
강민호는 "홈런을 치자마자 내가 많이 들떴다는 것을 느꼈다. 바로 라커룸으로 들어가서 심호흡을 했다. 수비가 2이닝 남았는데 내가 들뜨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냉정해지려고 노력했다. 남은 아웃카운트 6개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기 후 살짝 울컥했다는 강민호는 "(한국시리즈 진출) 인터뷰를 진짜 하고 싶었다. 이 자리까지 오는데 정확히 21년이 걸렸다. 열심히 하다 보니까 좋은 기회가 왔다. 분위기가 좋은 만큼 올라가서 KIA 타이거즈와 후회없이 싸워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