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광주는 한국 프로야구를 상징하는 명문 프랜차이즈다. 해태 타이거즈 시절부터 현 KIA 타이거즈 때까지 통산 11번이나 KBO 리그를 제패했다.
그럼에도 연고지 광주에서 홈 팬들과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감격을 누린 건 1987년 한 번밖에 없다. 당시 해태는 삼성 라이온즈를 4승 무패로 눌렀는데 1,2차전은 홈 어드밴티지를 가진 삼성의 홈 대구에서 열렸고 3,4차전을 광주에서 했다.
KBO 리그는 1984년부터 5차전 이후 경기를 서울 잠실구장에서 중립 경기로 진행할 때가 많았다. 2015년까지 2만5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구장을 보유한 팀이 아닌 경우 5,6,7차전을 잠실에서 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홈 구장 규모가 작은 지방 구단이 홈에서 우승 축포를 쏘기 어려운 구조였다. 특히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지방 팀의 경우 홈 팬들 앞에서 우승을 확정할 기회를 사실상 박탈당했다.
KIA는 한국시리즈가 '2-3-2(직행 팀 기준 홈 2연전, 원정 3연전, 홈 2연전)' 방식으로 진행된 2017년 정상에 올랐다. 시리즈를 5경기 만에 끝내면서 광주가 아닌 잠실에서 우승을 확정했다. 당시 선수로 활약한 이범호 KIA 감독은 "광주에서 우승하고 싶었는데 돌아가면 질 거 같아서 어떻게든 5차전에서 끝내고 싶었다"며 웃었다.
한국시리즈는 2020년부터 '2-2-3' 구조로 변경됐다. 플레이오프를 통과한 팀은 3,4차전 두 경기만 안방에서 치르는 방식이다. 상위 팀 어드밴티지가 더 강화됐다. 무엇보다 5차전을 안방에서 치를 수 있게 되면서 상위 팀이 홈에서 우승 축포를 쏘아올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시즌 잠실 5차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LG 트윈스가 대표적이다.
올해도 그렇다. KIA는 28일 오후 광주 기아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24시즌 KBO 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삼성 라이온즈에 7-5 역전승을 거두고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통산 12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마무리 정해영이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아낸 순간 기아 챔피언스 필드는 열광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광주의 야구 팬들이 한국시리즈 우승 장면을 직접 지켜본 것은 무려 37년 만에 처음이었다.
이범호 감독은 경기 전 "광주에서 꼭 우승을 이루고 싶다는 목표 아래 달려왔다"고 말했다. 마침내 선수단도, 팬들도 오랜 소원을 이뤘다. 그래서 더욱 뜻깊은 우승이다.
올해 KBO 리그는 정규리그에서 사상 최초로 '천만 관중'을 돌파했고 포스트시즌에서는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전경기 매진 행진을 달리며 누적 관중 35만3,550명을 동원했다. 그리고 올해 프로야구가 열린 마지막 날 경기장을 가득 채운 야구 팬들은 그들이 응원하는 팀이 정상에 오르는 순간을 직접 목격했다. KIA는 역대급 시즌의 흥행 돌풍을 리드한 역대급 챔피언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