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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제주CBS는 광복 79주년을 맞아 이준 열사의 구국운동을 소개한다. 이준 열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법률학교 1회 졸업생으로 한성재판소 검사보로 취임했지만 윗사람들의 비행을 탄핵하다 면관됐다. 이후 기독교로 개종한 후 구국운동을 펼쳤다. 광복은 선열들의 뜨거운 독립운동을 통해 이뤄졌다. 독립운동가 후손인 이양재 선생의 기고를 통해 이준 열사가 펼쳤던 독립운동과 이 시대 광복의 의미를 찾아본다.

[이준 열사와 그 동지들⑭]

왼쪽부터 이준-이상설-이위종. 1907년 6월 헤이그에서. 이양재 선생 제공 왼쪽부터 이준-이상설-이위종. 1907년 6월 헤이그에서. 이양재 선생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이준 열사, 기독교로 개종하다
②이준 열사, 서재필과 입헌정치·공화정 추구
③신앙 동지 김구와 전덕기 목사
④게일 목사와 국민교육회 동지들
⑤동기동창이자 절친 함태영 목사
⑥황성기독교청년회 최대 후원자 민영환
⑦대를 이은 독립항쟁 동지
⑧대를 물린 동지 이범진과 이위종
⑨국채보상운동 주역 서상돈·김광제·양기탁
⑩이준 열사 그리고 안중근
⑪박용만 이승만 정순만
⑫이일정 여사
⑬이동휘
⑭이상설과 세 손자

이상설은 대한제국의 유학자다. 이준은 유학자였으나 1895년을 전후로 나라의 개혁을 꿈꾸고 개신교로 개종한다. 반면에 이상설은 서양 문물을 배웠고 기독교인들과 가까이했지만 개종으로 가지는 않았다. 이준은 함경도 기질의 적극적인 소신을 실천하는 삶을 살았고, 이상설은 궂은 노역을 피하는 충청도 양반가의 체면을 중시하는 삶을 살았다. 그 둘은 운명을 같이 한 지기(知己)였다.
 
이준과 이상설이 동지로 만난 것은 늦어도 1904년으로 보인다. 당시 보안회를 조직해 회장으로 있던 이준은 일본이 한국의 황무지 개간권을 요구하자 이를 저지하고 반대하는데, 그해 6월 22일 이상설도 박승봉과 연명으로 황무지 개척권 요구를 반대하는 상소를 올리고, 보안회는 각국의 공사관에 호소문을 돌린다. 당시의 상소문은 6월 28일자 황성신문에, 호소문은 7월 23일자 황성신문에 전문이 게재된다. 결국 일제의 황무지 개간권은 취소된다.
 
1905년 을사늑약을 비관해 11월 30일 민영환이 자결하자 좌절한 이상설은 머리를 땅에 찌어 스스로 자해하는데, 이준은 이를 말리고 후일을 도모하도록 진정시킨다. 이준과 이상설의 본격적인 동행은 1907년 헤이그 제2차 만국평화회의에 특사로 간 일이다.

당시 한성에 있던 이준은 대한황제의 밀명을 받아 블라디보스톡에 도착해 연길 용정에 있던 이상설에게 전보를 보내 블라디보스톡으로 오게 한다. 당시 이상설은 의정부 참찬(정2품)을 역임한 고위직 인물이고, 이준은 헤이그로 출발하기 불과 수일 전까지 1905년에 평리원 검사와 특별법원 검사를 겸직한다.
 
이상설과 이준의 특사 활동은 자세히 알려졌으면서도 상당히 왜곡돼 있다. 예를 들면 민간에서 만들어진 헤이그 특사증에는 이상설 이준 이위종 세 사람을 모두 헤이그 특사로 명시하고 있는데, 이를 정사와 부사로 나누어 신분을 계급 지으려 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사후에 독립항쟁가 사회에서 이상설과 이준을 이간하려는 일제에 충성하는 대를 이은 '밀정'이 이상설 최측근으로 있었기 때문이다.
 
해방 후인 1946년 초에 함경남도 북청이 고향인 이준의 아들 이용은 월남해 활동하다가 암살의 위협을 느끼고 1948년 5월 초에 월북해 초대 도시경영상(장관)이 된다. 1950년에는 이상설의 세 손자 이재준 이재홍 이재철이 이용을 찾아 북으로 간다.

이용은 1954년에 사망하지만, 그의 아들 이렬과 이활은 이준의 손자로서 해방공간에서 활동하는데, 이상설의 세 손자가 월북 후 그를 만났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피는 물보다 진하지만, 확실히 독립항쟁에서의 동지는 피보다 진하다. 이상설과 이준은 피보다 진한 독립항쟁의 동지였고, 후손들은 그것을 믿었다.

▲ 글쓴이 이양재(69) 선생=독립운동가 이병식 선생의 증손자로 (재)리준만국평화재단 이사장과 (사)한국고서협회 상임부회장으로 고서화감정가이다. 서지학과 회화사학자로 2009년부터 제주에 머물며 제주관련 고서도 수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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