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출판 제공 입시 컨설턴트들은 킬러 문항을 죽인 존재라는 의미로 정부를 '킬러 문항 킬러'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바로 그런 정부를 죽이는 존재라며 '킬러 문항 킬러 킬러'라고 소개했다. 사교육 시장을 이길 수 있는 정부는 없다고 했다. -장강명 '킬러 문항 킬러 킬러' 중에서"선생은 그날 입학식에서 신입생들을 모두 강당에 불러놓고 저주인지 응원인지 모를 말들을 늘어놓았다. 그에 따르면 첫 학기에 전교 4등 안에 든 애들로 특별반을 만들 거라고 했다. 특별반에 든 애들에게는 대입을 위한 대대적인 지원을 할 예정이며 거기에 못 들면 대입은 망한 거나 다름없다고 했다. 그러나 선생의 열변에도 불구하고 듣는 애들은 거의 없었다." -서윤빈 '소나기' 중에서'킬러 문항 킬러 킬러'는 2023년 8월부터 2024년 1월까지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작가 10인이 손잡고 '한겨레'에 연재한 소설과 이러한 취지에 공감한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보탠 '교육 소설 앤솔러지'다.
이 소설의 출발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물건 대하듯 대하는 어른들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에서 비롯됐다. 수능을 불과 150여 일 앞두고 대통령이 '이권 카르텔'을 운운하며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의 문제를 수능에서 출제하면 안 된다"고 말하자 교육부는 화들짝 놀라 숨 가쁘게 움직인다. 대학입시 담당 국장을 경질하고 수능 문제 출제 기관을 감사하기로 한다.
수능을 코앞에 두고는 당장 '킬러 문항'을 없애겠다고 발표한다. '누구도 건들 수 없는 고3 수험생'이라는 불문율을 어리석은 어른들은 너무 쉽게 깨뜨렸다.
14명의 저자들은 우리가 수십 년 동안 보아왔지만 천 년을 견딜 것 같은 철옹성도 하루 아침, 한마디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견고한 사회 시스템 안에 깃든 멍조차 챙길 수 없는 현실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꼬집는다.
첨예한 시선을 지닌 소설가들이 입시 경쟁과 학교폭력, 사교육 열풍, 부모와 자녀 간의 진로 갈등, 청소년 성소수자의 인권 등 한국 교육 현장의 이슈와 주인공들의 인간성 억압 현실을 폭넓게 조망한다.
이기호·장강명·이서수 외 | 한겨레출판 | 2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