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공수처가 대통령 경호처와 계속되는 대치 끝에 집행을 중지하고 철수한 가운데 3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경호처 직원들이 서로 격려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수사 기관의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대통령경호처가 육탄방어 했다. "국민 손으로 뽑은 현직 대통령이 분명하고 법이 정한 대로 그에 상응한 경호를 받고 있다"는 게 박종준 경호처장의 입장이다.
대통령 경호 조직은 정권마다 격하·승격되는 격변의 역사를 거치며 지금의 경호처로 자리매김 하게 됐다. 적법한 영장집행을 막아서면서 경호처장이 입건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대통령 권한만큼 높아진 경호처의 위상에 의문을 제기한다.
현역 군인이 대통령 엄호…공화국 시절 경호실
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 경호실'이라는 이름은 1963년 박정희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창설됐다. 이때 '대통령경호실법'이 제정되면서 초대 경호실장으로 육군 준장 출신의 홍종철이 임명됐다. 그간 경찰이 담당해 왔던 국가 원수에 대한 경호 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의 탄생이었다.
제4공화국 당시까지도 차관급이었던 경호실장이 장관급으로 격상된 계기는,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식 행사 중에 발생한 '박정희 대통 저격 미수 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경호실장은 육군 출신 차지철로 바뀌었고, 경호실장이 수도경비사령부까지 지휘할 수 있도록 법령이 개정되면서 경호실의 위상이 한층 두터워졌다.
그러나 사실상 박정희 대통령의 개인 '사병조직'으로 기능한 대통령 경호실은 1979년 10·26 사태 때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당시 대통령 경호실이 경호 외 정보 임무 등 지나치게 많은 역할이 주어지면서 정작 경호 업무에는 공백이 발생해 나온 '최악의 실책'이라는 비판도 적잖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차지철 전 대통령경호실장. 연합뉴스 군 색채는 옅어졌지만…박근혜 정부 때 도로 비대
출범부터 군사정권의 잔재 청산을 과제로 받아들인 문민정부는 1993년 경호실장에 현역·예비역이 아닌 경호실 업무를 오래 해왔던 박상범 경호관을 임명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독립 기관으로 존재하던 경호실이 대통령실 산하 경호처로 들어가면서 장관급이던 실장도 다시 차관급의 처장으로 격하됐다. 당시 "권위주의 시절의 유산을 청산하겠다"는 이유로 비대했던 청와대 대통령실 인원을 감축해 경호처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경호처는 다시 대통령경호실로 독립기관으로 바뀌며, 그 위상이 비대해졌다. 대통령령의 대통령경호실 직제 등 관련 법령도 별도로 만들어지면서, 경호 조직의 힘은 더 강해졌다. 암살로 부모를 잃고, 본인도 공식 석상에서 테러를 당한 과거에서 비롯된 조치라는 평이 나왔다.
다만 문재인 정부는 전 정부에서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청와대 출입을 방조했다는 이유를 들어 경호실을 해체하고 경찰청 산하 대통령경호국에 두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로 경찰청 산하 기관으로 두지는 못하고 장관급 경호실을 차관급 경호처로 격하하는 데 그쳤다.
윤석열 정권, '입틀막' 등 논란의 경호처
윤석열 정권에 들어서면서 초대 경호처장으로 측근인 김용현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임명되면서 다시 경호처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실제 경호처 예산은 지난해 대비 421억원(43.4%) 늘어나기도 했다.
지난해 2월 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를 할 때 R&D 예산과 관련해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을 향해 항의를 하던 중 제지를 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초 '입틀막' 사태가 잇따르며 '과잉경호'에 대한 비판에도 '경호처 힘 싣기'는 진행됐다. 국정원이 지난달 말 입법 예고한 '보안업무규정 일부 개정안'에서 국정원장, 국방부 장관 등 일부에게 부여됐던 신원조사 권한을 경호처장에게도 부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편 경호처는 지난 5일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경호처가 개인 사병으로 전락했다는 모욕적 언사는 삼가 달라"며 관저 입구에 차벽을 세우고 철조망을 쳤다. 경찰은 박종준 경호처장과 김성훈 경호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 등 지휘부 4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