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장 고희진 감독. 한국배구연맹프로배구 여자부 정관장 고희진 감독은 구단의 새 역사를 썼음에도 웃지 못했다.
정관장은 14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의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대2(25-21 36-34 23-25 19-25 15-12)로 승리했다.
두 세트를 먼저 따내며 승리를 눈앞에 뒀으나, 3~4세트를 내리 내주면서 승부는 5세트까지 이어졌다. 다행히 마지막 세트를 잡아내며 승리했으나, 쉽게 끝낼 수 있었던 경기를 힘들게 마쳐 아쉬움이 공존했다.
이로써 정관장은 창단 첫 10연승을 달성했다. 승점 2를 획득한 정관장은 14승6패 승점 38을 쌓으면서 2위 현대건설(승점 43·14승6패)과의 격차를 5점으로 좁혔다.
하지만 고 감독은 어두운 표정으로 기자회견실에 들어섰다. 경기력이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 감독은 "좀 더 잘 준비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선수들과 대화도 해야 할 것 같고, 준비밖에 없는 것 같다. 돌아가서 단단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직전 GS칼텍스전에서 나온 문제가 반복됐다. 바로 잡아야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정관장 작전타임. 한국배구연맹창단 첫 10연승 대기록에 대해서는 "기록은 자연스럽게 쌓이는 거다. 경기 내용이 좋아야 미래가 있고, 나중에 더 큰 경기를 할 때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나는 더 큰 무대를 생각하고 있다. 선수들은 그렇게 생각 못 할 수도 있다"면서 "10연승은 잘했지만, 이런 경기력으로 승리하는 건 아쉽다. 선수들도 아쉬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 중 정호영, 박은진 등 미들 블로커와 대화하는 장면이 자주 포착됐다. 흔들리는 경기력을 지적했던 것이다. 고 감독은 "0점이다. 전부 보완해야 한다"며 분발을 요구했다.
그는 "황민경과 이소영이 들어가면 상대 빅토리아의 점유율이 집중되는 걸 알면서도 막지 못했다"면서 "더 집중해서 일찍 끝내야 했는데 빌미를 제공했다. 좀 더 단단하게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잦은 범실도 발목을 잡았다. 기업은행(23개)보다 무려 15개 많은 38개의 범실을 쏟아냈다.
이에 고 감독은 "집중력과 리듬 문제다. 한 번 흐트러지면 다시 잡기 어렵다"면서 "완성형 선수가 아니라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선수들과 호흡하며 잡아가겠다"고 말했다.
정관장 10연승. 한국배구연맹아시아 쿼터 메가는 주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양 팀 최다이자 개인 한 경기 최다인 44점으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고 감독은 메가에 대해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메가와 우리만 아는 공격 타이밍이 있는데, 안 좋은 모습이 안 나오게 하려 했는데 잘 풀리지 않았다"면서 "메가도 알고 있더라. 훈련을 통해 보완해야겠다"고 했다.
외국인 선수 부키리치는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25점을 책임졌으나, 경기 중 다소 기복있는 모습을 보였다.
고 감독은 "메가는 타이밍을 맞춰서 칠 수 있지만, 부키리치는 타이밍을 만들어줘야 한다"면서 "팀플레이가 돼야 한다. 부키리치의 문제가 아닌 팀의 문제다. 그래도 오늘 잘해줬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래도 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다음 한국도로공사전에서도 승리하면 2위 현대건설과 맞대결이다. 여자부 양강 구도를 무너뜨릴 절호의 기회다.
고 감독은 "승점 차이는 결과로 나오는 거다. 우리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다음이 있다"면서 "이겨서 좋아할 게 아니라 계속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대건설을 만나기 전 도로공사전이 더 중요하다. 한 경기 한 경기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