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15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건물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과천=박종민 기자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위한 시간 싸움에 돌입한 가운데 체포적부심사라는 변수를 맞았다. 공수처는 체포영장을 집행해 구금한 윤 대통령에 대해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석방해야 하는데 변호인단이 법원에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하면서 조사 시간에 공백이 생긴 탓이다.
공수처 비상계엄 TF(팀장 이대환 수사3부장검사)는 16일 윤 대통령을 전날에 이어 이틀째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공수처는 전날 오전 10시 33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 대통령을 체포했다. 20여분 만에 경기 과천 공수처 청사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오전 11시쯤부터 정부과천청사 5동 338호 영상녹화조사실에서 조사를 받았다. 오전에는 공수처 이재승 차장검사가 조사를 맡았고, 오후에는 TF팀장인 이대환 수사3부장검사와 차정현 수사4부장검사가 나눠서 윤 대통령을 조사했다. 윤 대통령은 영상 녹화를 거부한 채 윤갑근 변호사 등 변호인 조력을 받았다.
윤 대통령에 대한 신병 처리를 결정할 공수처에게 주어진 시간은 48시간이다. 수사팀은 오는 17일 오전 10시 33분까지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하거나 풀어줘야 한다. 형사소송법상 체포된 피의자가 48시간 내 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으면 즉시 석방된다.
15일 한남동 관저에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수사처로 압송되고 있다. 과천=박종민 기자하지만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전날 밤 조사를 마친 직후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수사를 벌이고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 자체가 수사권 없는 불법 수사이고, 전속관할 규정을 위반한 영장 청구와 발부는 그 자체로 무효라는 기존 주장을 적부심 청구서에 그대로 옮겼다.
체포적부심사에 걸리는 시간이 체포 시간에서 제외되는 것은 변수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 사건 기록을 법원에 넘기고, 심사 종료 후 법원이 이를 반환할 때까지의 시간이다. 윤 대통령 측은 체포적부심사를 이유로 이날 오전 공수처 조사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헌정사상 처음 현직 대통령을 체포한 공수처에 놓인 길은 사실상 구속영장 청구 하나뿐이다. 사안의 중대성 등을 감안할 때 구속영장을 청구를 배제하고 조사를 위해 체포영장을 청구, 집행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또한 현직 대통령이라는 신분과 영향력 등에 비춰볼 때 증거인멸 가능성 등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범죄 혐의가 상당히 소명되고 증거인멸이나 도망 염려가 인정된다고 판단하면 구속영장을 발부한다. 공수처로선 한정된 시간 안에 윤 대통령의 범죄 사실을 입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란 수괴 혐의를 구성해야 한다. 갈길 바쁜 공수처에 체포적부심사로 수사 일정이 지연되는 것은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특히 윤 대통령 측은 전날 공수처 검사의 질문 대부분에 대해 진술을 거부했다.
공수처는 헌법 기관인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마비라는 사안의 중대성을 부각하고 동시에 소환 불응 등 비협조로 일관했던 윤 대통령의 태도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한 부장검사는 "피의자 진술 태도 등 조사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이런 대형 사건의 경우 구속영장 청구 시한을 맞추기도 빠듯하게 수사 상황이 돌아간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200쪽에 달하는 질문지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측이 공수처 검사의 질문 대부분에 답을 거부한 점을 고려하면, 향후 조사에서 실효성 있는 문답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어느 법원에 청구할 것인지도 중요 변수로 꼽는다. 공수처는 "통상 체포영장을 청구한 법원에 구속영장도 청구한다"며 서울서부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셈이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의 수사 관할상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해야 한다"고 맞섰다.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향후 재판 절차에서 증거 능력이 문제가 생길 것이고 이에 대해 공수처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