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1년 서독 바덴바덴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1988 올림픽 개최지로 대한민국 서울이 발표되자 박용수 서울시장(사진 가운데)을 비롯한 한국올림픽위원회 대표단이 환호하고 있다. 앞쪽은 일본올림픽위원회 대표단. 대한체육회·연합뉴스서울특별시와 전북특별자치도가 경쟁하는 2036년 하계 올림픽 국내 유치 후보 도시 결정이 2일 앞으로 다가왔다. 서울, 전북도는 유치 도시를 결정하는 투표 행사자가 올림픽 종목 단체 대의원으로 한정돼 있는 점에 주목, 마지막까지 이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전력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28일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 유치 후보 도시를 최종 결정한다. 서울시와 전북도 가운데 1개 도시가 치열한 경쟁에서 승자가 된다. 체육회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파크텔 1층 올림피아홀에서 대의원 총회를 열어 마지막 안건으로 상정된 '2036 올림픽 유치 도시 선정'에 대해 심의한다. 심의 후 대의원들의 무기명 투표로 올림픽 유치 후보 도시를 결정한다.
특히 제42대 대한체육회장에 선출된 유승민(42) 당선인이 의장을 맡아 처음으로 이날 총회를 주재한다. 4년 임기 시작을 공표하는 자리에서 국책 사업인 올림픽 관련 정책 결정 회의를 주관하는 셈이다.
서울시와 전북도의 올림픽 유치단은 총회에서 사활을 건 프레젠테이션(PT)을 실시한다. 각각 45분 시간이 주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관영 전북지사가 직접 PT 발표자로 나선다. 이어 유치단은 각각 15분 가량의 질의 응답 시간을 갖는다. 이후 평가위원회의 조사 결과 보고가 진행되고, 대의원들의 무기명 비밀 투표를 통해 최종 올림픽 유치 후보 도시가 결정된다.
1988년 12년 만에 처음으로 동서 진영이 모두 참가한 서울올림픽이 개최됐다. 사진은 당시 서울올림픽주경기장(현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올림픽 개회식 장면. Antexon 유튜브 캡처두 도시의 운명을 가를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대의원 자격 규정이 다른 안건과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체육회 정관(제15조·총회의 구성 원칙)에서는 '올림픽에 관련한 사항을 다룰 경우에는 올림픽 종목 회원 종목 단체를 대표하는 대의원만이 그 의결에 참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투표는 전체 대의원 120여 명 가운데 올림픽 38개 종목(하계 31개 종목, 동계 7개 종목)의 대의원 2명씩 모두 76명만 참여하게 된다. 이들 단체의 회장과 수석 부회장이 대의원으로 투표에 나선다. 사실상 올림픽 종목 단체들이 유치 도시 결정의 키(Key·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투표 방식을 고려한 서울시와 전북도는 올림픽 종목 단체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전력하고 있다. 서울시 김병민 정무부시장은 25일 열린 대한민국 체육상 시상식을 찾아 종목 단체 관계자들을 만났다. 지자체 최고위직 간부가 체육회 시상식을 방문한 것은 이례적이다. 앞선 24일에는 서울시 김태균 행정1부시장과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이 종목별 경기 단체를 방문,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전북도도 지난 20일 김관영 지사와 정강선 전북체육회장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을 방문, 이른바 '도장 깨기'에 나섰다. 이들은 각각의 경기 단체 사무실을 돌며 전북도의 올림픽 개최의 당위성, 경쟁력 등을 설명하는 등 표심 잡기에 올인했다. 이뿐 아니라, 두 지자체는 인적 네트워크를 가동해 38개 종목 단체 대의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올림픽 유치 후보 도시 선정은 서울시와 전북도는 물론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있는 상황으로, 28일 투표 결과가 주목된다"며 "투표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투표로 선정된 국내 유치 후보 도시가 다른 나라 후보 도시들과의 경쟁에서 승리, 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면 대한민국은 2차례 이상 하계 올림픽을 치르는 7번째 국가 반열에 올라선다. 2차례 이상 올림픽을 유치한 6개국의 경우 평균 50년 만에 2번째 대회를 개최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개최한 대한민국 입장에서 48년이 지난 2036년은 다시 한번 올림픽을 개최하기에 적절한 시기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