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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윤석열 석방에 경거망동이 지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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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에서도 구속취소 판결 때 인내심 발휘하길
내란사태 극복과정은 나라의 미래와 직결
대통령 특사에서 제외하는 방안 검토할 때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검찰이 항고를 포기하면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의왕=황진환 기자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검찰이 항고를 포기하면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의왕=황진환 기자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돼 8일부터 용산 대통령 관저에서 발뻗고 잘 수 있게 됐다.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과 검찰의 항고포기 때문이다. 헌법기관과 언론사를 통제해 헌정질서를 무력화하려는 내란사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법적으로 단죄할 책무를 진 수사 및 사법기관의 치열함이 법꾸라지 내란세력의 치열함에 미치지 못했음이 드러난 셈이어서 씁쓸하다. 검찰간부 출신이 즐비한 윤 대통령측이 검찰의 날짜단위 구속기한 관행을 파고들 것에도 대비했어야 했다.
 
윤 대통령 석방은 국민의 법감정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윤석열이 경호처의 무력을 앞세워 이른바 '한남산성'을 구축하고 체포를 거부할 당시 많은 국민들은 불안감을 느꼈다. 자칫 제2의 내란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구속영장이 집행될 때에는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며 안도하기도 했다. 그게 법감정이었다. 내란 피의자 대부분이 구속됐는데 내란 우두머리가 활보하는 것도 법감정을 자극한다.
 
이제 와서 법원이 절차적 문제에 현미경을 들이대며 윤 대통령측 손을 들어준 것에 시비를 걸고 싶지는 않다. 다만 석방된 이후 윤 대통령측 태도로 볼 때 다수 국민들이 우려했던 불안감이 근거없는 것이 아님은 분명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내란 피의자임을 잊은 듯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자 지지자들을 향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당당히 걸어나와 인사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윤 대통령측은 9일 입장문에서 "대통령이 53일간의 구금에서 석방됐다", "이제 조작과 허위의 시간은 끝났고 진상규명과 책임 추궁의 시간이 시작된 것"이라며 적반하장의 태도로 돌변했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내란 범죄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절차적 정당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을 뿐 탄핵심판이나 내란죄 재판과는 하등 관계가 없다. 따라서 상황을 호도하여 지지자를 선동하고 헌재 재판부를 압박하려는 정치권의 경거망동을 경계한다.
 
대통령실은 "수사권 없는 공수처의 불법수사가 바로잡혔다"고 했다. 사태의 본질은 군을 동원한 헌정질서 파괴인데, 윤 대통령측은 끊임없이 절차를 파고들며 본말을 뒤집으려한다. 국민이 모를리 없다. 김문수 고용노동부장관은 헌재 변론기일이 10여일 전 종료됐음에도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론을 다시 시작하라고 헌법재판소를 압박했다. 나경원 의원은 "이제 헌재의 차례다.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의 의미를 결코 가벼이 여기지 말라"며 탄핵심판 각하를 요구했다. 정치권이 윤 대통령 석방의 의미를 부풀리자 거리의 찬반집회도 과열됐다.
 
12.3 내란사태의 극복과정은 대한민국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피땀으로 일군 민주화의 성과가 일개 정치지도자의 망상에 허물어지지 않으려면 준엄한 법의 심판이 뒤따라야 한다. 헌법을 수호할 대통령이 헌법파괴자를 풀어주는 건 모순이란 점에서 차제에 내란.외환죄를 범한 자에게는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허용하지 않는 방안도 고려할 법하다.
 
헌법재판소나 내란죄 형사법원이 정치권과 극단주의 세력의 압박에 결코 휘둘릴 거라 믿지 않는다. 정치권과 국민은 차분히 사법절차를 기다려야 할 때다. 그리고 탄핵심판에서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이번 윤석열 구속취소 판결에서 보여준 것만큼의 환호와 인내심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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