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전라남도교육청국제교육원에서 중국 문화 체험 강사가 학생들에게 중국 전통 의상을 입히고 있다. 한아름 기자▶ 글 싣는 순서 |
①4명에 1명 이주배경학생인 학교…'공존' 준비하는 전남교육 ②아시아 7개국 전통의상 입어보니… 친구 나라 이해도 '쑥쑥' (계속) |
전남 순천 성동초등학교 5학년 이시우(12)군은 최근 전라남도교육청국제교육원(국제교육원) 내 '태국 문화 체험관'에서 갈색빛 전통 의상을 위아래로 갖춰 입었다. 시우 군은 지금 의상에 어떤 모자가 가장 잘 어울릴지 고민하며 하나하나 만져보기 시작했다. 시우 군 앞에는 화려한 금색 왕관과 전통 모자들이 늘어서 있었다.
"하준아! 이것도 태국 모자래!"한국에서 나고 자란 시우 군은 전통의상을 입어보고 모자를 고르면서 태국 사람들이 금과 화려한 문양을 좋아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시우 군은 친구 박하준(12)·김정원(12)군과 함께 태국 전통 금관을 써보더니, 서로 바라보며 꺄르르 웃었다.
이날 오전 전남 여수시 국제교육원에서는 아시아문화체험이 진행됐다. 순천 성동초등학교 5학년 학생 35명은 6개 조로 나뉘어 약 2시간 동안 각각 다른 나라의 문화를 체험했다.
아시아문화체험관에서 체험할 수 있는 나라는 총 7개다. 중국·필리핀·일본·베트남·태국·캄보디아·몽골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이날은 캄보디아를 제외한 6개 나라의 체험관이 열렸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2시간 가량 한 국가의 문화를 집중적으로 접하게 된다. 해당 나라의 문화적인 특성을 글로 배워본 뒤에 전통 의상을 입고 그 나라의 놀이를 해보는 식이다.
중국 전통 의상을 입은 학생 다섯 명이 중국 전통놀이인 '용춤'을 즐기고 있다. 한아름 기자
중국 체험관에 있던 학생 다섯 명은 건물 바깥으로 나와 '용춤'을 추기 시작했다. 학생 다섯 명이 힘을 보태 용을 번쩍 들었다. 샛노랗고 길다란 용이 파란 하늘 위를 사뿐사뿐 날아다녔다. '용춤'은 중국의 명절이나 각종 행사에서 빠지지 않는 전통놀이다.
전통놀이 시간이 끝나면 만들기 활동도 진행된다. 중국 체험관에서는 경극에 사용되는 가면을 만들고, 필리핀 체험관에서는 나무 요요를 만든다.
친구 엄마가 생생하게 알려주는 그 나라의 문화 '너무 재밌어요'
아시아 7개국 문화체험관에서 활동하는 강사들이 학생들에게 본인을 소개하고 있다. 한아름 기자7개 나라의 문화체험을 맡고 있는 강사들은 전부 해당 나라에서 온 이주민이다. 그 나라의 문화를 생생하게 전달해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중국 담당 강사는 중국에서 직접 단체활동 교구를 공수해오기도 했다.
2018년부터 아시아문화체험관 운영을 도맡아 온 김나라 씨는 "처음에 들어올 땐 '무슨 나라가 싫다'고 말하던 학생들도, 체험 후에는 웃으면서 더 활동하고 싶다고 말한다"며 "문화 체험 활동을 맡은 뒤로 학생들의 인식이 많이 바뀐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나라 씨도 오래 전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온 이주민이다. 현재 목포에 거주 중인 그는 학생들에게 아시아 문화를 알리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2시간 이상 걸리는 출근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국제교육원은 학생들이 놀이와 체험을 통해 자연스레 다른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순천 성동초등학교 학생들이 방문한 '아시아 7개국 문화체험관' 뿐만 아니라, 지하에 조성된 '세계문화체험관'에도 전남 청소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제교육원 세계문화체험관에서는 방문 예절이 나라마다 어떻게 다른지 배울 수 있다. 사진처럼 프랑스의 방문 예절에 대한 퀴즈를 오른쪽에서 풀고 왼쪽의 문을 열면 정답을 확인할 수 있다. 한아름 기자
세계문화체험관은 언어·집·음식·옷·축제·우리 총 6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집을 방문할 때 나라마다 어떤 예절을 지켜야 할까?'·'문화에 따라 먹지 않는 음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와 같이 화면에 질문이 제시되면, 학생들은 오감을 활용해 각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며 정답을 찾아간다. 간단한 문제를 풀면서 이 나라의 문화에서 허용되는 것과 아닌 것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김권용 전라남도교육청국제교육원 다문화교육부장은 "우리 교육원의 프로그램을 통해 해당 나라에 관심을 둘 수 있게만 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학생들이 어엿한 세계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함평 기산초등학교 학생들이 우쿨렐레 합주를 연습하고 있다. 학생들은 '국외배움체험'의 일환으로 올해 9월에 친구 엄마 나라인 일본에 방문한다. 기산초등학교 제공전라남도교육청은 학교 단위로도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함평 기산초등학교의 경우 1년에 한 번 '국외 배움 체험'을 실시한다. '국외 배움 체험'이란 이주배경학생의 부모 나라에 다함께 가서 할아버지·할머니를 만나고 오는 프로그램이다.
기산초등학교 전교생 30여 명은 출국 전에 민요 부르기와 악기 합주를 연습한다. 친구 부모 나라에 가서 공연을 하기 위해서다. 국외 체험을 마친 후에는 각자 느낀 소감을 정리해 발표한다. 이 체험을 통해 이주배경학생에게는 정체성과 자존감을 심어주니 좋고, 한국 출신 학생에게는 세계를 보는 시야를 넓혀줄 수 있으니 여러모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이 교사들의 설명이다.
김용허 함평 기산초등학교 교장은 "이 활동을 그저 체험학습 정도에서 끝내지 않고, 이를 시작으로 교육과정에 '다문화 감수성 함양'이 녹아들 수 있게 계획하고 있다"며 "이주배경학생에게는 정체성과 자존감을 형성시켜주고, 한국 출신 학생에게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의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더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