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국회에서 본회의 표결 절차를 마친 뒤 회의장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5월의 첫날인 1일 정치권은 그야말로 격랑 그 자체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상고심 파기환송에 민주당은 그간 만지작거리던 탄핵 카드를 재차 꺼냈고, 탄핵 당사자인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는 기습 사의로 이를 비껴갔다.
이미 국무총리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한 한덕수 전 총리는 최 전 부총리의 사의를 곧장 수용하면서 민주당의 탄핵 공격에 방어막을 쳐줬다. 대선을 앞두고 통합과 협치를 외친 정치권의 외침이 무색해지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 벌어진 1일의 촌극은 이재명 후보의 상고심 파기환송이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민주당은 예상치 못한 대법원의 유죄 판단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대법원의 판결은 명백히 정치재판이고 졸속재판"이라고 비판했고, 김용민 의원은 "대법원의 쿠데타이자 내란행위"라고 규정했다.
이 후보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에 민주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대응책을 논의했다. 그리고 나온 게 바로 '탄핵 카드'였다.
민주당은 같은날 오후 8시30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심우정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안도 발의해 본회의 보고 이후 법사위에 회부했다.
모두 대법원 선고 이후 약 5시간 만에 벌어진 일들로,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전면전에 나섰다"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여기에는 물론 한덕수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도 기폭제로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당초 당의 입장은 한덕수 거취가 확인되면 그동안 추진해온 탄핵도 결론을 내리겠다는 것이었다"며 "한덕수 사퇴 결정으로 출마가 기정사실화된 걸로 보고 (최 전 부총리) 탄핵 추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추가 상정하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은 발끈했다. 민주당의 탄핵 카드에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분풀이하는 격"이라며 격한 반응을 내놨다.
특히 같은당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탄핵으로) 국무회의를 무력화해서 이재명의 범죄사실인 허위사실 공표죄를 폐지하는 법률을 제출한 다음 거부권 행사를 막으려는 설도 있다"고 저의를 의심했다.
민주당의 탄핵 강공이 비판을 샀지만, 이에 대한 최 전 부총리와 한 전 총리의 대응을 두고도 적절치 못하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최 전 부총리는 탄핵안이 급히 추진되자 같은날 밤 10시28분쯤 기습적으로 사의를 표명하고 국회 본회의장을 떠났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본회의에서 탄핵안 상정을 선언하기 불과 4분전이었다.
그로부터 약 15분이 지난 밤 10시43분쯤 한 전 총리는 최 전 부총리의 사표를 수리했다. 사의 표명과 사표 수리까지 사전 모의 없이는 힘든 절차가 마치 각본처럼 짠 듯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에 우 의장은 "정부로부터 최상목 면직이 통지됐고, 국회법에 따라 탄핵소추 대상자가 없으므로 투표를 중지하겠다"며 투표 불성립을 선포했다.
대법원 선고 이후 길게는 7시간, 민주당의 탄핵안 추진 이후 짧게는 2시간 동안 이어진 정치권의 막장 공방은 대선을 앞둔 진보와 보수 양 진영의 야욕과 실체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재명 후보는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하면서 '통합'을 외쳤고, 한덕수 전 총리는 사의 표명 글에서 '극단의 정치를 버리고 협치의 기틀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결국 양 진영의 외침은 허울뿐이고, 그 이면에는 오직 대권 쟁취의 야욕만 있다는 걸 5월 1일의 촌극이 방증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