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APEC 결과관련 합동브리핑. 산업통상자원부 제공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1개 회원국들이 최근 불확실성이 커진 글로벌 통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합의했다. 통상 행정에서의 AI도입, 지속가능한 공급망 구축 등도 함께 논의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부터 이틀동안 개최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를 마무리하면서, 21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이런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고 16일 밝혔다.
당초 다자무역 촉진에 관한 의제로 열리는 이번 회의에선 미국 등의 이견으로 공동성명 발표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의장국인 한국의 주재 하에 주요 회원들이 유연성을 최대한 발휘해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APEC 협력 방향에 대한 컨센서스를 극적으로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자무역체제 회복위한 WTO 개혁
APEC 회원들은 근본적인 도전과제에 직면한 글로벌 통상환경에 대해 우려를 공유하며, 무역 이슈 진전을 위해 글로벌 무역시스템의 법적 토대를 제공해온 WTO가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아울러 WTO에서 현대 통상 이슈 논의를 심화하려는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며 기업 친화적인 투자환경 조성을 위한 APEC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응고지(Ngozi) WTO 사무총장은 WTO가 다시금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무역 환경을 조성하는 데 적실성 있는 기구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한국 제안 'AI 통상 이니셔티브' 본격 추진
이번 회의에서 한국은 'AI 통상(AI for Trade)' 이니셔티브를 제안해 높은 관심과 지지를 받았다.
관세·통관 행정에서의 AI 활용, AI 정책 이해 증진, AI 기술·표준 정보 교환 등을 포함한 3대 과제를 제시됐고, 후속 논의를 위해 오는 8월 인천에서 민관 다이얼로그를 열 예정이다.
또한 APEC은 디지털 무역 확산, 데이터 이동, 디지털 인프라 강화 등 디지털 경제 전반에 걸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공급망 재편 대응…민관 협력 확대
제주도 제공공급망 분야에서도 심도 있는 논의도 이뤄졌다.
회원국들은 공급망 재편과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이중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 회복력 있고 지속가능한 공급망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고, 한국이 주최한 '지속가능한 공급망 포럼'에 민간의 참여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APEC 연계성 청사진(Connectivity Blueprint)'의 이행도 재확인했다. 비자 없이 빠르게 입국 가능한 APEC 가상 기업인 여행카드의 확대 도입도 추진된다.
막판 공동성명 채택까지…치열한 기싸움
양일간 회의를 주재한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글로벌 통상 환경에 대한 첨예한 입장 차이가 있어 금번 통상장관회의에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의장인 저를 비롯해 20개 회원 통상장관들과 100여명의 공동선언문 협상팀에게 큰 도전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다자무역주의 체제 회복' 의제를 놓고 주요국 간 이견으로 공동성명 채택은 막판까지 불확실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 본부장은 결과 브리핑에서 "11시 40분에 마지막 세션이 끝나는데, 11시 30분까지도 여전히 입장 차이가 커, 구체적으로 좁혀지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당시의 긴박함을 전했다. 잠시 쉬는 시간을 갖는 동안 각 국가들의 내부적 논의 등이 이뤄진 뒤 공동성명 채택까지 이어졌다고 밝혔다.
미국의 통상관세 부과 등과 관련한 공동 대응 논의가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정 본부장은 "일부 국가가 그런 뜻을 내비치긴 했지만, 각 국가별 처한 상황이 달라 그 부분에 동의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정 본부장은 "WTO 체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APEC과 같은 역할을 하는 국제 조직이 사실상 거의 없다. 유일하게 APEC이 세계경제 불확실성을 타계하기 위한 범 지역적인 노력을 촉구했다"면서 "또 거기에 포함된 나라들이 미국 중국 일본 한국 아세안 호주 뉴질랜드 등 많은나라가 이런 어려운 상황 극복 위한 모멘텀을 통상장관회의 통해서 형성했다는 점에 의의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이번 회의에서 이루어낸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하반기에 개최될 외교통상각료회의 및 정상회의에서도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