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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지방소멸' 공약 "서울대 10개 만들기"…정말 가능할까?[노컷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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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전국 거점 단위 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려 지방소멸 문제에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방소멸 문제가 단순 인구 감소를 넘어 국토 효율성과 산업 지속가능성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는 가운데, 이같은 교육 공약이 정말 효과가 있을까요? CBS노컷뉴스가 팩트체크한 결과,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논리적으로 타당성이 있고 재정적으로도 일정 수준 실현 가능합니다. 다만 한국의 현실을 고려할 때, 양극화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실효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장기적이고 다층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6.3대선 '지방소멸 대응책' 대해부①]기호1번 이재명편
결론: 절반의 사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2일 오후 경상남도 양산시 양산워터파크공원에서 열린 집중유세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참고로 경남은 지난해 인구 1만3800명이 감소해, 자연감소 규모로는 전국에서 두번째로 많았다. 양산=류영주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2일 오후 경상남도 양산시 양산워터파크공원에서 열린 집중유세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참고로 경남은 지난해 인구 1만3800명이 감소해, 자연감소 규모로는 전국에서 두번째로 많았다. 양산=류영주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이재명의 '지방소멸' 공약 "서울대 10개 만들기"…정말 가능할까?[노컷체크]
(계속)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지방소멸 대응책으로 △세종 행정수도 완성 △5대 초광역권·3대 특별자치도 추진 △지역 전략산업 육성 등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교육개혁을 넘어 국가 균형발전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과연 서울대 수준의 국립대 10개가 전국에 고르게 분포하면 지방소멸 대응에 도움이 될까.

李 "지방 오고 싶어도 '인재가 없다'고…서울대 10개 만들어 해결하자"

순천 시내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지역 관련 공약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전라남도는 작년 기준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가장 소멸 위험이 큰 지역이다. 순천=최보금 기자순천 시내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지역 관련 공약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전라남도는 작년 기준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가장 소멸 위험이 큰 지역이다. 순천=최보금 기자
이 후보는 지난 18일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전국 거점 단위 국립대에 서울대 수준의 예산을 집중 지원해 지역 내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16일 전북 군산 현장 유세에서는 "기업들이 땅값 싸고 좋은 지방으로 오고 싶어도 문제는 '사람이 없다', '인재가 없다'고 한다"며 "일자리가 없는 게 먼저인지 청년이 떠난 게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이걸 동시에 얘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을 언급했다.

그는 "서울대는 학생 1인당 연간 예산이 최대 6천만 원에 달하지만, 지방 국립대는 2천만 원에 불과하다"면서 "연간 1천 억 단위 정도는 지원해줄 수 있지 않겠느냐. 학교 연구 역량을 늘리고, 기업들도 지방으로 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지방에 우수 인재가 모이면  → 기업이 지방에 일자리를 만들고 → 정주(定住) 여건이 개선돼 인구 유출을 막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할 수 있다는 논리다.

캘리포니아 모델에서 따온 '서울대 10개 만들기'…대학이 지역경제 살렸다

이재명 대선후보는 지방소멸 대응책으로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제시했다. 구상의 설계자인 경희대 김종영 교수는 캘리포니아 주립대 체제를 모델로 삼았다고 밝히며 인구 규모로만 비교해도 실현가능한 정책이라 강조했다. 사진은 전라남도 소재 한 국립대 모습. 학생들이 대학 캠퍼스를 거닐고 있다. 순천=최보금 기자이재명 대선후보는 지방소멸 대응책으로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제시했다. 구상의 설계자인 경희대 김종영 교수는 캘리포니아 주립대 체제를 모델로 삼았다고 밝히며 인구 규모로만 비교해도 실현가능한 정책이라 강조했다. 사진은 전라남도 소재 한 국립대 모습. 학생들이 대학 캠퍼스를 거닐고 있다. 순천=최보금 기자
이 공약은 2021년 경희대 사회학과 김종영 교수가 출간한 '서울대 10개 만들기' 책에서 비롯됐다. 김 교수는 "서울대와 비수도권 대학의 차이는 대부분 예산 격차에서 나온다"고 지적하며 캘리포니아 주립대 모델(University of California 체제)을 모범 사례로 든다.

김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캘리포니아는 UC버클리, UC샌프란시스코, UCLA로 대표되는 서울대 수준 10개 대학을 만들어 네트워크했다"면서 "이 대학들이 중심이 돼 원래 시골이었던 캘리포니아에서 퀄컴, 브로드컴 같은 유수한 기업이 배출됐다"고 설명했다. 퀄컴은 UC샌디에이고 교수가, 브로드컴은 UCLA 교수가 주도해 설립됐다. 대학이 지역경제를 혁신하는 핵심 엔진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 교수는 한국과 캘리포니아가 인구 규모가 비슷함을 언급하면서 재정적으로도 실현 가능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캘리포니아 인구가 약 4천만 명인데 한국 전체 인구가 5천만 명"이라면서 "4대강 사업에 22조 원을 들였는데, (서울대 포함 9개 거점 국립대에) 한 해 2조 7천 억씩 투입하는 예산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연구기관도 지방대 역할 강조…"지역 일자리, '저숙련 함정' 극복해야"

전라남도 소재 한 국립대학교 앞에서 점심시간에 맞춰 학생들이 이동하고 있다. 순천=최보금 기자전라남도 소재 한 국립대학교 앞에서 점심시간에 맞춰 학생들이 이동하고 있다. 순천=최보금 기자
이같은 구상은 실제 연구 결과와도 맞닿아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발간한 '지역노동시장 양극화와 일자리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 노동시장이) 낮은 임금으로 청년 등 인재가 지역을 떠나고, 기업은 양질의 인재를 수급하지 못해 생산성 혁신을 이루지 못하는 '저숙련 함정'에 빠져있다"면서 "이를 극복하려면 고학력-고숙련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지역 인재 전략이 필요하고, 학벌 구조를 변화시키는 접근은 그 자체로 중요한 과제"라고 짚었다.

또 2021년 발간한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지역 일자리 사례와 모델' 보고서에서는 "대학-지자체-기업이 협업해 지역의 인재를 키우고 정착시켜야 한다"며 지방 대학의 공적 역할을 강조했다.

한국 특성상 '역효과' 우려도…"양극화 더 심해질수도"

서울대학교 정문. 연합뉴스서울대학교 정문. 연합뉴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방소멸 관련 정책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정책연구기관 소속 한 관계자는 "프랑스는 대학 평준화를 시도하다 오히려 엘리트 교육이 심화됐고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며 "한국 특성상 서울대 10개를 만든다고 해도 또 다른 서열이 생겨 비용만 높아질 수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대학문제연구소는 지난 21일 논평을 내고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주립대가 전체의 70%가 넘어 주립대 체제의 개혁이 대학 체제 전체의 개혁과 맺어져 있었다"며 "사립대가 전체 대학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의 대학체제와는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또 "지방 거점국립대학에 국가 교육 예산이 몰리면 현재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대부분의 지방사립대, 혹은 더 작은 규모의 국립대학들은 심각한 소멸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전문가들 "장기적으로 다층적 노력 필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4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4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구상은 한국의 고질적인 대학 서열화 문제와 더불어 지방소멸 위기를 함께 해결하려는 복합 전략이다. 다만 구상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거점대학 투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전문가들 지적도 따른다. 교육에서 출발하지만, 이후 산업·인프라 개선을 위한 다층적인 접근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인권 교수는 "지방 명문대를 나오더라도 졸업 후 모두 수도권으로 올라와서 취·창업을 한다면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며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꾸준히 지역 산업과 대학 및 연구소, 공공기관이 연계하는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 제언했다.

충북대 도시공학과 권규상 교수도 "지방대의 수준과 인식이 높아지면 지역에 당연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단순히 지방대를 지원한다고 분위기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지방대 졸업생의 지역 내 일자리 확보, 지역의 정주환경 개선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편에서는 기호2번 김문수 후보의 지방소멸 대응 공약을 팩트체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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