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사법개혁이 6·3 조기대선의 뜨거운 화두가 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공약을 통해 상반된 해법을 내놓았다.
민주당은 법관평가위원회 설치와 대법관 증원,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 등 견제와 투명성 제고를 통해 신뢰 회복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대법관·헌법재판관 추천위원회 법정기구화, 임명 동의 기준 강화 등을 통해 사법부의 중립성과 독립성 강화에 무게 중심을 뒀다.
李후보, '견제·투명성' 통한 신뢰 회복 강조
민주당은 지난 28일 이 후보 정책 공약집을 공개하면서 사법개혁 완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이 후보는 "상고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는 등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법관평가제도 개선을 통해 법관의 근무 평가와 중간 점검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비법조인 대법관 임명 허용 법안은 '사법부 압박용'이라는 논란이 일면서 철회했지만 대법관 증원은 공약에 포함시켜 사실상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는 최근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이례적으로 신속히 파기환송하면서 촉발된 상고심 절차에 대한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국민참여재판의 확대, 하급심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실시간 공개 의무화 등을 통해 재판의 투명성과 국민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 판사가 임의로 국민참여재판을 배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배제 요건을 강화하고, 신속한 재판을 위해 재판연구원 선발 확대, 온라인 재판 도입, 간이공판절차 확대 등도 제시했다. 전반적으로 사법부의 문턱을 낮추고 국민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이다.
金후보, 독립성 강화에 방점…전문법원 확대
국민의힘은 김 후보 정책 공약집에서 사법개혁의 초점을 사법부의 독립성 강화에 맞췄다.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추천위원회를 법정기구로 승격하고, 이들의 임명에 국회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도록 해 특정 정치세력이 사법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헌법재판관의 경우 국회 몫 3인에 대해서만 별도의 '선출' 절차가 있고 대통령·대법원장 지명 몫은 국회 동의 절차가 없다는 점 등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사법방해죄도 신설하겠다는 입장이다. 증인 출석 방해 등 수사·재판 절차를 막거나 방해하는 행위를 형법으로 다스리고 정치권력이 조직력을 동원해 증인 또는 참고인을 회유하거나 재판을 방해하면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사법 리스크'가 있는 이 후보를 겨냥한 공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해사전문법원, 아동·청소년·가정 문제 전담법원 등 전문법원 확대 계획도 포함됐다.
국민 관점에서 진단해야…납득되는 사법개혁 필요
연합뉴스법조계에선 이 후보와 김 후보의 공약을 두고 갖가지 지적과 제언 등이 나온다.
먼저 이 후보의 사법개혁 공약을 두고는 국민 전체의 관점에서 진단하고 처방을 내렸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약이 이 후보에 대한 개인 맞춤형이라는 의구심이 들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지역 고등법원 한 판사는 "사법개혁을 지나치게 빨리 추진할 경우 사회 혼란이 초래돼 성과가 나기 전에 개혁의 동력이 상실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기구 등을 구성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가장 실효성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 공약과 관련해서는 사법개혁에 대한 요구가 대법관과 헌법재판관들의 중립성과 독립성 부족이 원인이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지역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 후보의 공약이 모두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사법개혁이 이뤄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이 후보에 대한 반작용이 아닌 정확히 어떤 부분이 문제이고 어떻게 개혁할지를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양당의 공약집이 너무 늦게 나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19대 대선과 비교해도 '늑장 발간'이라 유권자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