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사' 전성배 씨. 황진환 기자검찰이 2022년 김건희씨 수행비서 유모씨가 건진법사 전성배씨로부터 전달 받은 샤넬 가방을 교환할 당시 동행했던 인테리어 업체 '21그램' 대표의 아내 A씨가 '교환 추가금'을 결제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씨는 검찰 조사에서 동행·결제 배경에 대해 'A씨로서는 샤넬 VIP로서 구매 실적을 쌓으면 좋기 때문'이라며 추가금은 보전해줬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최측근인 유씨 본인은 '김씨에 대한 보고 없이 전씨의 단순 교환 심부름한 것', 김씨 관계사 의혹이 제기된 회사 대표의 가족 A씨에 대해서는 '구매 실적을 쌓기 위해 교환 때 동행하고 결제한 것'이라는 설명으로 김씨와의 관계성에 대해선 선을 그은 셈이다. 수사팀은 샤넬코리아 압수수색 과정에서 가방 교환자는 실제와 달리 최초 구매자인 통일교 측 인사로 기록상 적혀 있는 점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교 측이 김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전달했다는 샤넬 가방 등을 전씨가 본인 진술 취지대로 김씨에게 넘기지 않고 개인적으로 교환해 챙긴 것이라면, 이 교환 작업을 왜 김씨 측근에게 시켰는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쉽게 해소되지 않는 대목이다. 검찰은 이처럼 '샤넬 가방'을 둘러싼 석연치 않은 정황을 따져보는 한편, 관계자 진술 신빙성을 의심하며 실물 행방 추적을 이어가고 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씨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박건욱 부장검사)는 최근 A씨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다만 가방 실물은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통일교 전직 간부 윤모씨가 전씨에게 김씨 선물 명목으로 샤넬 가방 2개를 지난 2022년 4월, 7월에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두 가방은 윤씨의 처가 쪽에서 구매해 모두 전씨를 거쳐 김씨 수행비서인 유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조사됐다. 두 샤넬백의 가격을 합치면 현재 시세로는 약 2700만 원대라고 한다.
유씨는 이 가방들을 각각 80여만 원과 200만 원대의 추가금을 내고 다른 샤넬 제품으로 교환했는데 두 번째 교환 과정에서 A씨가 동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씨는 이때 샤넬 가방 교환증을 가지고 매장에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A씨가 샤넬 최우수고객(VIP)이었기 때문에 동행했다"며 그와 함께 가면 대기 시간 등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특히 A씨는 교환 과정에서 200만 원 남짓의 추가금을 직접 결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씨는 해당 추가금은 보전해 줬으며 A씨가 샤넬 구매 실적을 쌓기 위해 결제했을 뿐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팀은 샤넬코리아 압수수색 과정에서 가방 교환자는 실제와 달리, 최초 구매자인 통일교 전 간부 윤모씨의 처제로 기록상 적혀 있는 점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21그램은 윤석열 정부 초기,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공사를 경쟁 없이 수의 계약으로 맡아 특혜 의혹이 제기된 인테리어 업체다. 21그램은 김씨가 대표로 있었던 코바나컨텐츠가 주관한 전시에 참여하고, 코바나 사무실의 설계·시공을 맡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김씨의 수행비서이자 코바나컨텐츠 전 직원이었던 유씨와 A씨 사이에는 오랜 친분 관계가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 류영주 기자이처럼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들의 구체적인 '샤넬 교환' 정황이 나오고 있지만, 김씨는 본인과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씨 측은 "김씨는 샤넬 가방 등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유씨가 전씨를 (김씨가 운영하던) 코바나컨텐츠 고문이었을 때부터 아는 사이였던 만큼 전씨의 사적 (교환) 심부름을 한 것으로, 그런 일은 김씨에게 일일이 얘기된 게 없다"고 했다.
건진법사 전씨 역시 샤넬 가방 교환은 자신이 유씨에게 시킨 것이라며 교환된 제품을 돌려받은 뒤 잃어버렸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21그램은 관저 공사를 진행하면서 무자격 업체들에 불법 하도급을 준 혐의로 경찰 수사도 받고 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행정안전부의 수사 의뢰를 받아 21그램 법인 등의 건설산업기본법위반 혐의를 수사 중이다.
한편 검찰은 김건희씨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수행비서 유씨가 관리하던 USB 4개를 확보했다. 일부 USB 기기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의 공동인증서 등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토대로 유씨가 김 여사의 자금 관리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유씨 측은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전입신고 등 절차를 위해 대통령 부속실로부터 넘겨 받았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