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12.3 이후 딱 반 년이 지나 6.3 결전의 날이 밝았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전날 주요 후보들은 서울과 대구 등에서 '피날레 유세전(戰)'을 펼쳤다. '내란 종식'을 핵심 구호로 외쳐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국회의사당 맞은편의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대선레이스 마침표를 찍었다. 이재명 후보는
"주권자의 최종 무기인 투표는 이 내란을 끝내고 빛의 혁명을 완성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며 한 표를 호소했다.
반면 제주에서부터 서울까지 이동하며 유세를 펼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시청 광장에서 유세를 마쳤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과 '원팀'을 과시한 김 후보는
"계엄, 탄핵 등 잘못한 게 많다. 앞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한민국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보수의 심장', TK(대구·경북)에서 선거운동을 매듭지었다. '40대 기수론'을 앞세워 온 그는 "밥 주는 것 쫓아가는 '비만 고양이'가 되느니, 굶더라도 호랑이가 되는 길을 택하겠다.
대한민국의 큰 변화를 대구·경북이 다시 한 번 주도해주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보수의 새로운 얼굴로 자신을 선택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CBS노컷뉴스는 3일 본 투표에 앞서 상기할 만한 '관전 포인트'를 꼽아봤다.
①달라도 너무 다른 양당의 '경선 이몽(異夢)'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6.3 대선 피날레 유세를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각 정당의 대선 후보 선출이 '컨벤션 효과'를 노릴 수 있는 일종의 선거운동이라 본다면 거대 양당은 거의 정반대의 구도를 보였다.
당 대표 시절부터 대권 주자로서 입지를 확고히 한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당 내 주류인 친명(친이재명)계와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토대로 지난 4월 27일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최종 득표율은 89.77%. 종전 최고기록은 1997년 제15대 대선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받았던 78.04%인데, 이 후보는 이보다 10%p 이상을 더 득표한 셈이다. 그는 "압도적 정권 탈환"으로 성원에 보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에 반해
8명의 후보가 난립한 국민의힘은 2차례나 컷오프를 치른 끝에 김문수 후보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맨투맨 대결을 벌였고, 김 후보가 승자가 됐다. 이들은 각각 반탄(탄핵 반대)파와 찬탄(탄핵 찬성)파로, 12·3 비상계엄 및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상반된 입장을 취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주장했던 한 전 대표는 공동선대위원장직을 맡아 달라는 김 후보의 요청을 거절하기도 했다.
②2번이나 물 건너간 '보수 단일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울려라 함성, 들어라 승리의 메아리" 피날레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번 대선에서 '단일화'는 보수진영에서만 통용된 키워드였다. 빅텐트를 꾸려야만 '이재명 독주체제'에 맞설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상당했던 탓이다.
결과적으로 2번 모두 실패했다. 첫 시도는 '김문수-한덕수 단일화'였다. 김 후보는 당 경선에서 이른바 '을지문덕(김문수의 '문'+한덕수의 '덕') 캠페인'을 띄우며 최종 승자가 됐지만, 전당대회가 끝나기 무섭게 단일화를 밀어붙인 당 지도부와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무소속 후보로 출마를 선언한 한 전 총리와도 신경전을 벌였다. 김 후보와 한 전 총리는 '단일화 회동'을 언론에 공개하는 모험도 감행했으나 평행선만 그리다가 끝났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새벽시간대 비상대책위원회의를 통해 김 후보의 후보지위를 박탈하고 '강제 단일화'를 추진하기도 했다. '친윤 쿠데타'란 비판까지 나온 초유의 사태는 당원 투표 부결로 허무하게 끝났다. 김 후보가 최종 후보로 '재확정'된 것은 민주당보다 2주 이상 늦은 5월 11일이다.
마지막까지 최대 변수였던 2차 단일화는 '김문수-이준석'의 결합 여부였다. 다만, 김 후보 측의
일방적 구애였다. 김 후보는 과거 국민의힘 대표를 지낸 이준석 후보를 향해 '뿌리가 같다'며 지속적 러브콜을 보냈지만, 이준석 후보는 '내란세력과의 연대는 없다'며 한 번도 호응하지 않았다. 김 후보는 사전투표 개시 직전인 지난달 29일 새벽 이 후보를 의원실 밖에서 기다리기도 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③후반전 잠식한 이준석 '젓가락 파동'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일 대구 수성구 수성못 상화동산에서 피날레 유세하고 있다. 연합뉴스유권자들의 판단에 도움을 주기 위해 열린 토론회였지만
'정책 토론은 간 데 없고 젓가락만 남았다'. 3차례의 후보 TV토론은 생산적 공약 검증보다 '진흙탕 네거티브전'으로 얼룩졌는데, 특히 지난달 27일 마지막 토론은 역대급이었다. 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의 장남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댓글을 거론하면서 불거진 이른바 '젓가락 파동'이다.
이준석 후보는 전 국민이 시청하는 지상파 생중계 TV토론에서 여성의 신체부위를 언급한 성폭력성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이재명 때리기'를 위해 그 아들을 정조준한,
의도된 공격이었으나 성폭력성 발언은 인용 그 자체가 '2차 가해'이자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토론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았던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와 여성단체 등은 이준석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고, 민주당을 포함한 '진보 5당'은 이준석 후보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출했다.
이에 이준석 후보는 "비교적 가치중립적 단어로 바꿔 인용했지만 워낙 심한 음담패설이라 순화해도 한계가 있었다"며 사과했다. 다만, 대선후보 검증 차원에서 '불편해도 불가피한' 질문이었다는 입장은 굽히지 않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카카오데이터트렌드상 3차 토론 직후 최대 검색량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종의 노이즈마케팅이 된 셈이다.
④'리박스쿨 의혹' vs 로저스 '李 지지' 등 진실게임 공방
극우 성향 단체 '리박스쿨'의 댓글 여론 조작 관련 보도가 나온 가운데 2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리박스쿨 사무실 문이 닫혀 있다. 김조휘 기자거대 양당은 22일에 불과했던 공식 선거운동 기간 동안 상대방 '흠집 내기'에 진력했다. 공 들인 공약에 대한 검증보다는 네거티브용 소재를 찾아 물고 늘어지는 비방전이 반복됐다.
선거가 임박해 터진
'리박스쿨 댓글 여론조작 의혹'과 세계적 투자자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의 이재명 후보 지지선언 진위 여부 공방은 선거운동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뉴스타파가 보도한 리박스쿨 의혹은 극우성향 교육단체인 리박스쿨이 '자손군'(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손가락군대)을 운영하면서, 이재명·이준석 후보를 공격하고 김 후보를 지지하는 댓글을 조직적으로 달았다는 게 골자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은 관련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로저스 회장의 '이재명 지지 선언'은 당초 민주당 이재강 의원이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발표됐으나, 이후 한 언론이 '난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로저스 회장 측 회신을 보도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대국민 사기극"이라 규정한 데 이어, 전날 이재명 후보 등을 허위사실공표·명예훼손·사문서위조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선거를 불과 수일 앞두고 논란이 불거진 탓에 진실 여부를 가리기는 쉽지 않아졌다. 결국 본투표에 나서는 유권자들은 양당의 네거티브만 본 채 투표장으로 향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