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준공식에서 딸 주애, 아내 리설주 여사와 함께 주석단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명사십리 백사장으로 유명한 북한의 원산갈마 일대에 대규모 관광지구가 마침내 완공됐다. 원산갈마지구 개발 결정이 지난 2014년에 이뤄진 만큼 건설과 중단 등 수 많은 우여곡절을 거쳐 10년 만에 어렵게 완공을 한 셈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준공 테이프를 끊은 원산갈마관광지구는 하루에 2만 명이 숙박할 수 있는 호텔과 여관들, 물놀이장 등 각종 관광시설이 자리를 잡았다.
다음 달 1일부터 "내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우선 개방"하고, 앞으로 외국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노동신문은 관광지구의 숙박 대상으로 "국내외의 내빈들"을 언급하며, 국내만이 아니라 외국 관광객들의 유치 계획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준공식에는 "러시야 연방 특명전권대사와 대사관 성원들이 특별손님으로 초대"됐다고 하는 만큼, 관광 지구를 완공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의 물자 지원이 있었음을 시사하고, 향후 러시아 관광객 유치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교통 인프라 크게 부족, 러시아 관광객으로는 한계
북한의 대형 해변 리조트 단지인 강원도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 연합뉴스
그러나 원산갈마지구를 둘러싼 교통 인프라가 현재 크게 부족하기 때문에 러시아 관광객을 유치한다고 해서 원산갈마지구 관광이 크게 활성화될지는 불투명한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평양을 오가는 항공편을 기준으로 추정할 경우 하루에 170명 정도가 가능할 것"이라며 "교통 인프라의 한계 때문에 이 관광이 활성화될 수 있을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밀착 속에 지난해 러시아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섰지만 실제 관광객 수는 800여명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19 이전처럼 중국의 단체 관광이 다시 시작되느냐가 중요한데, 현재 중국의 관광재개 징후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김 위원장은 원산갈마지구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대규모 관광지구들을 건설할 계획을 밝혔다.
"갈마반도개발에서 얻은 성과와 경험에 토대하여 여러 지역에 각이한 유형의 유망한 대규모 관광문화지구들을 최 단기간 내에 건설하는 중대계획을 당 제9차 대회에서 확정"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원산갈마지구를 포함해 북한 관광을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음을 알리는 대목인데, 관광지구 확대에 비례해 중국과 러시아 등의 관광객 유치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관광지구 야심찬 계획, 미국으로 시선 돌릴 수도
이와 관련해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 과정에서 "난 그(김 위원장)가 해안가에 엄청난 콘도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 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 만큼, 향후 북미대화가 열릴 경우 관광허용 문제도 논의가 될 가능성이 있다.
관심은 적대적 2국가 기조에 따라 일체 관계를 단절하고 있는 남쪽으로도 시선을 돌리느냐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은 지난 2019년 금강산 지구를 방문해 너저분한 남측 시설을 모조리 철거하라고 지시하면서도 남측 동포들은 언제든 환영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북한도 금강산 관광 지구를 10년간 운영하면서 남한 관광객이 대체 불가한 고객이라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지만 현재 적대적 2국가를 내세운 상황이라 어떤 방식으로 입장 변화가 있을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북한으로의 관광 자체는 대북제재 위반이 아니다. 개별 관광객이 실비를 정산하는 방식으로 요금을 지불할 경우 대북제재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규모 현금이 북한으로 들어간다든가 합작투자 방식의 관광이 추진될 경우 제재 위반이 될 수 있다.
북한이 외국인 관광을 대규모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북미대화 재개 등을 통해 대북 제재와 핵 문제를 논의해야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북한내부의 정책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