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이 최근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경기가 전월과 비슷한 정도의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6월에 "경기 전반이 미약한 상태"라고 내렸던 진단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KDI는 8일 발표한 'KDI 경제동향 7월호'에서 한국 경제를 "건설업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외 여건도 악화되며 경기가 전월과 비슷한 정도의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요약했다.
올해 들어 KDI는 "경기 하방"을 줄곧 우려하다, 지난 5월호에서 "경기 둔화를 시사하는 지표가 나타나고 있다"며 경기 하방이 실제 지표로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6월호에서는 "경기 전반이 미약하다"고 경기가 악화됐음을 직접적으로 강조했는데, 이러한 상태가 두 달 연속 이어졌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는 "소비심리가 회복세를 보이며 내수 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건설업 부진이 지속된 가운데 제조업도 조정되며 생산 증가세가 약화"된 데다 "상호관세 유예 종료가 다가오며 통상 관련 불확실성은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5월 반도체 생산이 전년동월대비 18.1% 증가하고 수출도 양호한 흐름을 유지했다. 설비투자도 반도체제조용장비(15.9%→12.9%)와 정밀기기(14.5%→9.0%) 등을 중심으로 7.5%의 높은 증가세를 지켰다.
연합뉴스하지만 자동차 등 관세가 큰 폭으로 인상된 품목을 중심으로 대미(對美) 수출이 부진한 바람에 관련 생산 증가폭도 축소됐다. 실제로 자동차(-3.2%), 금속가공(-4.9%), 의약품(-10.7%) 등이 감소하며 광공업생산은 0.2% 증가에 그쳤다.
게다가 건설업 생산은 전월 -21.1%에 이어 5월에도 20.8% 감소하는 등 극심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계절조정 전월대비 기준으로도 전월(-1.4%)에 이어 3.9% 감소해 건설경기의 부진이 깊어지고 있다.
또 내수와 직결된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 0.9%에서 1.0%로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전산업생산은 0.8% 감소세로 돌아섰다.
내수를 보여주는 소매판매의 경우 5월 승용차는 개별소비세 인하의 영향으로 13.4%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지만, 승용차를 제외한 소매판매(-1.6%)는 가구(-10.8%), 화장품(-8.5%), 가전제품(-6.1%)을 중심으로 부진이 계속돼 전체 소매판매는 0.2% 소폭 감소했다.
다만 KDI는 6월 소비자심리지수가 전월(101.8)에 이어 큰 폭으로 상승한 108.7을 기록해 소비심리는 회복세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KDI는 "고금리 기조가 점차 완화되고 제2회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되면서 향후 소비 회복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대외상황에 대해서는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되었으나, 통상환경 불확실성 등 글로벌 경기 하방 위험은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KDI는 "미국 관세인상의 여파로 글로벌 상품교역이 부진한 모습을 이어간 가운데, 아시아를 제외한 주요 지역의 생산 증가세도 둔화"됐다면서 "최근 미중 무역 협상에도 불구하고 미국 통상정책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주요국의 소비 및 기업 심리 회복도 지연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