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육성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의 로봇 기업 유니트리가 만든 휴머노이드들이 지난 1월 춘제 명절을 맞아 군무를 하는 모습. 유니트리 홈페이지 캡처세계 최초의 이른바 '휴머노이드 로봇 경기대회'가 다음달 14일 중국에서 개최된다. 인간형 로봇들이 펼치는 일종의 '미니 올림픽'이다.
그동안 세계 각지에서 로봇올림픽이라는 이름의 대회가 열렸다. 대체로 다양한 로봇들이 나와 서로를 알리는 자리였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참가 자격이 엄격하다.
정식 경기에는 반드시 '두 다리'를 가진 로봇만 참가할 수 있다. 육상과 축구 경기에 나서는 로봇의 기준은 더 까다롭다. 로봇 하반신의 길이가 전체 키의 40~70%가 돼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다리 4개 짜리 '개로봇'은 참가 자체가 불가능하다. 사람처럼 생긴 직립 인간형 로봇들만 모여 국제 경기를 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번 대회의 정식 경기 종목은 육상과 자유체조, 축구 등 크게 3가지다. 육상은 다시 100m, 400m, 1500m, 4x100m 계주, 100m 장애물, 제자리 멀리뛰기, 제자리 높이뛰기로 나뉜다. 축구에는 3대3, 5대5 두 개의 종목이 있다.
이밖에 무용, 무술, 자유동작이 시범 경기로 열린다. 역시 정식 종목은 아니지만 배드민턴, 농구, 탁구, 군무, 격투기가 외곽 경기로 펼쳐진다. (출처: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대회 사이트 https://www.whrgoc.com, 7월 3일자 공지)
다음달 베이징에서 열리는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경기대회에는 멀리뛰기 종목도 포함됐다. 사진은 2024년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 로봇대회에 전시된 멀리뛰기를 하는 휴머노이드의 모습. 베이징시정부 홈페이지 캡처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로봇 산업 발전 전략을 수립해,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개발에 맹렬히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가 로봇기술 혁신 분야에서 세계 선두가 되겠다는 목표를 공표한 시점은 불과 3년여 전인 2022년 1월이다.
이에 맞춰 베이징시가 2023년 7월 로봇 기술의 개발과 공급망 육성 계획을 발표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를 설립했다. 지난해 4월에는 이 센터 주도로 휴머노이드 기술 요건에 대한 국가 표준을 제정했다.
베이징시는 이어 지난해에 세계 최초의 로봇대회 (WRC)를 주최했다. 이 기간에 열린 세계 로봇 박람회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27대가 참가했다. 베이징시 당국은 이것이 사상 최다 기록이라고 밝혔다.
같은 해 11월 중국은 베이징에서 열린 인간 마라톤 대회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등장시켜 눈길을 끌었다. 당시에는 선수들과 함께 달리는 도우미 역할에 그쳤다.
하지만 불과 5개월 뒤인 올해 4월, 베이징시는 직접 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마라톤 대회를 개최했다. 그리고 다시 4개월 만인 다음달에는 세계 최초로 휴머노이드 로봇 경기 대회를 열게 된 것이다.
일정을 서둘러 잡아서 그런지 대회 준비에 미비한 점도 눈에 띈다. 참가 로봇의 자격이나 경기 규칙이 막바지까지 변경되고 있다.
대회 46일 전인 지난 달 30일 새로운 종목이 추가됐고, 이후 다시 빠진 종목도 있다. 8월 15일로 공지됐던 대회 시작 날짜도 8월 14일로 하루 앞당겨졌다.
명색이 세계대회인데 공식 홈페이지가 영어로 서비스되지 않는 것도 의아하다. 다양한 국제 행사를 많이 치른 중국이 이렇게 하는 배경에 의문이 생긴다.
하지만 이러는 동안에도 중국의 로봇 기술은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는 현재 중국이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모건 스탠리는 강력한 자립형 공급망을 중국의 강점으로 꼽았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주요 부품인 나사와 감속기, 모터, 배터리 등은 이미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공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일부 미국 회사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의 설계와 개발 분야에서 선두에 있지만, 실제 활용과 대량생산 단계에 이르면 중국에 추월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은 2040년쯤 자동차 산업보다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50년에는 10억 대 이상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전세계를 활보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더구나 원격 조종을 넘어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자율 작동이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세가 되고 있다. AI가 발전할수록 인간형 로봇의 발전은 더 빨라지고 활용 범위도 넓어질 것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네 발 달린 개로봇을 동원해 훈련을 하는 모습. 이 영상은 지난해 5월 중국 국영 매체인 CCTV가 유튜브에 올려 놓은 것으로, 중국 군이 캄보디아에서 현지 군과 합동 훈련을 하는 모습 중 일부이다. 중국 CCTV 유튜브 동영상 캡처미국은 중국의 로봇산업이 무기의 혁신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해 미국 국방부가 발간한 중국 군사력 보고서는 인민해방군의 로봇을 활용한 전투력 강화에 대한 심각한 인식이 드러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은 민간과 R&D 센터를 설립해 첨단 인공지능 기술에 접근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상업적으로 개발된 인공지능 및 로봇 기술을 인민해방군의 무기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중국 국영 선전매체 CCTV는 중국군이 캄보디아에서 로봇 개를 동원해 군사 훈련을 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유튜브에도 올라와 있는 이 영상에서 로봇개는 등위에 설치된 기관총을 쏘며 선두에서 돌진하는 역할을 한다.
홍콩 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 중국의 국방 과기대학(NUDT)이 휴머노이드 로봇과 정찰형 모기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실전에 활용될 수준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중국 CCTV 캡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신문(SCMP)은 지난달 20일 중국 국방과기대학(NUDT)도 휴머노이드 로봇의 개발에 직접 나섰다고 전했다. 중국 국영 선전 매체인 CCTV의 국방채널 CCTV7이 방영한 내용을 근거로 한 보도다.
국방과기대는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지휘를 받는 기관이다. 중앙군사위 주석은 시진핑 국가 주석이 겸임하고 있다. 시 주석은 군대의 과학화를 특히 강조하고 있다. 국방과기대는 바로 첨단 과학기술을 무기 개발에 적용하는 곳이다
중국의 독자적 위성 항법 시스템 '베이더우'(北斗)의 구축과 유인 우주선 개발에서도 국방 과기대가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SCMP는 이곳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뿐 아니라 초소형 모기 드론도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만약 중국군이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정찰용 모기 드론의 개발에 성공했다면 놀라운 성과다. 모기나 벌 모양의 초소형 정찰 드론은 미국도 개발이 쉽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 연구진도 '로보비'(Robobee, 로봇벌)을 개발하고 있다. 하버드대 와이스연구소는 지난 2019년 로보비가 단독 비행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상업용 또는 군사 목적으로 활용하려면 더 많은 연구와 개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버드대 와이스연구소 Wyss Institute 홈페이지 캡처지난 2019년 하버드대 와이스연구소 (Wyss Institute)는 '로보비'(Robobee) 라는 이름으로 초소형 '로봇 벌'을 공개한 적이 있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당시 로보비가 실험실 밖에서 작동하려면 상당한 개발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정된 공간에서 일시적 비행은 가능하지만, 외부 환경에서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단기간에 달성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와이스연구소는 최근까지도 관련 연구를 계속하고 있지만, 추가로 괄목할만한 성과는 발표되지 않았다.
중국이 비밀리에 개발중인 곤충 드론이나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전에 활용 가능한 수준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군사용 인간형 로봇과 초소형 드론의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서 보듯이 최신 드론은 전쟁의 판세를 가르는 무기가 되고 있다. 로봇도 부상자 수송과 지뢰 제거 등에 이미 활용되고 있다.
중국의 로봇회사 유니트리(UniTree)는 개로봇 1대를 220여 만 원 (미화 1,600 달러) 정도에 팔고 있다. 초보적 수준의 전투 로봇은 지금도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휴머노이드 로봇 경기 대회를 단지 IT 스포츠 행사로 한가롭게 구경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강성웅 국제정치 칼럼니스트
- 전 YTN베이징 특파원, 해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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