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정권교체 후 더불어민주당의 행보가 거침이 없다.
특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구속하고 국민의힘 의원들 수사에 속도를 올리자, 발 맞춰 내란에 연루된 정당의 국고보조금을 환수하는 내용의 '내란특별법'을 발의하는 등 거센 압박에 나섰다. 여기에 여론조작 댓글팀을 운영한 의혹을 받는 극우 단체 '리박스쿨' 관련 청문회까지 열고 불법성과 비리에 대한 지적을 이어갔다.
보수진영에선 민주당이 정권과 정당을 넘어 보수 진영 전체를 초토화하려는 속셈이라고 비판한다. 다만 뾰족한 대응 방안이 없어 속앓이를 하는 실정이다. 내부에선 "명분 있는 특검 수사를 어떻게 막겠나"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尹대통령실, 교육부에 "리박스쿨 챙겨라" 압력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0일 당 회의에서 리박스쿨을 두고 "수많은 불법과 편법 의혹이 고구마 줄기처럼 쏟아져 나온다"며 "윤석열 내란정권의 비호와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악의 뿌리를 뽑아내야 한다"며 "리박스쿨에 편의를 봐줬거나 불법 편법에 눈감아 준 기관, 공무원이 있다면 그 책임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리박스쿨 관련자, 배후세력을 찾아내 엄히 단죄할 것"이라고도 했다.
실제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가 진행한 리박스쿨 청문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실이 정부에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글로리사회적협동조합'(글로리조합)을 도와주라는 압력을 넣은 사실이 드러났다.
2024년 2월 글로리조합이 늘봄학교 사업 공모에 지원했다가 52개 지원기관 중 최하위 수준의 점수를 받으며 탈락했는데,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 비서관이 교육부 담당자에게 "글로리조합을 잘 챙겨달라"는 취지로 전화한 사실이 폭로된 것이다.
당시 전화를 받은 교육부 담당자는 청문회에서 "글로리조합을 챙겨달라는 요구가 있었고, 그 요구를 받고 나서 평가 과정과 결과를 확인해 봤다. 평가 과정이 공정하게 이뤄졌었고, 결과가 굉장히 안 좋게 나와서 결과에 따라서 탈락시키겠다라고 했었다. 그 과정에서 압력이 있었고, 압력으로 느꼈다"고 진술했다.
글로리조합이 공모에서 탈락한 이후 손 대표는 한국늘봄교육연합회를 통해 서울교대와 업무 협약을 맺으며 늘봄 프로그램에 강사를 공급하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리박스쿨은 윤석열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만 있었을 뿐, 국민의힘과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드러나지 않았다.
尹 재구속…與 "내란범 배출당 국고보조금 차단" 발의
12·3 불법계엄 사태로 특검 수사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대기 장소인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한 압박에도 강도를 높이고 있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찬대 의원은 지난 8일 이른바 '내란특별법'(12.3 비상계엄의 후속조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을 포함해 민주당 의원 115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내란특별법에는 △내란범 사면·복권 제한 △내란범 배출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차단 △내란재판 전담 특별재판부 설치 △내란 자수·자백자 및 제보자에 대한 형사상 처벌 감면 △내란범 '알 박기 인사' 조치 시정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 중에서 '내란범 배출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차단'은 직접 국민의힘을 겨냥한 조항으로 풀이된다. 박 의원은 "아직도 반성하지 않고 내란을 옹호하는 정당에 대해 국민의 혈세로 내란을 옹호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내란종식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윤 전 대통령이 특검팀에 의해 재구속 되는 등 내란 혐의 관련 수사가 본궤도에 오른 상황이라, 국민의힘에선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말로는 야당을 '국정 운영의 동반자'라고 하면서, 뒤로는 '국정 운영의 방해 세력'으로 치부해 정적을 제거할 궁리에만 몰두할 뿐"이라며 "이게 바로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잔인한 권력'의 실체인가"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의원도 "내란 몰이 특검으로 야당에 대한 정치 보복을 계속하더니 이젠 국민의힘을 '내란범 배출 정당'으로 규정하고 국고보조금 차단 법안까지 발의했다"며 "이재명 민주당이 국민의힘 해체, 1당 독재 완성의 노골적 본색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野 "출구 안 보이고 무기력"…"우리도 계엄 피해자" 억울함 호소도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윤창원 기자겉으론 "야당 탄압"이라 반발하지만, 특검이 직접 야당 의원 개개인을 향해 수사망을 좁혀 오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힘 내부에선 공포감과 무기력감이 퍼져가고 있는 모습이다. 조은희 의원은 공개 석상에서 "국민의힘은 누구도 계엄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찬성한 바도 없다. 오히려 결과적으로 그 피해자"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정성국 의원은 전날 MBC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현재 당 상황을 두고 "출구가 안 보이고 무기력한 것이 사실"이라며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해병)이 실제로 목을 죄어오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윤상현 의원실을 압수수색했고, (김선교 의원 등) 혐의가 있는 분들에 대해 출국 금지도 시키는 등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며 "과거 조사가 끝났던 사건들도 다시 끄집어내고, 인지된 사건까지 수사한다면 '도대체 어느 의원들, 어느 정도까지 수사가 들어갈까' 불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안한 상황에서 의원들과 모여 이야기를 해봐도 이걸 우리가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방어해 줄지 답이 없더라. 방어하기가 쉽지 않다"며 "특검이 선을 그어 적법한 수사선에서 정리해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특히 당 내부에선 특검 수사의 범위에 따라 포함되는 인사들이 갈라지기 때문에 그에 따른 대응 수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계엄 해제 표결 참여 여부, 윤 전 대통령 관저 앞 체포 저지 집회 참여 여부 등에 따라 온도차가 존재하는 셈이다.
한 야당 초선 의원은 "특검이 합당한 명분으로 수사하는 것까지 막아설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체포동의안도 그냥 다 가결되지 않겠나.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각자가 알아서 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