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중 상대방의 시선이 살짝 멀어지거나, 은근히 입을 가리는 손짓이 자꾸 눈에 띈다면? 입냄새 때문일까 불안해진다. 하지만 정작 스스로는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이 입냄새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지만, 은근히 신경 쓰이고 민망해서 병원에도 가기 망설여진다.
CBS 경제연구실 채널의 '의사결정' 유튜브에 출연한 서울엘치과의원 김성훈 원장은 입냄새의 원인이 단순한 구강 문제가 아닐 수 있으며, 자가진단법과 실질적인 관리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입냄새도 하나의 증상"이라며, 가볍게 넘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조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입 냄새, 스스로 확인할 수 있을까?
입냄새가 걱정될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스스로 그 냄새를 인지하고 있는가'다. 스스로는 모른 채 일상에서 불쾌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입냄새를 확인하는 방법은 인터넷에도 여러 가지가 알려져 있지만, 김성훈 원장은 가장 신뢰할 만한 방법으로 치실이나 면봉, 거즈를 활용하는 방식을 추천한다. 치실을 이 사이에 넣고 냄새를 맡아보거나, 면봉이나 거즈로 혀 안쪽을 살짝 긁어낸 뒤 잠시 말려 냄새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간단하면서도 비교적 정확도가 높다.
서울엘치과의원 김성훈 원장. '의사결정' 유튜브 캡처
하지만 입냄새의 원인은 입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치아가 썩는 충치, 잇몸 질환, 혀 표면의 세균 외에도 편도결석, 소화기나 장기의 질환까지도 입냄새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김 원장은 "평소와 다른 냄새가 갑자기 느껴지거나, 냄새 강도가 확연히 심해졌다면 구강 외적인 문제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병원에서는 입안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채집해 분석하는 구취 측정기를 통해 냄새의 발생 부위를 화학적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입냄새로 병원 간다면, 첫걸음은 치과로
입냄새가 걱정돼 병원을 가야 할까 고민된다면, 가장 먼저 방문할 곳은 치과다. 김성훈 원장은 "입냄새로 치과를 찾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며, "치과에서는 우선 충치나 잇몸 질환 같은 구강 내 원인을 확인하고, 이상이 없을 경우 내과나 이비인후과 진료를 권유한다"고 말했다. 특히 혀 표면에 남은 이물질도 냄새의 주요 원인인 만큼, 혀클리너 사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피곤함이나 번거로움 탓에 치실이나 혀클리너 사용을 쉽게 건너뛴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하루 세 번 쓰기 어려우면 자기 전에 한 번이라도 꼼꼼히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요즘은 치실 대체 기구도 많아 불편함을 줄일 수 있으며, 밤에 시간이 있을 때 집중적으로 구강 청결을 챙기는 것이 냄새 예방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특히 치아 교정 중이라면 음식물 잔여물과 치석이 더 쉽게 생기기 때문에,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나도 모르게 입냄새 유발하는 일상 습관
입냄새의 강도와 빈도는 일상 습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김 원장은 "양치 후 커피나 담배를 바로 하는 것이 대표적인 문제 습관"이라며, 양치 순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식사 후 커피를 마시고 양치를 마무리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 담배 역시 양치 전에 피우고, 이후 구강을 청결히 해야 악취와 착색을 줄일 수 있다.
서울엘치과의원 김성훈 원장. '의사결정' 유튜브 캡처 또 다른 큰 문제는 '구호흡'이다. 코로 숨 쉬지 못하고 입으로 호흡하는 습관은 입안을 건조하게 만들어 세균 번식을 도우며 냄새를 악화시킨다. 특히 자는 동안 입을 벌리고 자는 경우가 많아 구강 내 습도를 잃기 쉽다. 이럴 경우엔 이비인후과에서 코막힘 원인을 찾아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여기에 술을 마신 뒤 양치를 하지 않고 자는 습관 역시 입냄새의 주범이다. 김 원장은 "자기 전 양치는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급할 땐 가글과 물, 민간요법은 신중히
외출 전 급하게 입냄새를 잡고 싶을 때, 껌이나 사탕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는 냄새를 '덮는' 방식일 뿐, 냄새를 없애지는 못한다. 김 원장은 "껌이나 사탕의 향으로 입냄새를 일시적으로 덮을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가글이나 구강스프레이 사용을 추천한다. 특히 가글은 세균의 활동을 일시적으로 억제해 효과가 있지만, 가글 후 물로 헹구면 효과가 사라질 수 있으니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
다만 과도한 가글제 사용은 입안의 유익균까지 죽여 오히려 유해균의 번식을 돕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오일풀링이나 소금물 가글 같은 민간요법 역시 마찬가지다. 김 원장은 "세균을 인위적으로 완전히 없애는 시도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입냄새 예방, 자기 전 양치와 물 한 잔부터
서울엘치과의원 김성훈 원장. '의사결정' 유튜브 캡처 아침 루틴에서도 팁이 있다. 아침 식사 전 양치를 한 뒤 또 식사 후 양치를 반복하는 건 오히려 치아 마모를 부를 수 있으므로, 김 원장은 "아침을 먹는다면 식사 후 한 번만 양치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한다. 침은 입안을 자연스럽게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에, 아침엔 물을 자주 마셔 구강 건조를 막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입냄새를 줄이는 데는 거창한 처방이 필요하지 않다. 자기 전 양치 한 번, 자주 마시는 물 한 잔이 오히려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김성훈 원장은 이렇게 조언한다.
"입냄새가 걱정된다면 먼저 치과에 들러 점검해보세요. 자기 전 양치와 자주 마시는 물 한 잔이면 입냄새는 충분히 줄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