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큰딸의 수억원대 아파트 전세금 전액을 현금으로 지원한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실수요자마저 전세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상황에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증여세 회피 정황도 있다. 김 후보자는 큰딸의 전세금을 본인과 배우자가 나눠 저리 또는 무이자로 '쪼개기' 대여했는데, 해당 방법으로 큰딸은 6억원 이상 자금을 지원받고도 증여세는 한푼도 내지 않았다.
결국 김 후보자가 큰딸의 재산만 고지 거부한 데에 검증을 피하려 한 의도가 깔려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6.5억원 전세금 '아빠찬스'로 전액 지원
1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 후보자는 큰딸 김모씨가 거주중인 서울 당산동 한 아파트의 전세금 6억 5천만원을 전액 지원했다. 해당 6억 5천만원 가운데 김 후보자가 4억 7천만원을, 김 후보자의 배우자가 1억 8천만원을 지급했다.
김 후보자는 큰딸 김모씨가 과거 거주한 서울 영등포동 아파트의 전세금도 모두 지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전세금은 5억 5천만원이었다. 김 후보자는 올초 정기재산공개에서 큰딸의 전세 만료와 동시에 해당 5억 5천만원을 큰딸에게 빌려줬다고 기재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부모가 자녀에게 전세금을 빌려주는 게 위법은 아니다. 다만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서 수억원대 전세금을 '아빠찬스'로 충당해온 대목은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더욱이 6·27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갈수록 강화되는 정부의 대출 규제 속에서 김 후보자의 정책 메시지가 과연 공감대를 얻을 수 있겠냐는 우려도 뒤따른다.
한 야권 관계자는 "정책은 메시지다. 결국에는 국민의 호응을 얻어야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다"며 "장관이 본인 자녀에게는 수억원대 자금을 전세값으로 대주면서 서민과 실수요자의 대출을 규제하겠다고 나선다면 누가 공감할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쪼개기' 방식으로 아슬하게 피한 증여세
황진환 기자비판 지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김 후보자와 배우자가 '쪼개기' 방식으로 전세금을 지원하면서 큰딸이 법정 기준을 아슬하게 피해 증여세를 내지 않게끔 계산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먼저 김 후보자는 큰딸에게 4억 7천만원을 대여하면서 연 2.55%의 이자를 약정했다. 세법상 적정 이자율인 연 4.6%보다 2% 이상 낮다. 국세청은 적정 이자율보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린 경우 그로 인해 '덜 낸 이자'가 1천만원을 넘으면 증여세를 부과한다.
적정 이자율을 적용하면 큰딸이 김 후보자에게 지급해야 할 연간 이자비용은 2162만원이다. 하지만 이자율을 연 2.55%로 정하면서 큰딸이 낼 연간 이자비용은 1198만 5천원으로 줄었다. 차액은 963만 5천원으로, 증여세 납부 기준인 1천만원을 가까스로 밑돈다.
김 후보자의 배우자가 '무이자'로 지급한 1억 8천만원도 비슷하다. 세법상 적정 이자율인 연 4.6%를 적용했을 때 마찬가지로 연간 이자비용이 1천만원을 넘지 않는 금액에는 증여세를 내지 않는다. 따져보면 약 2억 1700만원까지는 부모로부터 무이자로 빌릴 수 있는 셈이다.
김 후보자의 배우자가 무이자 상한인 2억 1700만원에 조금 못 미치는 1억 8천만원을 쪼개 지급한 배경에 증여세 회피 의도가 의심되는 이유다.
김 후보자는 이번 국토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에서 큰딸의 재산은 독립생계를 이유로 고지 거부했다. 올초 재산신고 당시만 해도 공개한 내역을 불과 몇 달 뒤 거부한 게 이같은 전세금 지원 사실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 후보자 측은 전세금 대여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세금 회피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김 후보자 측은 "서울에 딸 2명이 살고 있는데 아무래도 거주지가 필요하다 보니 전세금을 빌려줬다"며 "차용증을 모두 작성했고, 이자도 차용증에 적힌 대로 수령했다. 세무사가 법령에 맞게 신고하고 처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