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한국군에서 운용하는 드론과 동일 기종의 무인기 잔해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글 싣는 순서 |
①[단독]"부서진다" 우려에도 작년 봄 무인기 NLL 투입…합참 지휘 ②[단독]연구개발 예산으로 제작된 무인기…왜 작전 투입됐나 (계속) |
내란 특검의 수사 대상인 '평양 침투 작전'에 사용된 무인기 제작에 각종 위법 소지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개발용 무인기가 별안간 작전에 투입되고, 제작 역시 급히 추진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목적에 어긋난 예산을 사용했다는 의심도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제작 사업이 시급하게 이뤄졌고, 비상계엄을 앞두곤 연구개발용 무인기가 '북풍'을 유도하는 작전용으로 변질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연구개발용이 NLL·평양 투입…'기술료' 예산 위법 소지
1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3~5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같은해 10~11월 평양에 침투한 '무인기'는 국방과학연구소(국과연)이 드론작전사령부(드론사)에 무상 제공한 기종이다.
이 무인기는 국과연이 KAI(한국항공우주산업)로부터 납품 받았다. 제작은 KAI와 협력 관계인 민간 업체 A사가 했다.
무인기 납품은 국과연이 2023년 2월 '저가형 소형 무인기 연구'를 나라장터에 입찰 공고하면서 시작됐다. 제안요청서에는 "단기간에 저가 대량 제작이 가능하도록 제작하고, 비행시험을 통해 장거리 비행이 가능함을 확인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2023년 3월 국과연은 KAI와 소형 무인기 100대를 납품하는 계약을 맺었다.
연구개발용인만큼 예산은 국과연이 보유 중인 '기술료' 32억 원을 썼다. 해당 예산은 연구개발 목적 외 사용이 금지된다. '국방과학기술료 산정·징수 고시' 제7조는 해당 재원을 연구개발 재투자나 지식재산권 관리 등 연구 목적에 한해 사용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국과연은 무인기 100대를 납품 받고 2023년 8월 드론사로 86대를 무상으로 넘겼다. 연구개발용에 불과했던 이 무인기들은 서해 NLL 인근과 평양 침투 작전 등에 투입됐다. 결과적으로 목적에 맞지 않는 사용일 뿐만 아니라, 예산 사용 역시 위법 소지가 불거진 셈이다.
애초 작전용이 아니었던 만큼 무인기의 성능은 상당히 부족했다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소음이 크고 레이더에 쉽게 포착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제작사인 A사와 KAI, 국과연 납품 과정에서 운용 시험 평가가 없는 '무검사'였다는 증언도 나온다.
허술한 무인기가 지난해 3~5월 서해 NLL에 인근에 투입되는 것을 두고 군 관계자들이 "기상 영향이 큰 해상에서 이 무인기를 띄우는 것은 무조건 부서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결국 연구개발용 무인기를 각종 위법 소지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작전에 투입한 것은 비상계엄을 앞두고 '북풍'을 유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다만 국과연 측은 예산 활용과 관련, "기술료를 활용하는 기준은 50%는 자체 연구개발비 재투자를 하도록 돼있다. 재투자하는 범위 내에서는 자체적으로 개발 필요성이 있다면 투자해서 쓸 수 있다"며 "자체 연구개발 비용인 기술료에 자체 연구개발 재투자라는 항목에 맞춰 투자했던 금액"이라고 해명했다.
尹 지시로 급하게 제작?…연구개발 내세우고 실제론 '작전용'이었나
12·3 불법계엄 사태로 특검 수사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대기 장소인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한편 국과연의 무인기 제작이 윤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시급하게 이뤄졌고, 애초부터 연구개발용은 명목일 뿐, 실제론 작전 투입을 염두에 뒀다는 의혹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은 2023년 1월 4일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국방부·합참·ADD(국과연)로부터 무인기 대응 전략을 보고받고, 스텔스형 무인기의 연내 생산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내부 회의에서 "북한 무인기 도발은 소프트 테러이므로, 정식 구매보다는 연구개발비 투입이 필요하다"며 "떨어뜨려도 보고, 폭파도 해보며 다양한 시험을 해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과연은 2023년 2월 입찰 공고를 냈고, 6개월 만에 무인기 설계, 제작, 시험을 모두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납품 일정도 촘촘했다. 2023년 3월까지 설계 검토를 마친 뒤, 4월 14일에는 2대, 같은달 28일에는 8대를 납품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개발 명목이지만 단 두 달 만에 10대의 기체가 제작돼 납품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국과연 관계자는 "사업의 목적이 저가형 대량생산이었기 때문에 짧은 시간 내에, 한두달 안에 많이 만들어야 했다"며 "(대량 생산) 시스템까지 맞추라는게 1월 4일 (대통령) 대변인이 말한, 대통령의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안요청서 어디에도 대량 생산 시스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종 완성된 무인기 기체 자체도 2020년 방사청에 납품된 기존 납품 모델과 거의 동일한 외형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 과제라는 형식을 앞세웠던 국과연의 사업이 실제로는 작전용 무인기 납품에 가까웠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과연 관계자는 "제안요청서에는 없지만 사업계획서와 사업설명회에서 단시간 대량생산에 대해 설명하긴 했다"며 "외형이 동일한 건 맞지만 내부에 중요 부품들은 다르다"고 해명했다.
내란 특검은 무인기 투입 의혹과 관련해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소장)을 전날 소환해 13시간 30분 가량 조사했다. 김 사령관은 조사를 받은 뒤 취재진에게 "(무인기 작전은) 북한의 오물풍선 대응이 목적이었을 뿐 발각될 목적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